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강종구기자]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지난 3일 의회에 제출한 2004회계연도(2003.10월~2004.9월) 예산안은 사상 최대인 3070억달러의 적자를 포함하고 있다. 2조2300억달러 규모의 예산안은 ▲경제의 장기성장 촉진 ▲테러방지 ▲국가안보 강화 등 크게 세가지 축을 중심으로 짜여졌다.
국방예산은 올해보다 4% 이상 늘어난 3799억달러로 책정됐다. 이 중 이라크와의 전비는 예산안에 반영돼 있지 않아 별도 처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무부 예산 80억8000만달러중에는 미국 주재 외교공관에 대한 테러 방지 예산이 17% 증액돼 포함돼 있다. 또 에너지부에는 핵물질 확산 방지에 추가로 30%의 예산이 더 배정됐다.
이번 예산안에는 부시대통령이 최근 발표한 10년간 6740억달러의 경기부양책이 포함돼 있다. 재정적자가 기록적으로 늘어난 것도 이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노년층에 대한 의료비예산을 늘려잡았고 에이즈 퇴치비용도 증액됐다. 취업교육이나 연구개발비 예산도 많아졌다.
부시 예산안에 대한 평가는 그리 좋지 않은 편이다. 우선 행정부가 너무 낙관적인 근거로 예산을 산출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예산안은 미국 경제가 올해 2.9%, 2008년까지는 연평균 3.3% 성장할 것이란 장밋빛 전망을 기초로 짜여졌다. 그러나 이는 전문가들의 비관론과는 크게 상치되는 것이어서 향후 정부의 재정적자가 당초 예상보다 더욱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다음은 부시 예산안의 주요 이슈.
◇대북 에너지 지원 삭제
부시 예산안은 지난 1994년 북-미 제네바합의서 체결 당시 북한에 약속했던 에너지개발 지원을 중단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미 국무부 예산담당 관료는 2004년 예산에서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와 관련된 항목이 모두 삭제됐다고 밝혔다. 2003회계연도 예산에는 350만 달러의 KEDO 분담금을 책정한 바 있다.
현재 북한 금호지구에 건설중인 경수로 원자력발전소는 제네바합의에 따라 북한이 영변지역의 핵시시설을 동결하는 대신 미국과 한국 및 일본, 유럽연합이 공동으로 전력보상을 위해 건설해주기로 약속했던 사업이다.
월스트리트는 4일(현지시간) 북한이 핵무기 개발 재개를 시사하고 있는 시점에서 에너지개발 지원을 중단하기로 행정부가 결정함에 따라 북-미간 긴장이 더욱 고조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근 북한이 핵개발 재개를 선언하고 핵확산금지조약(NPT)를 탈퇴함에 따라 애초부터 제네바합의에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던 부시 행정부가 북한에 대한 압박수단으로 지원중단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는 또한 북한이 핵개발을 포기하지 않을 경우 94년 제네바합의의 파기를 선언할 것임을 시사한 미국의 첫 공식 입장 표명인 셈이다. 그동안 미국은 북한이 핵개발을 포기하면 식량 및 에너지개발에 대한 지원을 계속하겠다고 밝혀왔었다.
◇미국 보호비용 7.4% 늘려
국가안보부가 새로 창설되면서 이 부문 예산도 현 회계연도보다 7.4% 크게 늘어난 362억달러가 배정됐다. 안보위협 분석능력 확대를 위해서만 8억2900만달러를 2004회계연도에 쏟아붓는다. 각종 안보관련 정보의 분석이나 항공 항만 등 주요 기간시설에 대한 보안망 확충에 주로 사용된다.
미국 에너지부는 무기급 핵물질이 국제 테러조직이나 국가에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핵확산 방지예산"을 30% 증액해 정부예산에 포함시켰다. 핵확산 방지예산은 러시아의 플루토늄 원자로 폐쇄에 자금을 지원하는데 쓰인다. 예산중 일부는 미국 국경주변에 핵물질 불법거래를 포착하는 방사능 센서를 설치하는데도 사용될 방침이다.
국무부 예산에는 해외 외교공관에 대한 보안예산을 9300만달러 늘린다는 계획이 들어 있다. 전세계 260여 외교공관에 대한 보안예산은 2003회계연도 5억5300만달러에서 17% 늘어난 6억4600만달러로 책정됐다. 외교공관에 대한 테러위협이 증가하고 있는데다 이라크전쟁 등으로 인해 반미감정이 위험수위까지 오른 곳도 적지 않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국제 테러의 방지를 위해 특히 중동주변의 국가들에 대한 지원도 강화해 2004년에 총 23억달러를 배정했다. 요르단에 2억5000만달러, 파키스탄과 터키에 각각 2억달러, 아프가니스탄에 1억5000만달러, 콜롬비아에 4억6300만달러 등이 그것이다.
◇국방예산 증액
미 행정부는 국방예산을 향후 6년간 현재 수준에서 3분의 1 가량 늘린다는 장기방침으로 우선 2004회계연도 예산을 4.2% 늘려 3799억달러로 책정했다. 국토방위 부문에도 413억달러를 떼어 놓아 2003회계연도에 비해 33억달러 증액했다.
방위산업체들의 관심이 집중된 신무기 구입 및 개발비용은 올해보다 6% 가량 늘린 1345억달러에 달하며 이 부분은 이라크와의 전쟁이 임박한 국제정세상 의회의 승인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군인들에 대한 월급 및 각종 복지비용 등을 합해 보수를 올해보다 80억달러 가량 늘려 1000억달러로 책정했고 군함 건조예산을 27억달러 많은 122억달러로 확대했다. 미사일 방위 예산은 91억달러를 책정했다.
2004년 예산은 미래 전투시스템 개발에 13억달러를 투입하게 되며 위성프로그램에도 8억달러 가까이 배정했다. 보잉사가 개발중인 무인 폭격기에도 2억7500만달러의 구입예산이 잡혔다.
이에 대해 국방비 증액이 방위산업체들에게 혜택을 주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록히드마틴, 보잉, 노드롭 그룹먼 등은 수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이번 예산안에는 이라크 전쟁비용이 반영되지 않았다. 백악관은 이에 대해 전쟁이 발발하면 별도 심의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직업창출 및 경기부양
이번 예산안에는 부시 대통령이 최근 발표한 10년간 6740억달러의 경기부양책이 반영돼 있다. 재정적자가 기록적으로 늘어난 것도 이 때문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2004~2013회계연도중 모두 1조3000억달러의 세금을 감면해 주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이전 세출로 꾸려지던 상당규모의 예산은 국채발행 등을 통한 정부의 빚으로 메워지게 됐다.
예산안은 9200만명의 미국인에게 평균 1083달러의 감세혜택을 주는 것으로 돼 있다. 또 210만명에 해당하는 직업창출을 계획하고 있다. 실업수당 지급은 5개월을 연장하며 재취업 지원 보조금으로 100만명 이상에게 1인당 3000달러를 지급한다.
과학발전 및 기술혁신을 통해 경제성장과 국가안보의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의지도 나타났다. 이 분야에는 총 1230억달러의 예산을 반영해 현 회계연도보다 7% 가량 늘렸다.
기업지배구조와 회계감독 등을 개선하기 위해 증권거래위원회(SEC) 예산을 2002년의 거의 배에 달하는 8억4200만달러로 책정했다. 2003년과 비교하면 53% 증가했다. 반면 고속도로 건설 및 보수 비용은 2002회계연도에 비해 10% 줄어든 286억달러만 책정됐다.
상무부 예산중에는 경제분석국의 예산이 540만달러 늘어난 것이 눈에 들어온다. 증액된 예산은 미국 경제상황을 조기에 파악하기 위한 데이타 수집에 대부분 쓰일 것으로 전망된다. 부시 행정부는 현 회계연도 예산안에서도 이 부문 예산을 1000만달러 가량 늘렸지만 미 상원에서 300만달러로 줄인 바 있다. 예산한 증액으로 분기종료 4주 후 발표되던 국내총생산(GDP) 집계치는 2주로 당겨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기타
미 연방우주항공국(NASA)의 예산은 3% 증액돼 책정됐다. 그러나 예산 증액이 컬럼비아호 폭발사건 이전에 이뤄진 것이어서 의회에서 어떤 손질이 가해질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수소연료 개발비용에 5년 동안 15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하는 등 투자규모를 배 이상으로 늘린 것도 주요 변동사항이다.
복지부문에서는 노년층 의료지원 비용을 10년간 4000억달러 증액하도록 예산에 반영했고 후천성면역결핍증(에이즈) 퇴치비용도 증액했다. 아동 교육비용 및 저소득층 자녀를 위한 취업교육비도 늘려 잡았다. 질병예방비용으로 1억달러를 늘렸고 빈민 구제를 위한 식량 및 생활보조금 긴급지원 예산으로 2억달러의 기금을 마련키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