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새째 이태원역 1번출구 추모공간을 지키고 있는 시민 자원봉사자 박길선(65)씨는 6일에도 새벽 일찍부터 이곳을 찾았다. 밤새 추모공간이 훼손되진 않았는지, 비둘기들이 음식물을 먹으러 와 더럽히진 않았는지 걱정이 들어 잠자리에서 뒤척였다고 했다. 추위를 막을 귀마개와 털모자를 쓰고 추모공간 주변을 맴돌던 그는 추모객들이 오자 한 명씩 응대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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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씨와 함께 자원봉사를 하는 시민은 현재 10여명이다. 자율적으로 추모공간을 찾아 추모객을 안내하고 물건을 정리하는 일을 하고 있다. 이들은 ‘이태원추모 시민자율봉사위원회’ 이름으로 각자 간단히 만든 명찰을 목에 걸고 활동한다. 이날 추모공간엔 한 여성이 손수 만든 ‘자원봉사’라는 명찰을 메고 와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일을 돕기도 했다.
박씨는 “천막을 치기엔 추모공간 차려진 범위가 너무 넓어서 역부족일 것 같다”며 “시민들 도움을 받아서 정리를 하거나 뭔가 조치가 필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이태원역 추모공간은 전날로 국가애도기간이 끝난 후에도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지며 발 디딜 틈 없었다. 1번출구 앞에서 목탁을 두드리는 스님의 염불 소리에 맞춰 조용히 묵념하고 기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사고가 발생한 골목길을 보며 “와 진짜 너무 좁다”고 한탄하는 목소리도 여기저기서 들렸다. 북받치는 슬픔에 안경을 벗고 눈물을 닦는 이도 있었다.
서울광장 합동분향소를 비롯해 분향소 대부분은 5일 운영을 종료했다. 다만 용산구 녹사평역 광장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는 12일까지 연장 운영하고, 이태원역 1번 출구에 마련된 추모 공간은 계속 운영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