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장으로 뇌 자극했더니···행동과 감정도 조절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국내 연구진이 자기장으로 뇌 회로를 조절해 행동·감정의 비밀을 풀었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천진우 나노의학 연구단장 연구팀이 이창준 인지사회성 연구단장 연구팀과 자기장을 통해 특정 뇌 신경회로를 무선·원격으로 정밀 제어하는 ‘나노-MIND(Magnetogenetic Interface for NeuroDynamics)’ 기술을 개발했다고 4일 밝혔다.

기초과학연구원 연구진.(왼쪽부터)천진우 나노의학 연구단장, 곽민석 나노의학 연구단 연구위원, 이재현 나노의학 연구단 연구위원, 최서현 나노의학 연구단 박사후연구원.(사진=기초과학연구원)

인간의 뇌는 약 1000억개 이상의 뇌 신경세포(뉴런)와 여러 가지 뉴런으로 구성된 더 많은 수의 뇌 회로로 이뤄져 있다. 이 중 특정 뇌 회로를 제어하는 것은 인지, 감정, 사회적 행동 등 고차원적 뇌 기능의 원리를 규명하거나 각종 뇌 질환의 원인을 알아내는 데 필수적이다.

특히 생각만으로 외부기기를 제어하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발전에도 꼭 필요하다. 궁극적으로 BCI는 뇌와 컴퓨터 간 양방향 무선 통신을 실현해 기기를 제어하고, 컴퓨터 정보를 습득해 뇌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자기장은 생체 투과율과 안전성이 뛰어나 MRI에서처럼 생체 신호를 읽어내 질병을 진단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하지만 자기장으로 특정 생체 신호를 조절하거나 뇌 회로를 정밀하게 제어하는 것은 과학계의 난제였다.

연구팀은 자기장을 이용한 차세대 자기유전학 나노-MIND 기술로 특정 뇌 회로를 자유자재로 제어해 동물의 감정, 사회성, 동기부여 등 뇌 기능을 조절했다.

이 기술은 자기장과 자성을 띠는 나노입자를 이용해 원하는 뇌 회로를 선택적으로 활성화할 수 있다. 원하는 뇌 회로에 나노-자기수용체를 생성시키고, 원하는 시점에 회전자기장 자극을 줘 뇌 회로의 시공간적 제어가 가능하다.

연구팀이 모성애를 조절하는 뇌 회로가 활성화하자 어미 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어린 쥐를 자신의 둥지로 데려오는 등 어린 쥐에 대한 돌봄 행동을 촉진했다.

음식 섭취는 외측 시상하부(생리기능조절 핵심 영역)의 동기부여 뇌 회로를 활성화해 조절할 수 있었다. 억제성 뉴런을 활성화한 쥐는 식욕과 섭식 행동이 100% 증가했다. 반대로 흥분성 뉴런을 활성화할 경우 쥐의 식욕과 섭식 행동이 절반 이하로 줄었다.

연구팀은 이번에 개발한 기술로 뇌 회로를 선택적으로 활성화해 뇌 기능을 양방향으로 조절 가능할 수 있으며, 다양한 종류의 뇌 회로에도 적용 가능한 기술임을 증명했다고 밝혔다.

천진우 단장은 “자기장으로 특정 뇌 회로를 자유자재로 조절한 경우는 세계 최초로 뇌과학의 차세대 플랫폼 기술이 될 것”이라며, “뇌 회로 기능, 작동 원리 규명, 정교한 인공신경망과 양방향 BCI 기술 개발, 뇌 신경질환의 새로운 치료법 개발 등 광범위하게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Nature Nanotechnology)’에 지난 3일자로 게재됐다.

‘나노-MIND’ 기술을 활용한 동기부여 조절과 뇌 회로 양방향 조절.(자료=기초과학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