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소비심리 부진과 부동산 침체로 증가세가 한풀 꺾였던 가계대출이 23개월 만에 가장 많이 늘었다. 연말까지 취득세와 미분양 주택 양도세를 감면해주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 ‘9.10 부동산 대책’이 시행되면서 그동안 주택 구입을 미뤄왔던 투자자들이 거래에 나선 까닭이다. 마이너스 대출 역시 지난해 5월 이후 가장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추석 연휴 동안 썼던 신용카드 대금이 빠져나간 것이 영향을 미쳤다.
한국은행이 8일 발표한 ‘10월중 금융시장 동향’을 보면 10월 은행 가계대출은 전월보다 4조7000억원 늘었다. 이는 2010년 11월 이후 가장 큰 폭의 증가세다. 모기지론 양도를 포함한 주택담보대출이 3조2000억원 늘며 전체적인 대출증가를 이끌었다.
한은은 9·10 부동산 대책이 시행되기를 기다리면서 거래를 미뤄왔던 투자자들이 10월 이후 본격적으로 주택거래를 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9·10 부동산대책은 지난 9월24일 시행되면서 서울시 아파트 10월 거래량이 전월보다 1824계약 늘어난 3946계약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4월 이후 가장 많은 거래량이다.
마이너스 대출 역시 1조5000억원 늘며 지난해 5월 이후 증가폭이 가장 컸다. 올해 추석이 9월말에 있어 연휴 때 썼던 신용카드 이용대금 결제일이 10월로 이월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마이너스 통장 대출 등을 통해 신용카드 이용대금을 결제하려는 수요가 많아졌다는 설명이다. 은행들이 신용도가 높은 우량 고객을 중심으로 대출 확대 노력을 한 것도 이유로 꼽혔다.
다만 한은은 마이너스 통장 대출 등이 늘어났다고 해서 소비심리가 회복되고 있다고 보기에는 이르다고 밝혔다. 윤상규 한은 금융시장팀 차장은 “9월에 7000억원정도 마이너스 통장 대출이 줄었다는 것을 고려하면 이전과 비슷한 미약한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