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영민 기자] 최근 사회를 떠들썩하게 달군 `마약 동아리`의 주범이 서울 도심 곳곳에서 마약에 취한 채 운전한 정황이 확인됐다. 지난해 8월 ‘롤스로이스 사건’ 이후 약물 운전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지만 여전히 변화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단속을 담당하는 경찰들은 음주운전과 달리 약물에 대한 측정을 강제할 수 없어 어려움이 크다고 호소하고 있다.
| (그래픽=김일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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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스로이스男’ 이후에도…약물 운전 단속은 ‘사각지대’15일 서울남부지검에 따르면 전국 2위 규모의 대학생 연합동아리에서 마약을 투약·유통·매매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30대 남성 A씨는 투약기간 동안 서울 양천구와 영등포구, 구로구의 유치원·초등학교 인근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신호 위반 등으로 30여 차례에 걸쳐 범칙금과 과태료로 총 250만원을 부과받았다. 검찰 관계자는 “상습적으로 마약을 투약한 A씨는 회원들을 태운 승용차를 난폭하게 운전했다”며 “계좌에서 경찰청으로 돈이 반복해서 이체된 기록을 확인한 뒤 조사를 거쳐서 약물운전 정황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마약투약자의 난폭운전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40대 남성 B씨는 지난달 27일 오후 2시 30분쯤 강남구 언주역 인근에서 추돌사고를 냈다. 경찰의 마약 간이검사에 불응한 그는 경찰서로 임의동행해 조사를 받은 뒤 또 교통사고를 냈다. 마약 간이검사결과 1개 약물에서 양성반응이 나왔고 서울 강남경찰서는 B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지난 4월에는 관악구 신림동 사거리에서 20대 벤츠 운전자가 오토바이를 추돌해 50대 배달노동자가 숨졌다. 차량 운전자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마약 정밀감정에서 필로폰 양성 결과를 받았다.
| 마약 동아리 회장인 30대 남성 A씨와 회원들. (사진=서울 남부지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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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등 약물을 투약한 운전자는 도로교통법상 3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그러나 약물운전은 음주운전과 달리 운전자 검사에 강제력이 없어 경찰의 현장 단속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도로교통법엔 ‘술에 취한 상태에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이 경찰의 측정에 따르지 않을 경우 1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상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때 마약 등 약물을 복용·투약한 운전자에 대해서는 측정에 따를 의무를 따로 부여하지 않는다. 이로 인해 경찰은 약물 투여가 의심되는 운전자를 만나도 마약 간이검사에 필요한 타액 체취에 동의를 못 얻으면 영장을 발부받아 약물검사를 진행해야 한다.
국회 문턱 못 넘는 법안들…“약물 측정할 수 있게 제도 손질해야”
이처럼 제도 공백이 이어지면서 약물운전은 점차 증가하고 있다.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 57건이던 약물운전 면허 취소 사례는 △2020년 54건 △2021년 83건 △2022년 79건으로 상승세를 보이다 지난해엔 113건 발생하며 폭증세를 보였다.
| (사진=게티이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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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운전의 폐해가 반복되자 국회에서는 약물운전의 단속과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을 발표했다. 지난해 7월 정운천 국민의힘 의원 등 국회의원 10명은 차량 운전자에게 경찰의 약물측정에 응할 의무를 부여하는 법안을 발의했고 같은 해 9월 같은 당 김도읍 의원 등은 약물운전의 처벌 수준을 강화하는 법안을 내놓기도 했다. 이 법안들은 21대 국회가 종료되면서 폐기됐지만 처벌 강화를 골자로 한 법안은 지난 6월과 7월 다시 발의돼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다.
전문가들은 약물운전 단속을 강화하는 한편 마약범죄의 통합 관리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건수 백석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어떤 돌발 행동을 할지 모르기 때문에 음주운전 못지 않게 약물운전도 위험하다”며 “약물운전의 처벌 수위를 지금보다 높이고 음주 측정과 약물 측정을 경찰이 함께 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마약이 사회에 만연해 운전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며 “단속 불응과 같은 사각지대가 크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그동안 마약은 수사와 검거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예방 교육과 재활 지원으로 마약 수요를 억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