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전에 대비하자)②집안 단속부터

한국경제 위험요인 산재..내부 리스크부터 단속해야
가계부채·건설사 미분양·부동산 PF
자금순환 고리 끊길까 불안
  • 등록 2008-10-07 오후 2:08:30

    수정 2008-10-07 오후 2:08:30

[이데일리 권소현기자]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는 이미 유럽으로 넘어갔고, 이제 전세계로 파급되는 모습이다. 대공황 이후 최악이라고 할만큼 상황이 심각한 가운데 우리나라도 고스란히 그 영향을 받고 있다.

미국이 기침하면 독감에 걸릴 정도로 대외의존도가 높은 것도 문제지만, 내부에서 태생된 리스크 요인도 상당하다. 저금리 기조를 타고 한껏 부풀어 올랐던 부동산 거품과 건설사 미분양 문제, 사상 최대 수준인 가계부채. 자금쏠림 현상 등 한국 경제만의 위험요소들이 쌓여있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문제로 인한 타격은 어쩔 수 없다지만, 국내에서 다스릴 수 있는 내부변수들이라도 단속해 장기전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 단기 유동성 불안

외화유동성 못지 않게 국내 원화 자금시장도 불안한 모습이다. 시장에 자금이 없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그 돈이 돌지 않는다는 데에 있다.

최근 불거진 증권사 콜차입 문제는 이같은 불안감을 단적으로 대변해주고 있다. 리먼브러더스가 파산보호를 신청하고 국내 증권사들이 리먼 관련 채권에 투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증권사에 대한 콜차입이 뚝 끊겼던 것. 이에 따라 급하게 유동성을 확보하느라 증권사들은 보유채권을 매각했고 이는 채권 금리 급등으로 이어졌다.

한 단기자금시장 관계자는 "당시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불안감에 보수적으로 자금을 관리했던 것"이라며 "지금은 증권사에 대한 콜차입이 풀리기는 했지만 예전과는 확실히 달라졌다"고 말했다. 제2금융권 중에서 증권사에 적용하는 금리가 외국계 은행 지점에 대한 금리보다 높아 여전히 크레딧 리스크는 남아있는 상태다.

한동안 시중 자금을 대거 끌어모았던 증권사의 종합자산관리계좌(CMA)에서 자금이 이탈할 가능성도 리스크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김영섭 한신정평가 금융산업평가실 책임연구원은 "시장금리가 급변동하거나 증권회사의 경영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CMA 인출이 일시적으로 급증할 경우 즉각적인 자금조달이 곤란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 원활하지 않은 자금순환

은행들의 단기 자금조달 창구인 양도성예금증서(CD)나 은행채도 상황은 녹록치 않다.  7일 CD금리는 5.93%까지 올라 7년9개월만에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은행채도 이달 들어서는 발행이 뜸한 상태다. 발행해도 받아줄 데가 없는 상황이다.

단기에 비해 장기 자금시장은 더 얼어붙었다. 신용도가 높은 공기업이나 공공기관의 채권발행도 줄줄이 유찰되는 마당에 일반 회사채 발행은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다. 6일 4년 만기 가스공사채에 이어 7일 7년짜리 중진공채 입찰도 유찰됐다. 유통시장에서도 초우량 회사채 몇몇을 제외하고는 거의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 채권 매니저는 "다들 현금을 선호하는 분위기고 단기적으로 운용할 때에는 통안채나 국고채에 집중하는 분위기"라며 "발행시장이나 유통시장 모두 원활한 상태는 아니다"고 말했다.

◇ 빚 공화국..채무부담 우려

저금리를 타고 불어난 가계부채도 문제다. 지난 6월말 현재 대출과 외상구매를 포함한 가계신용은 660조3060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가구당 빚이 4000만원에 육박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주택담보대출 기준금리인 CD금리가 속등하면서 가계의 이자부담이 부쩍 늘었다는게 더 걱정이다.

오석태 씨티은행 이코노미스트는 "가계와 기업 부채가 한국 경제의 가장 큰 리스크"라며 "빚 문제를 연착륙시킬 수 있는 시점은 놓쳤고 비상착륙이라도 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이나 건설사 미분양 문제도 시한폭탄이다. 정부가 종합부동산세를 완화하는 등 부동산 시장을 살리기 위한 대책을 내놓았지만 얼어붙은 시장은 좀처럼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 리스크 조금이라도 줄여야

전문가들은 외부에서 시작된 문제인 만큼 뾰족한 대책은 없지만 일단 내부요인이라도 리스크로 확대되기 전에 다스려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우선 외화 뿐만 아니라 원화 유동성도 적시에 공급해 금융기관과 기업들간 자금순환 고리가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6일 은행장 간담회에서 환매조건부채권(RP) 거래를 통한 은행권 지준 완화, 통화안정증권의 탄력적 발행 등을 통해 유동성 공급에 나서겠다고 밝힌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가계와 중소기업 부채가 신용위험으로 확대되지 않도록 대응하는 것도 중요하다.
 
김준경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금리변화나 경기변화에 따라 중소기업의 매출이나 가계 소득도 달라지는 데다 담보의 가치도 변화하기 때문에 이 부분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면밀하게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 현재로서는 금리인하카드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높다.

한 채권 매니저는 "금융위기가 도미노 같아서 한쪽에서 구멍이 나면 연달아 무너지기 마련"이라며 "건설쪽에서 한두개 문제되는 것은 어쩔수 없다 하더라도 제조업쪽으로 확산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신석하 KDI연구위원은 "대내적으로 감세 등 많이 하고 있어서 남은 것은 금리 정도 밖에 없다"면서도 "물가가 아직 높아 내릴 수 있는 상황도 못 되기 때문에 경기 사이클 측면에서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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