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혜선 기자] 최근 일본 도쿄 도지사선거 후보자 선전물에 ‘독도는 일본땅’이라고 적힌 포스터가 수십 장 붙어 논란이 된 가운데 일부 지역에서는 여성전용 유흥업소 광고와 ‘알몸 사진’ 홍보 포스터까지 등장했다. 특정 정당이 수십 명의 후보를 내고 해당 후보의 홍보 포스터 자리를 사실상 판매했기 때문인데, 일본 내에서도 공직 선거를 우스갯거리로 만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 다치바나 다카시 NHK로부터 국민을 지키는 당 대표(왼쪽)와 카와이 유우 후보의 홍보 포스터에 등장한 성인 배우. (사진=엑스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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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일본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도쿄 경찰은 지난 22일 ‘NHK로부터 국민을 지키는 당(NHK당)’ 다치바나 다카시 대표에 유흥업소 영업법 위반 혐의를 구두로 경고했다.
보도에 따르면, 시부야구의 한 번화가에 설치된 도쿄지사 선거 홍보 게시판에는 NHK당 후보의 포스터 자리에 여성전용 유흥업소가 소개된 포스터 24장이 도배됐다. 이 포스터는 남성의 사진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으로 연결되는 QR코드가 함께 인쇄돼 있다.
지난 20일에는 기호 18번으로 출마한 카와이 유우 후보가 자신의 포스터 자리에 전라의 여성 사진을 게시해 논란이 됐다. 카와이 후보는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며 성인 배우가 중요 부위만 간신히 가리고 다리를 벌리고 앉아 있는 사진을 자신의 포스터 자리에 넣었다.
| 카와이 유우 후보의 홍보 포스터에 등장한 성인 배우. (사진=엑스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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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선거와 전혀 관련이 없는 사진을 ‘공식 선거 포스터’에 게시할 수 있는 것은 마땅한 규제가 없기 때문이다. 일본의 공직선거법 상 후보자 홍보물은 그 내용을 제한하는 규정이 없는 상태다.
이에 NHK당은 이번 도쿄지사 선거에 자당 후보 19명과 관련단체 후보 5명 등 총 24명을 출마시키고 “선거 포스터를 점령하자”며 게시판 한 곳 당 2만5000엔(약 22만 원)의 기부금을 받고 있다. 사실상 공직 선거 게시판을 ‘광고판’으로 만들어 판매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NHK당의 도쿄지사 홍보 포스터 자리에는 ‘독도는 일본땅’이라고 적힌 홍보물이나, 경쟁 후보의 비방물 등이 수십 장씩 도배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포스터는 모두 공직선거법으로 보호를 받아 함부로 훼손하거나 뗄 수 없다.
| 일본 도쿄 신주쿠구 조선학교 앞에 설치된 도쿄도지사 선거 홍보 게시판에 “독도는 일본 영토”라는 문구가 적힌 포스터가 도배돼 있다. (사진=엑스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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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논란이 된 유흥업소 광고 홍보물은 유흥업소 영업법 위반 소지가 있어 다치바나 대표가 직접 자신의 반려견 사진으로 대체한 상태다. 카와이 후보 역시 성인 배우의 노출 사진이 도쿄 조례에 어긋난다는 경고에 해당 포스터를 철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