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김대통령의 발언과 현대그룹의 자구책 발표 임박 등으로 한껏 고조된 기대감이 반영된 시장이었다. 자금시장은 일단 오랜만에 만난 호재가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며 시장 참여자들의 투자심리를 고조시켰다.
증시는 외국인 매수가 살아나며 근래 보기 드문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고, 환율도 하락세를 이어갔다. 반면 그 동안 하락폭이 컸던 금리는 보합권에 머물며 한숨 돌렸다.
9일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44.15포인트 상승한 710.23, 코스닥지수도 1.81포인트 오른 119.07로 장을 마감했다. 선물 9월물 지수는 전날보다 6.20포인트 오른 92.30으로 마쳤다.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주가 상승과 외국인 주식 순매수 등 주변여건이 개선되면서 소폭 하락했다.
반면 채권시장에서는 차익매물에 초반의 금리하락세를 지키지 못하고 보합권에 머물렀다. 증권협회가 고시하는 최종호가수익률은 3년물 국고채가 전날보다 7bp 떨어진 7.77%, 3년물 회사채는 4bp 떨어진 8.94%, 2년물 통안채는 6bp 떨어진 7.58%로 마감됐다.
◇주식시장
거래소시장은 현대그룹의 조속한 시일을 촉구하는 김대중 대통령의 지시와 19일로 연기된 현대그룹 자구계획안이 11일로 앞당겨 발표될 것이라는 소식이 알려지며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상승폭으로는 지난 3월 2일 66.28포인트, 상승률 8%에 이어 올들어 두번째로 컸다.
단기간에 낙폭이 컸다는 인식이 확산된 데다 그 동안 장세를 억누른 현대그룹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지수가 급등 양상을 보인 것이다.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44.15포인트(6.63%) 오른 710.23으로 마감했다.
거래소시장에서 외국인 순매수규모는 1191억6000만원에 달했고 기관투자자도 매수에 가담해 외국인투자자와 함께 쌍끌이 장세를 연출했다. 기관투자자는 전체적으로 526억5400만원을 순매수, 개인은 1728억5200만원을 순매도했다.
프로그램 매매규모는 매도 224억9400만원, 매수 1224억9500만원으로 매수가 매도보다 1000억100만원 많았다. 차익거래는 매수 817억9900만원 매도 93억3900만원, 비차익거래는 매수 406억9600만원 매도 93억3900만원이었다.
이날 주식시장은 시가총액 상위종목들이 초강세를 기록하며 지수상승을 이끌었다.
삼성전자가 30만원(+21000)을 기록, 30만원대에 다시 진입했고
한국통신 8만1500원(+5000),
SK텔레콤 27만4500원(+35500),
한국전력 3만1950원(+2300),
현대전자 1만9950원(+1350),
포항제철 8만3000원(+2200),
삼성전기 4만6350원(+1350),
데이콤 11만2500원(+5000), 담배인삼 2만300원(+650) 등 모두 상승했다.
거래소시장에서 주가가 오른 종목은 상한가 39개(전체상장종목의 4.23%)를 포함해 총 676개(73.32%)에 달했다. 주가가 내린 종목은 하한가 3개(0.33%)를 포함, 총 171개(18.55%)에 그쳤다.
거래량은 2억9542만6000주, 거래대금은 1조9863억5800만원으로 최근 4일간의 부진에서 벗어나는 듯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그 동안 낙폭이 과다한데다 현대사태가 해결될 가능성이 있다는 기대감으로 주가가 올랐다"며 "지수의 본격적인 상승에 대한 판단은 일단 현대그룹의 자구계획안이 발표되는 11일로 유보해야 할 것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선물의 급등세로 선·현물간 베이시스가 플러스(+)로 전환돼 10일 옵션만기일 도래에 따른 프로그램 매수차익 잔고의
청산 매물에 대해서는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기술적 반등세가 좀 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시각이 많았다.
코스닥시장도 사흘 하락후 상승세로 전환됐다. 거래소의 강한 반등영향으로 대형주가 모처럼 상승세를 보인 반면 조정국면을 틈타 강세를 보였던 중소형 개별종목들은 약세로 돌아섰다.
코스닥시장은 현대그룹 문제의 조기해결 기대감으로 투자심리가 호전된 가운데 낙폭과대주로 반발매수세가 유입되며 오름세로 출발했다. 오후 한때 팔자물량이 늘어나며 약보합권까지 떨어지기도 했으나 거래소시장이 700대에 진입하자 재반등했다.
코스닥지수는 전날보다 1.81포인트 119.07포인트로 마감했다. 주가가 오른 종목은 상한가 55개를 포함해 283개였고 하락종목은 하한가 32개 등 263개였다. 건설업을 제외한 전업종이 상승한 가운데 금융업 유통서비스 및 기타업종지수의 상승폭이 컸다.
시가비중이 높은 종목들이 모처럼 일제히 올랐다. 현대정보기술이 상한가를 보였고
쌍용정보통신
핸디소프트도 강세를 기록했다.
한통프리텔 한솔엠닷컴 하나로통신 기업은행 새롬기술 다음 한글과컴퓨터 한통하이텔 등도 상승세를 유지하며 지수상승을 견인했다. 반면 리타워테크와 엔씨소프트는 소폭 하락했다.
기술주들도 반등을 시도했다. 보안 정보통신 단말기 관련기업이 대부분 상승했다. 미국 시스코사의 실적호전과 관련
한아시스템 웰링크 재스텀 등 네트워크장비업체들이 가격제한폭까지 올랐고 소프트웨어업체중
인디시스템 한국디지탈 등도 상한가를 기록했다. 컴퓨터 반도체기업들도 종목별 반등을 시도했다.
거래량은 2억4801만주, 거래대금은 2조3777억원에 그쳤다. 투자자별로는 국내기관 및 외국인이 397억원과 161억원의 매도우위를 보인 가운데 개인들만 565억원을 순매수했다.
증권전문가들은 "거래소시장의 영향을 받아 지수관련주가 상승했지만 외국인 및 기관들의 매수세가 유입되지 않고 있어 큰 폭의 지수상승은 힘들다"며 "그러나 투자심리가 회복되고 있어 120포인트 돌파시도는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3시장은 전강후약 장세를 펼치며 이틀째 내렸다. 3시장의 수정주가평균은 전일대비 952원(-6.34%) 떨어진 1만4068억원을 기록했다. 업종별로는 일반업종이 9.69% 하락, 벤처업종(-2.53%) 보다 낙폭이 컸다.
장초반 오름세로 출발한 3시장은 매수세 유입에 한계를 들어내면서 결국 내림세로 돌아서는 모습을 보였다. 거래도 연 3일째 줄어들었다. 거래량은 전일보다 8만주 감소한 48만주, 거래대금은 3000만원 줄어든 4억6000만원을 기록했다.
선물시장은 외국인과 개인의 주도로 7%대의 폭등장세를 연출했다. 전날 미국 증시 안정과
삼성전자,
SK텔레콤 등 블루칩의 강세에 힘입어 큰 폭의 반등을 이뤄냈다.
오전 11시4분에 이미 4% 이상 급등해 사이드카가 발동됐고, 오후에도 상승세가 이어져 7% 이상 상승했다. 9월물 지수는 전날보다 6.20포인트 오른 92.30포인트로 장을 마감했다.
이날 외국인은 현대문제 처리 가속화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내며 오전부터 순매수에 나섰다. 환매와 신규매수를 곁들이며 총 2202계약 순매수했다. 신규매수만도 4166계약이다. 또 개인도 외국인 매수에 고무돼 추격 매수에 나서 지수를 끌어올렸다. 개인은 총 2365계약 순매수했다.
◇외환시장
주가상승과 외국인의 대규모 주식 순매수 등 외환시장 주변여건이 좋아지면서 달러/원 환율이 소폭 하락했다. 환율은 한때 전날보다 2원 가량 낮은 1113원대로 급락하는 양상마저 나타났으나 오후장 후반 대규모 결제수요가 들어오면서 반등, 전일대비 1.10원 하락하는데 그쳤다.
9일 외환시장에서 환율은 외국인의 주식매수세가 강하게 나오고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하자 대부분 은행들이 달러매도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환율하락을 유도하려는 은행간의 투기적 거래 성격이 강하게 나타나며 환율은 꾸준히 하락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일부 대기업의 외화부채 상환수요, 가스공사 등 일부 공기업의 결제수요가 국책은행을 통해 대거 유입되면서 환율은 1115원까지 반등한 뒤 전날보다 1.10원 낮은 1114.8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외국인들은 거래소에서 1192억원 주식순매수를, 코스닥시장에서 161억원 순매도를 각각 기록하며 전체적으로 1031억원 순매수를 나타냈다. 이처럼 대규모 주식순매수가 진행됨에 따라 장중 내내 환율은 강한 하락압력을 받았다.
시중은행 한 딜러는 “장후반 기업들의 대규모 수요에 의해 환율이 상승하자 일부 은행들도 서둘러 달러사기에 나섰다”며 “당국의 개입에 대한 경계감이 강하고 실제 국책은행들의 정책적 매수세도 나타나면서 시장참가자들이 1113원대 진입을 상당히 부담스러워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채권시장
채권시장에서는 오전까지만 해도 연중 최저치를 경신하며 기세좋게 금리가 떨어졌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차익매물이 늘어나 실질적으로는 보합세로 마감됐다. 3년물 국고채의 최종호가수익률은 지난 7월 19일 전저점과 같은 7.77%로 마쳤으나 막판 경과물 매물이 나오면서 전날 선네고 수준으로 후퇴했다.
단기딜링 세력들이 오전 금리하락시 적극적으로 채권을 사들였으나 은행권에서는 주로 시장을 관망하는 모습이었다.
이날 증권협회가 고시하는 최종호가수익률은 3년물 국고채가 전날보다 7bp 떨어진 7.77%, 3년물 회사채는 4bp 떨어진 8.94%, 2년물 통안채는 6bp 떨어진 7.58%로 마감됐다. 그러나 오전 대비 수익률 하락폭은 전체적으로 1~2bp정도 줄어들었다.
과도한 금리 하락에 대해 시장이 자체적으로 조정을 보인 하루였다. 이날 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시장참여자가 구분되기 시작했고 매매전략도 차별화됐다는 것.
국내은행 딜러들은 오전 금리랠리를 주로 지켜보는 입장이었다. 한 국내 은행 딜러는 “딜링세력에 의해 거래도 많지 않은 상태에서 금리가 떨어질 때 가장 불편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오후들어 매수세가 확산되지 않고 단기낙폭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금리하락은 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오전의 랠리는 현대사태의 해결, 수급호전 가능성 등으로 설명될 수 있지만 일부 참가자들만이 수긍한 셈이다. 지금까지 시장의 주도권을 쥐고있던 은행권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변한 것이 없다”, “추격 매수는 리스크가 크다” 는 반응이었다.
국내 은행의 한 딜러는 “금리하락의 이유인 현대문제 해결은 양면성이 있다”며 “현대가 해결되서 금융시장이 안정되고 구조조정이 제궤도에 오르면 한국은행이 공언한대로 콜금리를 인상할 명분도 커진다”고 말했다. 현재 장단기 금리차를 볼 때 콜금리가 인상될
경우 예상할 수 있는 장기금리의 추가하락폭과 장기채 편입에 따른 리스크를 비
교하면 리스크가 더 크다는 판단인 것이다.
매매전략에서도 차별화가 나타나고 있다. 단타위주로 딜링에 참여하면서도 기본적인 운용기조는 듀레이션을 축소하는 것.
현대문제가 예상외로 단시일에 해결되지 않을 수도 있고 전체적인 금융경색도 충분한 시간을 가져야 해소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불확실한 시황에서 듀레이션을 줄임으로써 리스크 방어에 치중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