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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C는 26일(현지시간) 영국의 싱크탱크 국립경제사회연구소(NIESR)의 연구를 인용해 “영란은행(BOE)의 최근 기준금리 인상으로 모기지 상환액이 증가해 연말까지 120만가구가 저축이 바닥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영국 전체 가구의 4%에 해당하는 규모로, 가구 구성원까지 합치면 수백만명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는 의미다. 아울러 모기지 금리 상승으로 이자 부담이 커진 집주인이 임대료를 올리면 임차인도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CNBC는 우려했다.
BOE는 지난 22일 빅스텝(0.5%포인트 인상)을 밟으며 기준금리를 5%까지 끌어올렸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전날(21일) 발표된 영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전년 동기대비 8.7%를 기록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BOE는 물가안정이 최우선 과제라며 2021년 12월 이후 13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NIESR는 모기지 금리 인상으로 영국 내 부실가구 비율도 올 연말 30%(약 780만가구)에 육박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맥스 모슬리 NIESR 이코노미스트는 “모기지 금리가 5%대로 오르면 대출을 받은 수백만가구가 파산 위기에 처할 것”이라며 “어떤 대출기관도 가계가 이 정도 규모의 충격을 견뎌낼 것으로 기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문제는 영국의 인플레이션이 최근 4개월 연속 예상치를 웃도는 등 좀처럼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시장에선 BOE의 최종 기준금리 전망이 기존 5%에서 6%까지 높아질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도 BOE의 금리인상 직후 “연말까지 인플레이션을 5%로 낮추려는 정부의 임무가 더욱 어려워졌다”고 토로했다.
헌트 장관은 이 자리에서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것이 궁극적으로 가계 재정과 기업에 대한 압박을 완화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며 물가 안정을 최우선시하겠다는 기존의 정부 입장을 되풀이했다. 이에 대해 제1야당인 노동당의 레이첼 리브스 의원은 “집권 보수당이 만든 모기지 재앙에 수백만명이 직면하게 되는 것을 절대로 방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모기지 재앙이 내년 영국의 총선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다. 저소득·중간소득 가구 문제를 다루는 싱크탱크 리솔루션 파운데이션의 톨슨 벨 최고경영자는 “모기지와 관련해 막대한 고통이 다가오고 있으며 그 중 상당수가 내년 선거를 앞두고 도착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