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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170조‥연내 200조 돌파할 듯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기준 전 금융권의 전세자금대출 금액은 170조원을 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로는 작년 9월 말 현재 은행과 주택도시기금 재원을 바탕으로 한 전 금융권의 전세대출이 총 151조1000억원 규모다. 이후 은행 재원 전세대출만 19조4000억원이 불어난 상태다. 주택도시기금 재원 대출도 연간 5조원 안팎 증가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정도 규모가 됐으리란 것이다. 올 들어 전세대출이 매달 3조원 안팎 증가하고 있어 연내 200조원 돌파는 어렵지 않을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말 66조6000억원 규모였던 전세대출이 불과 5년 만에 3배가 급증하는 것이다. 은행권 전체 주택담보대출(743조2000억원) 가운데 전세대출이 약 20%를 차지하는 셈이다.
최근 전세대출이 급격히 불어난 것은 전세 가격이 가파르게 오른 영향이 크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해 7월 말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지난달까지 전국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은 2억5554만원에서 3억674만원으로 20.03% 올랐다. 문재인 정부 출범(2017년 5월) 이후 3년간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 상승률(5%)보다 네 배 높다. 특히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지난달 처음 6억원을 돌파했을 정도다.
은행 입장에서도 전세대출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은행의 전세대출은 주택금융공사나 주택도시보증공사(HUG), SGI서울보증의 보증을 끼고 이뤄진다. 은행으로서 돈 떼일 부담은 거의 없어 전세대출은 은행의 효자상품이다. 게다가 서민 실수요자를 대상으로 해 규제에서도 빗겨나 있다. 정부는 오는 7월부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단계적으로 강화할 방침이지만 전세대출은 예외로 뒀다.
문턱 높이는 은행권‥전세 값 하락시 부실 우려
하지만 요즘 들어 전세대출 수요가 지나치게 몰리자 은행권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급한 대로 금리를 높이며 수요조절을 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전세대출의 최대 우대금리 폭을 0.1%p 낮춘 데 이어, 지난 3월에는 주택금융공사와 주택도시보증공사가 보증하는 전세대출의 우대금리도 0.2%p 내렸다.
전세대출을 중단하는 사례도 등장했다. 우리은행은 올해 3월 말 우대금리 폭을 0.2%p 하향 조정한 뒤 전세대출이 계속 확대되자, 결국 이달 들어 모든 전세자금대출 상품을 제한적으로 취급하기로 했다.
일부에서는 전세대출이 전세를 끼고 집을 사두는 갭투자를 부추길 수 있다는 걱정도 내놓고 있다. 세입자들이 전세대출 받기가 쉽다보니 전세가격을 올리기도, 세입자 구하기도 어렵지 않아 투자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전세대출 증가속도가 예상보다 빨라 전체 가계대출 관리 측면에서도 위협이 될 수 있다. 전세대출을 제어할만한 수단이 마땅찮기 때문이다. 자칫 전세대출을 조였다가 실수요자들이 강력하게 반발할 수 있다. 지금과 같은 증가속도를 방치했다가 전세대출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통제권을 벗어날 수 있다는 걱정도 나온다.
은행권 관계자는 “서민 실수요자 주거비용을 낮추려 나온 전세대출이지만 이제는 전체 가계부채를 늘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면서 “금융당국도 고민이 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