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뉴욕 증시에서 미국 최대 자동차 업체 제너럴모터스(GM)의 주가는 1954년 이래 최저치까지 떨어졌다. 15%에 달한 낙폭 또한 1987년 이후 20여년 만의 최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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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릴린치가 `파산 가능성`을 언급한 데 대해 GM은 즉각 반박했다. GM은 이메일 성명을 통해 "2008년의 자금 요구분을 충족시키기에 충분한 유동성과 재무적 유연성을 갖추고 있다"며 "구조적인 비용을 줄이고 비핵심자산을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릭 왜고너 GM 회장도 최근 FT와 가진 인터뷰에서 "회사의 유동성과 관한 한 어떠한 시나리오에서도 올 연말까지는 좋은 모습을 보일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GM 올해는 괜찮다지만..내년 이후가 문제
문제는 자금상황이 괜찮을 것이라고 GM이 보증하는 기간이 `올 연말까지`라는 점이다. 주요 금융사들이 앞으로 몇 달 이내에 GM이 자금을 조달할 것이라고 잇따라 전망하는 이유다.
150억달러를 예상한 메릴린치 외에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JP모간 체이스는 GM이 각각 80억달러와 100억달러의 자금을 몇 개월 이내에 조달해야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S&P가 말한 `부정적인 상황`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미국의 평균 휘발유 가격은 사상 처음으로 갤런당 4달러선을 넘어섰다. 연간 자동차 판매는 1300만대에도 못미쳐 1990년대 초 이후 최악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이를 "미국의 인구 등을 고려해볼 때 재앙에 가까운 수치"라고 평가했다.
결국 자동차 시장이 계속해서 부진할 경우 GM은 자금을 조달하거나 현재 주당 1달러인 연간 배당금을 축소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상당수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자금상황 가장 나은 포드도 자산 유동화에 어려움
포드와 크라이슬러 등 다른 업체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2위 업체 포드는 `빅3` 가운데 현금 상황이 가장 나은 업체로 꼽힌다. 287억달러의 현금과 119억달러 규모의 신용공여(credit facilities), 재규어와 랜드로버 브랜드를 팔아 챙긴 대금 23억달러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같은 현금을 조달하기 위해 자산의 대부분을 담보 형태로 잡혔다는 것이 문제다. 뿐만 아니라 최근 포드 스스로가 영업손실을 보존하기 위해 현금을 유출하고 있다고 밝힌 데서 알 수 있듯 유동성이 빠져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말 이미 파산 루머에 시달린 바 있는 크라이슬러의 사정은 말할 것도 없다. 무디스는 "크라이슬러가 내년 말 또는 2010년 초 유동성 압박에 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빅3` 자금조달도 만만찮다..CDS 프리미엄 사상 최고·장기채 가격 폭락
미 자동차 `빅3`가 유동성 위기에 처할 경우 해법이 마땅찮다는 점은 우려를 더하는 부분이다.
GM과 포드의 장기 채권은 달러당 60센트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크라이슬러의 장기채는 50센트 수준까지 폭락한 상태다.
이들 자동차 3사의 크레디트디폴트스왑(CDS. 파산 위험에 대비한 보험 성격의 파생상품) 프리미엄 또한 사상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
김미(Gimme) 크레디트의 셜리 롬바드 선임 애널리스트는 "빠듯한 시장상황에서 회사명 앞에 `자동차`란 단어가 들어갈 경우 거래는 더욱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