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궁핍해서”…6·25 참전용사, 마트서 반찬 훔치다 체포

젓갈, 참기릉 등 8만 3000원치 반찬거리
경찰, 생활고 고려해 즉결심판 예정
“국가 위해 헌신한 분인데 상황 안타깝다”
  • 등록 2023-06-23 오후 12:41:07

    수정 2023-06-23 오후 12:41:07

[이데일리 이준혁 기자] 6·25전쟁 73주년을 이틀 앞둔 이날 생활고에 시달린 6·25 참전용사가 마트에서 반찬거리를 훔치다가 붙잡혔다는 소식이 전해져 안타까움을 남긴다.

23일 부산진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7일 마트에서 물건을 훔친 혐의로 80대 후반 남성 A씨를 입건했다.

A씨는 4월부터 5월 초까지 한 달여간 주거지 주변 한 소형 마트에서 7차례에 걸쳐 젓갈, 참기름, 참치캔 등 8만 3000원 어치의 반찬거리를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로 범행 장면을 확인하고 주소지를 파악해 A씨를 검거했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당장 쓸 수 있는 돈이 부족해서 물건을 훔쳤다”면서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지난 22일 광주광역시 육군 제31보병사단에서 열린 호국보훈행사에서 6·25 참전용사들이 군악대 공연을 보며 손뼉 치고 있다. 기사 내용과 무관한 사진. (사진=연합뉴스)
6·25전쟁 참전 유공자로 확인된 A씨는 1953년 전쟁 마지막 해에 참전했다가 제대한 뒤 30여년간 선원 생활 등을 하면서 생계를 꾸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배우자를 먼저 떠나보낸 뒤 혼자 정부 지원금 약 60만원으로 한 달을 버텨온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사건이 경미한 점과 A씨가 생활고 등을 겪은 점을 고려해 A씨를 즉결심판 청구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나이가 드시며 이가 약해져서 밥을 드실 때 참기름이나 젓갈 등이 필요해 훔친 것으로 조사됐다”면서 “국가를 위해 헌신한 분인데 상황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이 사건을 계기로 부산진구 내 거주하는 국가유공자 중 홀몸노인 15가구를 경찰이 방문해 말벗을 해드렸다”면서 “다리에 총상을 입어 거동이 불편한 분 등도 있었는데 적절한 돌봄과 지원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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