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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이날 오후 5시 30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주최 측 추산 10만명의 시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22차 범국민행동의 날’ 본행사를 열었다. 주말 촛불집회가 열린 것은 지난달 25일 이후 3주 만이다. 평소보다 짧게 집회를 끝낸 후 같은 자리에선 4·16 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와 4·16 연대 등이 ‘4월 16일의 약속, 함께 여는 봄’ 추모 문화제를 이어갔다. 이날 집회와 문화제에선 시민들이 추모 분위기에 맞춰 노란 리본을 매달거나 노란 손수건 등을 둘렀다.
“미수습자 9명, 이제 집으로 가자”
박래군 퇴진행동 적폐특위 위원장은 기조발언에서 “해양수산부는 미수습자 가족과 유가족을 갈라치기 하면서 갈등을 조장하고 있고 여전히 비밀주의로 일관하고 있다”며 “독립기구인 선체조사위원회가 미수습자 수습과 선체조사, 선체보전 등을 주도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해수부를 철저히 감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퇴진행동은 아울러 구속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우병우 전 민정수석 등 공범의 구속 등을 촉구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배치 철회 등도 요구했다.
이들은 촛불정신에 부합하는 자를 차기 대통령으로 뽑자는 제안도 했다. 안진걸 퇴진행동 공동대변인은 “촛불대선이고 민생대선, 평화를 만들고 좋은 나라를 만들어나가는 대선이어야 할 이번 대선이 한반도 긴장과 대결 속에서 치러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자리에는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와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성남시장 등이 참석했다. 박 시장은 무대에서 미수습자 9명의 이름을 일일이 호명한 뒤 “이제 그만 긴 여행에서 돌아와 우리 함께 집으로 가자”고 말했다. 이 발언에 유가족들은 눈물을 흘렸다.
시민·유가족·생존자 위로와 격려 나눠
촛불시민과 유가족들, 생존자들은 공개 편지를 통해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했다. 서울 강남역 출구 앞에서 3년째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서명을 받아온 최영숙(여)씨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시민들이 변하기 시작하더니 희망이 생겼고 세월호도 드디어 뭍으로 올라왔다”며 “힘들어도 진실은 꼭 밝혀지고 내가 누군가의 아픔을 같이 한다면 내가 아플때 누군가가 내 옆에 있을 거라는 걸 믿게 됐다”고 준비해온 편지를 읽었다.
일반인 생존자 중 한 사람인 김성묵씨는 “2년 가까운 시간을 외부와 단절한 채 숨어지냈다가 겨우 용기를 내어 밖으로 나오게됐다”고 지난날을 풀어냈다. 이어 “얼마 전 세월호 선체가 육지 위에 힘겹게 올려졌지만 아직 인양됐다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절대 아니다”며 “세월호 안에 희생자들의 꿈이 실려있고 유가족들의 아픔이 실려있으며 생존자들의 악몽과 고통이 실려있다”고 강조했다.
고(故) 박성호군(단원고 2학년 5반) 누나 박보나씨도 동생을 그리워하며 쓴 글을 시민들 앞에서 읽었다.
김혜진 4·16 연대 상임위원은 “우리 모두가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겠다고 약속한다는 것은 진실규명과 책임자 처벌만이 아니라 사람을 그 자체로 소중하게 여기겠다는 약속”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광화문광장과 마로니에공원 등에선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세월호 3주기 대학생준비위원회, 세월호를 기억하는 원불교인들의 모임 등이 각자 세월호 3주기를 추모하는 행사를 열었다.
퇴진행동은 오는 29일 광화문광장에서 23차 촛불집회를 열겠다며 시민들에게 동참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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