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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그리스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등 국제 채권단간 지지부진한 협상에도 희망의 빛이 보이고 있다.
마지막 담판이 예상됐던 22일(현지시간) 긴급 유로존 정상회담에서 그리스 시리자 정부가 연금 삭감, 부가가치세 인상 등을 담은 긴축 개혁안을 제출하면서 구제금융 협상에 긍정적인 전망이 제시됐다. 지난 1월 정권을 잡았던 시리자 정부의 첫 양보안이다. 그러나 새로운 긴축 개혁안이 너무 늦게 제출된데다 구체적이지 않아 협상 시한이 연기됐다. 24일 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인 유로그룹 회의를 열고 막판 조율을 한 후 오는 25일 유로존 정상회담에서 그 결과를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이달말 구제금융 협상이 종료되는 만큼 이번주 협상 타결을 이끌어낼 전망이다.
치프라스의 첫 양보안..협상 타결 돌파구되나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이날 오전 정상회담에 앞서 새 긴축안을 채권단에 제출했다. 21일 밤 잘못된 초안을 보내는 바람에 긴축안이 채권단에 도착할 때까지 더 시간이 걸렸다. 너무 늦게 도착한 긴축안 때문에 종합적인 평가도 제대로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러나 협상 타결에 돌파구가 된 것은 분명하다. 도널드 투스크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그리스가 최초로 진정한 제안을 만들어왔다”고 평가했다. 예룬 데이셀블룸 유로그룹 의장도 새로운 개혁안이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이제부터는 세부 조율이 필요한 단계다. 달리아 그리바우스카이테 리투아니아 대통령은 “향후 48시간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며 “그리스가 자신의 책임을 완전히 다 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해줄 일 또한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리스, 부채 탕감 노린다
막다른 골목에서 그리스가 전향적인 자세로 방향을 튼 것은 구제금융 협상을 넘어 ‘부채 탕감’을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치프라스 총리는 정상회담에서 부채 탕감 문제를 제안했다. 그러나 유로존 정상들은 부채 탕감은 현 단계에서 논의할 수 없고 구제금융 협상이 완료된 이후에는 가능하다고 밝혔다.
채권단 역시 그리스의 부채 탕감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그리스 최대 채권국인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정상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부채 탕감에 대해 ”개혁안(긴축안)에 대한 협상이 완료된 이후에 가능하다“고 말했다. 프랑수와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도 ”부채 탕감은 현 단계에서 논의하는 사안이 아니다“면서도 ”다음 단계에서는 논의될 수 있다“고 밝혔다.
자본 통제 거론하는 회의적 시선
구제금융 협상 타결에 회의적인 시선들도 만만치 않다. 22일 유로존 정상들이 협상 타결을 위해 전방위적인 노력을 하고 있는 뒤편에선 그리스 은행에 자본 통제를 가해야 한다는 논의가 조심스럽게 이뤄졌다.
FT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 마이클 누난 아일랜드 재무장관 등은 비공개로 회의를 갖고 자본 통제가 되지 않으면 ECB가 그리스 은행에 ELA를 지원하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고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자본 통제는 유로존 정상회담에선 거론조차 되지 않았던 내용이다.
그리스 정부는 자본 통제에 반대해왔다. 야니스 바루파키스 그리스 재무장관은 ”우리는 하나의 공항이나 경계가 없는 섬이 아니다“며 자본 통제를 거부했다.
채권단 중 하나인 국제통화기금(IMF)은 그리스 긴축안에 부정적이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새로운 그리스 긴축안이 아직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이번 주까지 협상 타결을 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