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음식물 쓰레기는 전세계의 문제입니다. 영국에서도 한해 생산량의 32%인 1500만톤의 음식이 매년 버려지고 있어요. 이 음식물 쓰레기만 줄여도 가구당 한해 120만원은 아낄 수 있을 겁니다.”
| 조쉬 하디 테스코 사회적 책임 담당 총괄 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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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유통업체 테스코가 올해 꼽은 ‘3대 핵심 과제’의 첫줄에는 특이하게도(?)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라는 목표가 올라가 있다. 소비재를 대량 판매하는 대형마트에서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에 앞장선다니, 다소 역설적이기까지 하다.
4일(현지시각) 영국 런던에서 기자와 만난 조쉬 하디(Joshui Hardie) 테스코 사회공헌 담당 총괄 임원은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의 절반 가량은 생산·유통 단계에 있기 때문에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유통업체가 할 수 있는 일이 많다”고 말했다.
그가 예로 든 것은 포장 샐러드. 영국에서 식품 폐기율이 가장 높은 상품 중 하나다. 포장 샐러드의 폐기율은 68%에 달한다.
이를 줄이려면 유통업체가 사전에 매입할 물량을 생산업체에 미리 알려주면 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농가의 초과 생산을 막아서 불필요하게 버리는 물량을 줄이고, 저장과정에서 생기는 폐기량도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테스코는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포장 방식도 바꿨다. 대용량 판매와 ‘1+1’ 묶음 판매를 과감하게 중단했다. 고객이 필요한 채소만 골라 담을 수 있는 ‘믹스 앤 매치(mix and match)’ 상품을 선보였다. 포장을 뜯은 이후에도 남은 음식을 저장하기 쉽도록 재밀봉이 가능한 팩도 도입했다.
| 영국 ‘테스코 메트로’ 매장에서는 가격이 같은 다른 종류의 과일을 여러개 구매할 경우 할인을 해주는 프로모션을 실시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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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스코는 고객들이 필요 이상으로 많은 양을 구매하지 않도록 신선식품의 포장 용량 단위를 줄이고, 묶음판매 등은 가격할인 방식의 프로모션으로 대체할 계획이다. 또 기존 ‘상품 진열기한’ 표기는 상품별 특성에 따른 정보제공과 함께 ‘품질유지기한(best before date)’으로 바꿔 소비자들이 불필요하게 음식물을 버리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목표다.
음식물 쓰레기 문제는 국내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국내 하루 음식물 쓰레기 발생량은 2001년 1만1200톤에서 2007년 1만4500톤, 지난해에는 1만7100톤으로 늘었다. 10년간 52.6% 증가했다. 음식물 쓰레기로 낭비되는 경제적 비용은 연간 25조원에 달한다.
조쉬 하디는 “단기적으로 특정 상품군에 한정해서 본다면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테스코의 매출 감소를 가져올 수도 있겠지만, 결국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불가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