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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임 부장판사는 건강 악화로 수술을 받은 직후 지난해 4월 김 대법원장과 면담을 진행하고 건강상 이유로 사표를 제출했다. 이에 김 대법원장은 “지금 뭐 탄핵하자고 저렇게 설치고 있는데 내가 사표 수리했다 하면 국회에서 무슨 얘기를 듣겠냐 말이야. (중략) 오늘 그냥 수리해버리면 탄핵 얘기를 못 하잖아”라고 답하며 이를 반려했다.
문제는 추후 이같은 면담 내용이 한 언론을 통해 보도되자 대법원이 이에 지난 3일 ‘거짓해명’을 하면서 불거졌다. 당시 대법원은 “탄핵 문제로 사표를 수리할 수 없다는 취지의 말을 한 사실은 없다”는 취지의 해명을 내놓자, 임 부장판사는 면담 당시 앞선 김 대법원장의 발언을 녹음한 녹취록을 공개하며 거짓해명 사실을 폭로한 것이다.
형사고발과 진정에 더해 김 대법원장의 도의적 책임을 묻는 법조계 내 비판은 더욱 거세다.
임 부장판사 동기인 사법연수원 17기 140여명은 지난 5일 ‘임성근 판사 탄핵에 대한 우리의 입장’이라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김명수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들은 “법원의 수장으로서 지켜야 할 판사를 보호하기는커녕 탄핵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도록 내팽개쳤다”며 “심지어 일국의 대법원장으로서 임 부장판사와의 대화 내용을 부인하는 거짓말까지 해 법원의 권위를 실추시켰고 다수의 법관으로 하여금 치욕과 자괴감을 느끼게 했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사안의 본질인 판사 탄핵 자체에 대해서도 일종의 ‘정치적 개입 아니겠냐’라는 의구심 어린 지적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오는 21일부로 판사복을 벗는 김태규 부산지법 부장판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탄핵의 정치적 남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냈다.
그는 “만약에 최근에 사회적으로 관심을 받은 정경심 교수의 판결, 윤석열 검찰총장의 두 차례에 걸친 집행정지신청의 인용,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판결문에 박 시장의 성추행 사실을 적시, 최강욱 대표의 유죄선고 등과 같은 사건에서 모두 범여권에게 유리한 판결을 했더라면 그때도 과연 여권은 법관탄핵을 얘기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며 “법관탄핵을 하려면 법제사법위원회의 조사와 의회 차원에서의 충분한 논의를 하고, 판결문에서 방론으로 언급되는 정도의 비위가 아닌 충분한 비위를 찾은 다음, 그다음에야 탄핵 의결로 나아가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