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혼 배우자도 규제?…전경련 “사생활 비밀·자유 침해”

총수 친족 범위 개정 관련 건의서 제출
혈족 4촌, 인척 3촌→‘직계 존·비속’
사외이사, 동일인 관련자서 제외해야
  • 등록 2022-09-19 오전 11:00:00

    수정 2022-09-19 오후 9:34:52

[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총수(동일인)의 사실혼 배우자를 동일인 관련자로 포함하겠다는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 재계가 전면 반박에 나섰다. 사실혼 관계 성립 여부에 관해 법원이 아닌 제3자가 판단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데다,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사생활 보호 원칙을 위배할 소지가 있다는 게 재계의 지적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지난 8월 공정위가 입법예고한 공정거래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에 대해 이같은 내용의 의견을 전달했다고 19일 밝혔다.

공정위는 이번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에서 동일인 관련자 범위를 축소하되, 일부 사각지대를 보완하는 방안을 내놨다. 현재 6촌이내 혈족, 4촌이내 인척은 동일인 관련자로 보고 각종 공시의무 및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를 적용하고 있지만, 이번 개정안에서는 4촌이내 혈족, 3촌이내 인척으로 범위를 좁혔다. 과거 재벌들이 친족을 중심으로 한 ‘선단식 경영’을 했지만, 시대가 바뀌면서 직계 가족 중심으로 집단을 운영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서다.

하지만 전경련은 이 개정안 역시 친족 범위가 넓다며 동일인 관련자 범위를 ‘직계 존·비속 및 배우자와 그 직계 존속’으로 축소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근 전경련 조사 결과, 공동으로 사업·투자를 하거나 자금을 빌려주는 등 경제적 이해관계를 맺을 의향이 있는 친족 범위에 대해 응답자의 54.8%가 ‘직계가족’까지 라고 답한 것 등을 고려해 친족 범위를 더 좁혀야 한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공정위는 혈족 5촌ㆍ6촌 및 인척 4촌도 동일인이 지배하는 회사의 주식 총수 1%이상 보유하거나, 이들이 보유한 회사와 동일인 계열사 간 채무보증 및 자금대차가 있는 경우는 여전히 규제를 할 수 있는 점도 전경련은 문제라고 봤다. 기타 친족 확인을 위해 주식보유현황, 채무보증 등을 일일이 조사해야하기 때문에 기업의 행정부담이 전혀 줄어들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공정위가 SK, SM(삼라마이더스)을 타깃으로 사실혼 배우자를 친족에 포함하려는 시도와 관련해서도 강하게 반대했다. 사실혼 관계가 성립 여부에 대한 판단 기준은 경우에 따라 다르고 그 기준도 모호해 법원이 아닌 제3의 기관에서 판단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또 사실혼을 의무적으로 공개하는 것은 헌법 제17조에서 보장하고 있는 사생활 보호의 원칙을 위배할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유정주 전경련 기업정책팀장은 “개별 사건에 따라 법원의 해석이 천차만별인데 공정위가 사실혼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사실혼의 개념이 불명확하다면 죄형법정주의 상 명확성 원칙에 위반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외 전경련은 사외이사는 동일인 관련자에서 예외없이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정위는 이번 개정안에서 사외이사가 보유한 기업은 대기업집단 계열사에서 원칙적으로 제외하되, 독립경영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강제 편입하는 ‘옵트인(Opt-in) 방식을 적용했다. 하지만 전경련은 상법에서 사외이사 자격요건 및 재직기간까지 제한하고 있는 상황에서 임원독립요건을 공정거래법에서 다시 적용하는 것은 중복 규제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전경련은 중소벤처기업의 대기업집단 계열편입 유예기간을 기존 7~10년에서 10년으로 확대하는 내용도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행 시행령에서는 일반적인 벤처투자는 7년 동안 계열편입을 유예할 수 있으나, 기업형벤처캐피탈(CVC)이 투자한 경우에 한해서만 계열편입을 10년간 유예하도록 정하고 있다.

유환익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그간 경제계가 개선을 건의한 내용이 일부 반영됐지만, 아직도 미흡하다”며 “기업부담을 완화하고 대기업집단 제도를 합리화한다는 개정 취지에 맞게 경제계 의견을 적극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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