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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 재건축 이주 물량 증가로 이 일대 전셋집이 동이 났다. 임씨처럼 자녀 학교나 직장 문제로 멀리 가지 못하는 세입자들이 어쩔 수 없이 월세로 옮겨가는 경우가 늘면서 월셋값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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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곳이 서울 동남권에 위치한 강동구. 한국감정원 시세 조사에 따르면 강동구는 지난 1월 한 달간 아파트 전셋값이 1.62% 올라 전국 평균(0.37%) 및 서울 전체 변동률(0.40%)을 크게 웃돌았다. 지난해 8월부터 6개월 간을 비교해도 강동구 아파트 전셋값은 5.47% 뛰어 같은 기간 서울지역 전셋값 평균 상승률 2.38%의 두 배가 넘는다.
이들 단지 거주자들이 인근 아파트에서 전셋집을 구하다보니 물량이 달려 전셋값이 급등하고 있는 것이다. 인근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고덕동 고덕 주공3단지 전용면적 48.6㎡짜리 아파트는 올해 들어 전세보증금이 4000만~5000만원 올라 1억 5000만~1억 6000만원 선을 형성하고 있다.
전세 못지 않게 ‘반전세’ 시세도 강세다. 이 아파트 같은 면적 기준으로 지난해의 경우 보증금 2000만원에 월 임대료 50만원 정도였지만 지금은 월세가 10만~15만원 더 올라 60만~65만원이다. 일년으로 계산하면 세입자가 120만~180만원을 더 내야 하는 것이다. 고덕리엔파크 3단지도 전용면적 59㎡형 기준 전셋값은 지난해 3억 1000만원에서 현재 3억 5000만원으로 뛰었다. 반전세도 보증금 1억원에 월 80만원에서 현재 월 100만원으로 20만원이나 올랐다. 고덕동 부자공인 최병국 대표는 “재건축아파트 소유자들은 이주비를 받아 인근의 비싼 아파트 전세로 옮겨가고 있지만, 세입자들은 더 먼 곳으로 내몰리거나 자금 사정상 여의치 않을 경우 월세로 전환하고 있다”며 “재건축 이주가 앞으로 1년 내내 진행되기 때문에 올해는 전세뿐 아니라 월셋값도 계속 오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강남4구에서 1만2700여가구 이주…최악의 전세난 예고
지난해 말 서초동 우성2차 아파트(403가구)와 반포동 삼호가든 4차 아파트(414가구)가 이주를 시작한 서초구도 전·월셋값이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서초동 삼풍아파트 전용면적 79.47㎡형은 전셋값이 7억원으로 지난해 말에 비해 2억원 정도 올랐다. 월셋값도 오름 폭이 커지고 있다. 이 아파트 월세는 지난해 말 보증금 3억원에 120만~130만원 선이었지만 지금은 월 임대료가 150만원을 넘고 있다. 보증금이 4억원일 경우 매달 120만원 정도를 내야 한다. 인근 잠원동 S공인 관계자는 “서초구의 경우 학군 때문에 (타 지역으로) 옮겨가지 못하는 세입자들이 많아 월셋집도 남은 물량이 거의 없다”고 전했다.
월세는 주거비 부담이 전세보다 큰 만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박기석 한국감정원 부동산연구개발실장은 “서울 강남권 전세 이주 수요 중 약 5000가구는 인근 비슷한 수준의 아파트로 유입되겠지만, 나머지는 경기권으로 떠밀려 나가거나 월셋집으로 옮길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수도권 인근에 서민용 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한편 인근 지역의 연립·다세대주택의 공실 및 시세 정보 등을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