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생존 주장을 고수하고 있는 하이닉스 소액주주들은 이번 주총에서 채권단과 소액주주간 4대 1정도의 차등감자를 요구할 방침이지만 채권단은 이를 수용할 의사가 없다고 밝혀 마찰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하이닉스 주총이 순조롭게 끝나더라도 실사기관의 구조조정안과 이에 대한 채권단의 조율과정, 초미의 관심사인 감자문제 등이 하이닉스 행로에 주요 변수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 채권단, 하이닉스 경영권 공식행사 = 하이닉스 채권단은 기존의 출자전환을 통해 66.9%의 지분을 확보한 상태. 이달초 이사회에서 추천한 신임 이사들이 이번 주총을 통해 경영진에 선임됨으로써 채권단은 최대주주로서 명실상부하게 하이닉스의 경영권을 행사하게 된다.
채권단은 지난 2일 하이닉스 이사회를 통해 대표이사 CEO(최고경영자)에 우의제 하이닉스 사외이사 겸 전 외환은행 부행장과 박상호 현 대표이사 등을 주총에 추천키로 결의했었다. 추천된 이사는 공동 CEO인 우의제·박상호씨외에 정형량 CFO(전 외환은행 부장) 등 사내이사 3명, 전용욱 중앙대 교수, 장윤종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 이동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 김범만 포항공대 교수, 김수창 법무법인 K&컴퍼니, 박시룡 서울경제신문 논설위원 등 사외이사 6명이다.
이번 주총에서는 신임 이사진 선임외에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변경안 ▲매각·감자 등 회사 주요 경영사항에 대한 이사회·주총 의결정족수를 3분의 2 이상으로 강화하는 방안 ▲감사위원 선임 안건이 상정된다.
◇ "차등감자"..마찰 예고 = 하이닉스 소액주주 모임인 `하이닉스 살리기 국민운동연합`은 이번 주총에서 채권단과 소액주주가 4대 1정도로 차등감자하는 방안을 요구할 계획이다. 소액주주측은 차등감자를 통해 주가를 끌어올린뒤 유상증자로 독자생존의 기반을 마련한다는 전략이다.
소액주주 모임 오필근 의장은 "채권단이 20대1, 소액주주가 5대1정도로 차등감자를 실시하면 일반 투자자 입장에서 하이닉스 주식 투자의 메리트가 생기기 때문에 주가 상승이 가능하며 하이닉스는 유상증자를 통해 독자생존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소액주주측은 부채탕감과 채무상환기간 조정 등도 요구할 계획이다.
하지만 채권단은 이에 대해 불가입장을 명확히 하고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소액주주들이 차등감자를 요구하겠지만 감자안은 이번 주총에서 안건으로 상정되지 않는데다 채권단이 50%이상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감자에 대한 결정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액주주들이 다수를 차지했던 지난 3월 주총과 달리 채권단이 최대주주로서의 위상을 확보한 만큼 이에 걸맞는 권한을 행사하겠다는 얘기다.
채권단은 감자문제에 대해 언젠가는 해결해야 할 과제로 인식하고 있지만 이번 주총에서 다룰 문제는 아니며 구조조정 방안이 마련되는 과정에서 논의, 결정해야 할 문제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 남은 변수는 = 도이체방크와 모건스탠리가 마련중인 하이닉스 구조조정방안은 이달말쯤 채권단에 제출돼 내부검토와 조율작업을 거칠 전망이다. 채권단은 이르면 8월초쯤 전체 채권단회의를 열어 본격적인 처리방향을 논의할 계획이다.
하이닉스 구조조정 방안은 3~4개 정도의 시나리오를 담게 될 것으로 알려졌으며 채권단은 신규 지원을 배제하는 대신 채무상환 연장이나 부채탕감 등 추가적인 채무재조정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있다. 감자문제도 하이닉스 처리방향을 조율·협의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는 게 채권단의 설명.
채권단 관계자는 "감자여부와 규모, 비율 등은 하이닉스 처리에 대한 큰 가닥이 잡힌뒤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면서 "채권단과 이해당사자들이 감자문제를 논의하게 될 것이며 감자에 대한 방침에 정해지면 주총을 다시 열어 이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감자문제를 둘러싼 소액주주들과 채권단과의 입장대립과 마찰은 이번 주총에서 시동을 건뒤, 향후 구조조정 방안 확정후 열릴 주총에서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