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종부세도 손볼 때다

  • 등록 2014-06-15 오후 5:20:20

    수정 2014-06-15 오후 5:20:20

[이데일리 조철현 사회부동산부장] 정부와 새누리당은 집을 3채 이상 가지고 있는 다주택자의 임대소득세 부담을 덜어주기로 했다. 집주인의 주택 보유 수와는 관계없이 연 임대소득이 2000만원 이하라면 무조건 분리과세를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 정말 잘한 일이다. 정부의 기존 방침은 연 임대소득이 2000만원 이하인 2주택 보유자에 한해서만 분리과세를 적용한다는 것이었다.

이로써 다주택자를 옥죄는 부동산 규제는 거의 모두 풀리게 됐다. 이제 남은 다주택자에 대한 ‘대못’ 규제는 종합부동산세 정도다.

종부세는 일정 금액을 넘는 부동산 보유자에게 부과하는 세금으로,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5년에 도입됐다. 참여 정부의 아이콘으로 불리던 종부세는 이명박 정부 때 한차례 완화됐다. 부부 합산 과세가 폐지되고 과세 기준도 공시지가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상향된 것이다.

그런데 이 세금은 다주택자에게 아주 불리한 구조로 짜여져 있다. 현재 1가구 1주택자는 공시가격 9억원이 넘는 주택을 보유할 때만 종부세를 낸다. 그러나 2주택 이상 소유한 다주택자는 합산 주택 가격이 6억원을 넘으면 종부세를 내야 한다. 세법상 고가주택 기준이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올랐는데 아직도 과거 기준인 6억원을 잣대로 다주택자를 옥죄고 있는 것이다. 자산 규모는 비슷한데 넓은 집에서 여유롭게 사는 사람(1주택자)보다 좁은 집에 살면서 다른 한 채를 세놓은 사람(다주택자)에게 세금을 더 물리는 것은 공평하지 않다.

다주택자를 투기꾼으로 몰고, 주택 수에 따라 세금(보유세)을 중과하는 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 이래서야 누가 집을 두 채 이상 가지려고 하겠는가. 과거 집값 급등기 때는 대출을 받아서라도 집을 사놓으면 향후 팔 때 금융이자와 각종 세금을 제외하고도 큰 이익이 남았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시장 침체 속에서 비싼 세금을 물어가면서 집을 살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정부가 아무리 주택경기 활성화 대책을 발표해도 시장이 꿈쩍 않는 이유다.

‘과즉물탄개(過則勿憚改)’라는 말이 있다. ‘군자는 허물(잘못)이 있으면 고치기를 꺼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논어 학이편(學而偏)에 나오는 공자 말씀이다. 문제가 있는 제도는 손질하는 게 당연하다.

정부와 정치권은 다주택자에게 적용되는 종합부동산세 과세 기준을 1주택자 수준(9억원 초과)으로 완화할 필요가 있다. 매매시장 활성화와 전·월셋값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서다. 전·월세난을 해결하려면 실수요자들이, 그리고 여유 계층이 집을 더 사도록, 그래서 세를 놓도록 ‘당근’을 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

지난해 종부세 대상자는 약 24만7000여명(토지 포함)이었다. 이 가운데 1주택자 중 고가주택 보유자 5만2000여명을 제외한 19만여명이 다주택자로, 종부세 과세 기준이 9억원으로 높아지면 이들은 세금 부담을 상당 부분 덜 수 있게 된다.

나아가 궁극적으로는 종부세 폐지도 검토해볼 만하다. 종부세는 징벌적 이중 과세의 문제점을 안고 있다. 보유세로 재산세를 내고 되팔 때 양도소득세도 내는 상황에서 별도로 종부세까지 징수하는 것은 징벌적 과세라는 지적이 많다.

집부자들을 정부가 우대할 필요도 없지만 그렇다고 세금이란 ‘채찍’으로 내몰아서도 안된다. 그리고 다주택자들을 속히 제도권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매입임대와 준공공임대로 등록하는 주택 임대사업자들에겐 임대 의무기간 규제를 완화하고 상속세와 증여세 감면 혜택도 줘야 한다. 그래야 주택시장이 제대로 살아날 수 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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