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진 장관의 방중은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아 성사됐다. 이 기간 박진 장관은 산둥성 칭다오에서 왕이 부장과 한중회담을 열고, 재중국 교민·기업인 간담회 및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도 진행한다. 특히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으로 미중 갈등이 최고조에 이른 시점이라 더욱 주목된다. ‘미국통’으로 꼽히는 박진 장관이 중국에 어떤 메시지를 내놓느냐에 따라 윤석열 정부의 대중외교 향배가 결정될 수밖에 없다.
외교부는 박 장관의 방중을 통해 “한중관계와 한반도 및 지역·국제 문제 등 상호 관심사에 대해 논의한다”고 밝혔다. 특히 미국이 주도하는 반도체 공급망 대화, 이른바 ‘칩4’ 가입을 놓고 중국이 불참을 압박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박 장관은 ‘칩4’가 중국을 배제하는 방식으로 운영되지 않을 것임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외교부 업무보고에서 “중국이 오해하지 않도록 적극적인 외교를 하라”고 당부했다.
이벤트성 방중 안돼…‘칩4’ 발상의 전환 필요
전문가들은 이번 방중을 계기로 한중 소통 채널을 강화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에 대한 중국의 불신이 크기 때문이다. 박 장관도 지난달 윤 대통령 업무보고 때 중국과의 ‘외교·국방 당국 2+2 차관급 대화’ 가동 의사를 밝혔다.
박승찬 중국경영연구소장은 “한중 소통 채널을 복원해야 한다”며 “요소수 사태를 비롯해 한중 간 소통이 부족해 생긴 일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중수교 30주년을 기념해 마련된 회담이지만, 이벤트성으로 그쳐서는 안 될 것”이라며 “중국 측 입장을 최대한 많이 들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주 교수는 ‘칩4’와 관련해서도 발상의 전환을 제시했다. 그는 “우리가 협의체에 들어가 중국을 챙겨주겠다고 설득할 필요가 있다”며 “한국, 미국, 일본, 대만 4개 나라 가운데 중국을 챙겨줄 수 있는 나라가 우리밖에 더 있겠나. 그 레버리지를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진 장관은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회의, 아세안 관련 외교장관회의 등 다자회의뿐 아니라 양자회담에도 적극 임해왔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 등과 취임 후 네 차례 만난 게 대표적이다. 다만 이러한 광폭 행보에도 가시적인 성과가 뚜렷하지 않다는 점은 과제로 꼽힌다. 박승찬 소장은 “대통령실과의 협조를 전제하기 때문에 (박진 장관의) 운신의 폭은 넓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