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관리, 워크아웃, 감자`..경영난 허덕이는 건설사

건설경기 침체 지속, PF조달 어려움
개선 기미 안보여..M&A 등 구조조정 필요
  • 등록 2011-12-01 오후 1:31:45

    수정 2011-12-01 오후 2:21:05

[이데일리 류의성 성문재 기자] 경영난에 허덕이는 중견 건설사들이 속출하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법정관리나 워크아웃을 신청했고,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감자를 결정하거나 유상증자를 실시하는 건설사들이 등장하고 있다.   150위 이내 건설사 중에서 법정관리가 진행되고 있는 회사는 14개사, 워크아웃 중인 회사는 17개다. 총 31개사가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있는 것이다. 100대 건설사 중에선 25개사가 이에 해당한다.   문제는 이같은 건설사들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공공공사 물량이 감소하고 있는데다, 공공입찰 제한 조치로 중소 건설사들의 경영난은 가중될 것으로 보고 있다.  

◇법정관리 속출..감자, 증자로 경영난 해소 안간힘 대림산업(000210) 계열의 고려개발(004200)은 지난달 말 채권단에 공동관리를 요청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 지연 등에 따른 금융 비용 증가와 신용등급 하락으로 유동성 압박이 가중됐기 때문이다. 사옥과 콘도를 매각하고, 대림산업으로부터 3800억원을 수혈받았지만, PF 상환과 이자 막기에도 급급해지면서 결국 공동관리 신세를 지게됐다.

시공능력평가 40위의 임광토건과 시공능력평가 58위인 범양건영도 각각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아파트 브랜드 '신일 유토빌'로 알려진 신일건업(시공평가 73위)은 단기 유동성이 나빠져 지난 8월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시공능력평가 순위 39위의 남광토건(001260)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지난 달 93% 감자를 결정했다. 이 회사는 현재 90%의 부분자본잠식 상태다. 롯데건설은 지난 7월 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3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하더니 지난 달에는 재무구조를 개선한다는 이유로 1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지역에 기반을 둔 향토건설사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충북지역 향토 건설사인 KD건설도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아파트형공장 공사대금 200억원을 받지 못해 경영난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 위축, PF조달 난관

중소형 건설사들의 어려움은 기본적으로 건설경기 위축 영향이 크다. 관련 투자가 줄면서 공공부문과 민간부문 발주도 줄었다. 주택의 경우 미분양 및 미입주 물량 해소가 지연되면서 단기적으로 투자자금 회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금융기관들이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면서 PF 관련 자금조달이 어려워졌고, 사실상 신규 PF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갈수록 유동성 및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 중소형 건설사들의 설명이다.   여기에 최저가 낙찰제 대상공사 확대와 공공 수주물량 감소로 건설사들의 어려움은 가중되고있다. 무엇보다 토목공사 발주 감소로 아파트 등 주택사업으로 눈을 돌리다 PF에 발목이 잡히는 건설사가 많다.

보통 택지 개발사업 시행자가 토지 매입 비용을 마련하려면 시공사의 지급보증을 내세워 금융기관에서 PF 방식으로 대출받는 것이 관행이다.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보증을 선 시공사가 위험부담을 떠안아야하기 때문이다.

대형 건설사들은 준공 후 미분양 물량 소진을 위해 마케팅을 강화하고, 한편으로는 정유 플랜트 등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려 대형 프로젝트를 따내고 있어 큰 문제는 없다. 문제는 주택사업 관련 자금 부담으로 재무안정성이 악화됐고, 차입금 및 PF 부담이 높은 중소형 건설사들이다.   분양실적이 저조하고 입주가 잘 안 되면 영업현금 흐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현금흐름이 악화되면 차입금 증가, 부채비율 상승, 차입금 의존도 상승으로 이어진다. 대규모 사업지 준공을 계획 중이라면 운전자본 부담이 커질 수 있다.   ◇건설경기 침체 지속..M&A 등 구조조정 필요

건설업계에선 경영난에 허덕이는 중소형 건설사들이 속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건설경기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1990년대 말 GDP 중 건설비중이 20% 중반대였다면 올해는 15%로 줄어든 상태"라며 "선진국은 10~11% 수준으로 한국도 건설비중이 선진국처럼 줄어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연구위원은 "경제성장률이 4% 내외인데 건설투자성장률은 1.5~2% 수준에 지나지 않다"며 "건설경기 호황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박용규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주택 수요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고, 공공부문 투자 확대를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시장상황이 단기간에 개선되기는 어렵기 때문에 침체는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홍일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도 "중견 건설사들은 사업 포트폴리오가 다각화되어 있지 않아 현재의 경기 침체 상황에 대응하기 어렵다"며 "특히 내년을 포함해 최근 3년간 공공공사 물량이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앞으로 중소업체를 중심으로 어려움은 가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건설업종 내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해외로도 눈을 돌려 시장을 다변화해야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김 연구위원은 "건설사들 부채비율이 높은 상황"이라며 "건설사 간의 합병으로 덩치를 키우든가, 부채를 줄여야한다. 어떤 방식으로든 구조조정이 이뤄져야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내년 상반기 쯤 금융위기 이후 건설사들의 구조조정이 얼마나 진행됐는지 살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박 수석연구원은 "중견건설사들이 해외사업에 뛰어드는 것이 쉽지는 않겠으나 대형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방식이라면 가능하다"고 말했다.   중동 아프리카 중앙아시아 등 신흥국가의 인프라 수요가 늘고 있고, 도시개발이나 복합형 기술이 접목된 패키지형 사업이 유망하기 때문에 이쪽으로 사업을 다각화해야한다는 지적이다. 박 연구원은 "패키지형 사업의 경우 친환경 기술 등 사업 특징에 따라 중견 건설사가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중소형 건설주 보수적 접근" 증권가의 시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종효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공공발주 감소와 함께 중소형업체의 경우 현재 주택사업을 적극적으로 할 시기도 아니기 때문에 어려움은 더 가중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대림산업의 경우 고려개발의 공동관리로 오히려 자회사 리크스가 해소됐다"며 "그러나 다른 중소형 건설주의 경우 자금경색 등으로 보수적으로 접근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채상욱 LIG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부동산 활황기에 공격적으로 사업을 벌여왔던 중견 건설사들은 현재 유동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2008년 말 리먼 사태 이후 국내 건설업계는 어려움을 겪어왔지만 현재는 점차 회복 중"이라고 분석했다.

강승민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도 "부실 건설사들은 이제 거의 정리가 되어가고 있는 상황"이라면서도 "착공 전 PF사업장이 많은 건설사들은 부실 위험이 크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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