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CEO 새해구상)⑨이원기 KB자산운용 사장

"작년보다는 어렵지만 서울증시 재평가 더 이어진다"
"올해 종목 선정에 따라 운용사 명암 크게 엇갈릴 것"
  • 등록 2006-01-24 오후 1:30:01

    수정 2006-01-24 오후 2:41:05

[이데일리 배장호기자] 활기 넘치는 도심 거리에서 한국 경제의 미래 역동성을 읽어내는 사람. 세계에서 제일 먼저 핸드폰으로 TV를 시청하고 영화도 보는 한국인을 통해 21세기 정보지식사회에서 한국의 비전을 확신하는 사람.

이원기 KB자산운용 사장(사진)은 바로 이런 사람이다. 시대 정신과 문화 현상을 통해 투자의 큰 시각과 자료를 구하는 그의 방법론도 유별나지만 한국 경제의 성장을 철석같이 믿는 그의 한국 증시 강세론도 유별나다.

이 사장은 올해가 작년보다 훨씬 수익율을 내기 어려운 시장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시장 넓이가 훨씬 좁아져 종목 선정에 어려움이 더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올해 펀드업계는 누가 종목을 더 잘 고르냐에 따라 자산운용사의 명암이 엇갈리고, 이에 따라 업체간 양극화 현상이 더 심화될 것이라는 게 이 사장이 생각이다.

그는 하지만 국내 증시의 상승 여력이 풍부하고 이에 따른 재평가 과정이 더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증시가 1983년을 기점으로 10년여 동안 10배 이상 올랐던 것처럼 한국 증시도 비슷한 재평가 과정이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최근 증시 급락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이 사장은 “벨류에이션이 이끄는 장은 크게 조정 받지 않는다”며 단기 조정을 끝내고 다시 상승세를 재가동할 것으로 확신했다.

20년 전 미국 증시가 대폭락(87년 블랙먼데이) 사태에도 불구 장기 상승흐름을 계속 이어갔던 선례와 같은 맥락이다.  이 사장의 투자 철학과 올해 운용계획을 들어본다.

- 사장님은 대표적인 한국증시 강세론자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는 풍부한 국내 유동성에 힘입어 증시가 내내 강세를 나타냈는데 올해도 이런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보는가. 최근 증시가 급락하면서 이러한 낙관론이 도전을 받고 있는데.

▲ 올해 시장흐름을 이야기 하기 전에, 지난해가 단순히 풍부한 유동성에 힘입은 강세장이 아니었다는 점을 밝히고 싶다.

작년 한 해에만 17조 6천억이라는 신규 투자자금이 적립식 펀드로 유입되어 주식시장의 수급상황이 현저히 개선된 점은 인정하지만, 작년은 주식시장이 제대로 된 평가를 받기 시작한 원년으로 봐야 한다.

단순한 유동성 장세였다면 어떻게 6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상승할 수 있었겠는가?

하지만 한국의 주가는 계량적 측면에서 아직도 가까이 있는 싱가포르, 홍콩 등에 비해 약 20%~30%정도 싸다. 또한 한국 기업들은 세계시장에서 경쟁하면서 지속적으로 시장 점유율을 상승시켜왔고, 기술과 같은 비계량적 측면에서도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한 우량 기업이다.

최근 원화의 평가절상에도 한국 수출기업들이 비가격경쟁력을 배경으로 실적을 유지하고 있는 모습은 이를 여실히 증명한다. 이제 저평가 상태를 극복하고 비교 국가보다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보다 코리아 프리미엄이라는 단어가 더 익숙해질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 주식시장을 비롯한 한국 자본시장이 체질적으로 달라졌다는 내외의 평가가 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고 느끼는 부분이 많을 것으로 안다. 오랫동안 외국계 금융회사에서 셀사이드(증권회사)와 바이사이드(자산운용사)를 두루 거친 경험에 비추어 아쉽다고 느끼는 부분이 있다면.

▲ 적립식펀드 대중화로 일부 개선되긴 했지만 여전히 장기 투자문화가 정착되지 못하고 있는 점은 안타까운 일이다. 최근 급락장에서 장기 투자수단인 적립식펀드마저 “언제든 빠져나갈 수 있다”는 시그널이 대두되는 것은 투자 시계(time horinzon)가 여전히 짧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무엇보다 시장 분위기가 좋으면 펀드 자금이 밀물처럼 몰리고 나쁘면 썰물처럼 빠지는 “펀드의 쏠림 현상”에 대해 심각히 생각해야 한다.

외국인 투자자들을 보라. 외국인은 대우사태 등으로 국내 증시가 폭락하던 직후인 지난 2001년부터 2003년까지 국내 주식에 집중 투자했다.

중간에 북핵 문제나 대통령 탄핵 등 메가톤급 이슈가 있었지만 외국인은 “싼 가격에 사서 오를때까지 기다리는 교과서적인 전략”을 철저히 지킨 결과 매년 대규모 이익을 내고 있다.

- 대표 부임 후 광개토펀드를 비롯한 KB운용의 주식형펀드가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무슨 비결이라도 있는가. 일각에서는 국민은행 프리미엄이란 비판적 시각도 있는데.
▲ 투자상품이 성장하는 기반은 수익률이다. KB자산운용은 지난 한 해 뼈를 깎는 노력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기존 운용프로세스를 개선하고, 리서치 역량을 강화하고 작년 11월에는 새로 주식운용본부장을 영입하기도 했다. 이 결과 회사의 성과가 괄목상대할 만큼 개선됐다. 단적인 예로 12월에는 회사가 운용하는 대부분의 주식형 펀드의 기간 수익률이 상위 10위 내에 들었다.

그리고 우리는 시장을 분석하고, 시장에 적합한 펀드를 출시했다. 되돌아 보면, 광개토 펀드가 출시된 7월은 새로운 주식형 펀드를 출시하기에 최악의 상황이었다. 실제로 그 당시에 다른 운용사는 출시를 머뭇거렸다. 잘 아시다시피 7월의 주가지수는 한국 투자자들이 넘기 힘들다고 믿었던 주가지수 1000을 돌파했었다.

하지만 우리는 시장의 장기상승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있었고, 또한 중국의 경제성장을 한국의 경제의 원동력으로 해석하고, 중국경제 성장에 수혜를 입는 기업에 집중투자하는 광개토 펀드를 출시했다.

확신을 가지고 추진하는 일이 어떻게 실패하겠는가? 광개토 펀드는 많은 투자자들의 동감을 얻었고, 수익률도 동기간의 KOSPI보다 10% 이상 높았다. 지금 광개토 펀드는 1조원을 바라보고 있다.

광개토 일석이조도 마찬가지다. 높아진 주가지수만큼 변동성도 확대될 것으로 판단하고, 변동성이 높은 장에서 수익률과 위험을 잘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한 결과 국내 최초의 스타일배분 펀드인 광개토 일석이조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우리는 투자상품을 개발하고 운용하는 회사다. 그리고 투자상품은 수익률과 정확한 시장분석에 근거하지 않고서는 성공하기 어렵다.

- KB운용은 최근 1조2000억원에 육박하는 초대형 인프라펀드를 설정해 화제를 모았는데, 이번 펀드를 계기로 KB운용이 대안투자펀드 분야를 강화한다고 해석해도 될런지.

▲ 업계에서 가장 먼저 대안투자펀드 분야를 강화한 회사가 KB자산운용이다. 최근에 관심을 모은 최초의 SOC펀드인 발해도 한발 앞서 준비를 시작한 회사였기에 준비할 수 있었다.

이제 한국도 투자자가 다양한 투자자산을 접하고 선택할 권리를 가져야 한다는 의미에서 KB자산운용도 서서히 SOC펀드 및 부동산 펀드 등의 대체투자(AI)를 늘려 나갈 계획이다.

운용사입장에서도 대안투자펀드는 의미 있는 사업분야다. 단적으로, 최근에 출범한 1.2조원 규모의 발해 인프라 펀드는 15년간 환매가 안 되는 장기펀드로, 운용사 입장에서 보면 장기 수익 기반의 중요 사업이다.

한편 파생상품을 이용한 구조화 상품에 대한 투자도 늘려 나갈 계획이다.

- 올해 주력하고자 하는 상품은 어떤 분야인가. 또 올해 특히 중점을 두는 운용전략이 있다면.

▲ KB자산운용은 올해도 주식형 펀드에 중점을 주고자 한다. 전통적 투자자산인 주식을 근거로 한 주식형 펀드는 자산운용회사의 핵심이다. 2006년은 KB자산운용이 주식형펀드로 확실히 자리잡는 한 해가 될 것이다.

올해의 시장은 작년과 다른 양상을 보여줄 것으로 판단한다. 작년이 모든 업종과 종목이 고루 상승한 장이었다고 한다면, 올해는 업종과 종목별 차별화가 심화될 것이다.

올해는 보다 확대된 리서치 역량을 기반으로 저평가 매력이 있는 산업과 종목을 발굴하고, 이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슬림화할 예정이다.

올해 운용전략의 핵심은 시장에 대한 냉정한 분석과 빠르고 정확한 대응이다.

- KB운용의 운용철학과 향후 회사의 비전을 소개한다면.

▲ KB자산운용은 철저히 바텀업 접근(Bottom-up Approach)을 지향한다. 이미 한국시장도 과거와 같이 단순한 시장흐름이나 경제전망으로 높은 시장수익률을 향유하기 어려운 시장이 되어 버렸다.

섹터매니저의 철저한 기업분석을 기본으로 한 모델 포트폴리오 구성이 요구되고, 선별투자가 필요한 현 상황을 감안할 때 바텀업 접근은 필수다.

둘째로 균형 있는 포트폴리오를 구축하여 투자수익 변동성의 최소화를 추구한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고객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변동성을 최소화해야 한다.

외국의 자산운용산업이 발전할 수 있었던 이유는 투자수익 변동성을 성공적으로 관리한 장기간의 Track record가 존재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의 Needs와 투자성향에 부합하는 운용을 하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투자자에게 인정받는 자산운용회사가 되고 싶다.

단기적으로는, 먼저도 언급 했지만 2006년을 주식형 펀드의 명실상부한 리더로써 고객에게 확실하게 인식되는 원년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우리는 시장 점유율과 수익율 면에서 각각 상위 10%내를 꾸준히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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