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기초연금 축소 관련 朴대통령 입장

  • 등록 2013-09-26 오전 11:43:51

    수정 2013-09-26 오전 11:43:51

[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기초연금 축소 논란과 관련, “어르신들 모두에게 지급하지 못하는 결과가 생겨 죄송한 마음이다”라고 밝혔다.

다음은 복지공약 후퇴에 대한 박 대통령의 입장 표명 전문이다.

“세입 여건이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로서는 최선을 다해 내년도 예산을 짰습니다. 경제활성화와 일자리창출에 우선적으로 재원을 배정해서 경제를 살려야 하는 절박함을 담았습니다. 이번 예산에서 현안이 되고 있는 기초연금안은 제가 과거 국회의원 시절부터 주장해온 것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노인빈곤율은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높고, 많은 어른신들께서 경제적으로 매우 힘들게 살아가고 계십니다. 지금의 어르신들은 우리나라가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하기까지 헌신하고 자녀들을 키우느라 정작 본인의 노후를 준비 못 하신 분들입니다. 저는 이분들이 노후를 보낼 수 있는 최소한의 소득은 국가가 보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국민들의 노후를 보장하기 위해 도입한 국민연금은 아직 성숙하지를 못해서 많은 어르신들이 국민연금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거나 급여가 충분하지 못합니다.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서 기초연금을 도입해서 국민연금에 가입조차 못 하신 많은 어르신들께 노후에 필요한 최소한 소득을 보장 해 드리고 1인1연금을 정착시켜서 OECD 최고수준인 우리나라 노인빈곤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 저의 소신이었습니다.

2008년에 도입한 기초노령연금은 급여액이 9만6천원으로 너무 적어서 그것으로는 이것저것 떼고 나면 남은 것이 별로 없습니다. 이것으로는 어르신들의 생활이 안 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리고 국민연금과 연계가 돼 있지 않아서 국민연금이 성숙되어도 그것과 관계없이 지속적으로 재정지출이 증가하도록 설계돼 있기 때문에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은 기초연금 도입을 주장했지만 여당의 반대로 기초노령연금을 도입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18대 국회에서 연금제도를 근본적으로 개혁해서 연금의 효율성과 재정건전성을 확보하고자 연금제도 개선 특별위를 구성했지만 결론 내지 못한 채 무산되고 말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지난 대선에서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고 지속가능한 노후 소득보장 제도를 만들고자 기초연금 도입을 해야 한다는 판단 아래 약속을 드렸습니다.

대통령에 당선된 후 기초연금을 도입하고 실천하기 위해서 인수위원회와 국민을 대표하는 각계각층 전문가와 대표들이 참여한 국민행복연금위원회 등에서 많은 논의를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현재의 재정여건도 좋지 않지만 모든 어르신들께 20만원을 지급할 경우 2040년에는 157조원의 재정소요가 발생하게 돼서 미래세대에게 과도한 부담 넘기는 문제가 지적됐고, 국민연금과 별도로 기초연금제도를 설계하게 되면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한계도 제기됐습니다. 그래서 국민행복연금위는 소득상위 20~30%는 제외하고 모든 어르신들에게 기초연금을 지급하는 방안이 타당하다는 데 대해서 합의점을 찾았습니다.

세계경제의 침체와 맞물려 현재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세수부족이 큰 상황이고, 재정건전성도 고삐를 쥐어야 하는 현실에 직면해 있는 상황에서 불가피한 선택이었습니다. 이번에 마련한 기초연금 방안은 현재의 재정상황과 세대 간 형평,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고려해서 비교적 경제적 형편이 나은 30%의 어르신들을 제외한 모든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시작하도록 설계를 했습니다. 이 기초연금안이 도입되면 내년부터 기초연금 대상자의 90%인 353만명이 20만원을 받게 됩니다. 나머지 10%의 대상자분들은 10만~19만원까지 지원을 받아서 현행 기초노령연금에 비해 더 많은 급여를 수령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일부에서는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길수록 손해라는 주장이 있는데 그것은 사실과 다릅니다. 가입기간이 길수록 가입자가 받게 되는 총급여액은 늘어나서 더 이익이 됩니다. 어떤 경우에도 연금에 가입하신 분들이 지금보다 더 많이 받게 되도록 돼 있고, 연금에 가입해서 손해보는 분들은 없습니다.

국민연금 가입자든 아니든 지금보다 손해가 발생하지 않고, 광범위한 국민연금 사각지대 문제를 대부분 해소하고 국가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부가 이번 예산안에 반영한 기초연금은 충분하지는 않지만 노후에 최소한의 생활을 할 수 있는 사회안전망을 국가가 제공하되 다음 세대에게 과도한 경제적 부담 지우지 않도록 만든 대안입니다.

그러나 그동안 저를 믿고 신뢰해주신 어르신들 모두에게 지급하지 못하는 결과가 생겨서 죄송한 마음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결국 공약의 포기는 아닙니다. 국민과의 약속인 공약은 지켜야 한다는 저의 신념은 변함이 없습니다. 실제로 재정을 수반하는 대부분의 공약은 계획대로 내년도 예산안에 담겨 있습니다. 비록 지금은 어려운 재정도 지하경제 양성여건 때문에 약속한 내용과 일정대로 실행에 옮기지 못한 부분들도 임기 내에 반드시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일부에서 지적하는 것처럼 이런 상황에서 복지를 비롯한 정부 공약을 원점에서 전면 재검토하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정부의 책임있는 자세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우리가 복지확충을 위해서 노력을 해왔지만 아직도 선진국에 비해서는 미흡한 실정입니다. 향후 한국형 복지국가 건설은 시대적 과제이자 우리나라가 가야 할 방향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저는 앞으로 소득상위 30%의 어르신들에 대해서도 재정여건이 나아지고 국민적 합의가 있다면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습니다. 기초연금을 포함해서 우리 사회에 필요한 복지제도는 국민적 합의가 전제된다면 더 강화될 필요가 있습니다. 이것을 실천하기 위해서 저는 대선때 공약했던 국민대타협위원회를 만들어서 국민들의 의견 수렴해서 해나가겠습니다.

정부는 모든 것을 투명하게 국민께 알리고 여기서 조세의 수준과 복지수준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통해서 국민이 원하는 최선의 조합을 찾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빨리 경제를 살려서 세수가 확보돼야 합니다. 이를 위해 저는 세일즈외교와 경제활성화를 위해서 시간을 아껴가면서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 지하경제 양성화와 그동안 오랫동안 해결하지 못했던 추징금 문제, 세금탈루 문제의 해결을 통해서 재원을 확보하고자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경제부흥과 일자리창출을 통한 세수확보 등의 모든 노력은 대통령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정치권과 국민들이 다 함께 힘을 모아서 제2의 한강의 기적 일으켜야 가능합니다. 지금 외국인투자촉진법과 부동산 관련법 등 경제활성화를 위한 법안들이 국회에 산적해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외국인투자촉진법이 지난번 국회에서 통과되지를 않아서 오랫동안 기다려온 2조원 이상의 외국인 투자가 이뤄지지 못하고 따라서 일자리 창출 기회도 물거품이 돼서 안타까웠습니다. 이번에도 이 법이 통과되지 않으면 다른 곳으로 갈 위기에 처해있는데 이런 일련의 법안들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한다면 경제를 살리는데 더욱 힘들어질 것입니다. 부디 여야가 서로 협력해서 민생법안들이 빨리 통과되도록 협조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기초연금은 역대 정권에서도 공약을 했었지만 여러 가지 난관에 부딪쳐서 시행조차 못 했던 제도입니다. 하지만 저는 경제를 살려서 기초연금을 비롯한 공약을 지켜나가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국민 여러분들께서 저와 정부의 의지를 믿고 지켜봐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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