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냉전' 언급한 문 대통령…北·日 문제는 차기정부 과제로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서 기념연설
대북·한일 관계 구체적 해법 없이 당위성 강조
"강대국 중심의 국제질서 휘둘려서는 안돼"
"첫 민주정부 김대중정부"…野 "YS정권 패싱이냐"
  • 등록 2022-03-01 오후 5:14:40

    수정 2022-03-01 오후 8:41:02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서울 서대문구 국립 대한민국임시정부 기념관에서 열린 제103주년 3.1절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 제공)
[이데일리 정다슬 이정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과 일본에 대한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며 차기 정부에 공을 넘겼다. 대선이 일주일여 남은 물리적 시간을 감안한 듯, 새로운 제안을 하기보다는 남북 평화와 한일 협력의 당위성을 언급하며 남북·한일관계의 방향성을 제시하는데 그쳤다. 줄어든 대북·대일 메시지는 국제질서에 대한 문제의식으로 대체됐다.

이날 3·1절 기념식은 서울 서대문구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에서 열렸다. 문 대통령이 취임 첫해 광복절 기념사에서 공약한 임시정부기념관은 당초 임정 요인들의 환국일인 11월 23일 개관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확산 등으로 개관이 지연돼왔다.

문 대통령은 한국이 임시정부에서 세계가 공인하는 선진국으로 크게 성장했다며 평가하는 동시에 과거 우리나라를 망국의 위기로 몰아넣었던 “신냉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에게는 폭력과 차별, 불의에 항거해 패권적 국제질서를 거부한 3·1독립운동의 정신이 흐르고 있다”며 “3·1독립운동의 정신이 오늘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강대국 중심의 국제질서에 휘둘리지 않고 우리의 역사를 우리가 주도할 수 있는 힘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100여년 전 국제정세의 소용돌이 속에서 약한 국력으로 일본에 나라를 빼앗겼던 구한말 조선의 아픔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매해 3·1절 기념사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던 남북관계 메시지는 이같은 과정에서 거론됐다.

문 대통령은 “3·1독립운동에는 남과 북이 없었다”며 “항일독립운동의 큰 줄기는 민족의 대동단결과 통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임시정부 산하에서 마침내 하나로 통합된 광복군은 한일독립운동사에서 빛나는 자취를 남겼다”며 “한국 전쟁과 우리가 겪었던 분단의 역사는 대결과 적대가 아니라 대화만이 평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사실을 가르쳐 주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엄중한 상황을 인식한 듯 “우리 정부는 출범 당시 북핵 위기 속에서 극적인 대화를 통해 평화를 이룰 수 있었지만 우리의 평화는 취약하다”며 “대화가 끊겼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쟁의 먹구름 속에서 평창 동계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만들기를 꿈꾸었던 것처럼 우리가 의지를 잃지 않는다면 대화와 외교를 통해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를 반드시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일 메시지와 관련해서는 한일 관계의 개선을 촉구하면서도 가장 큰 이슈인 위안부·강제노역 배상판결 등을 직접적으로 거론하지 않았다. 대신 “한일 관계를 넘어서 일본이 선진국으로서 리더십을 가지기를 지니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 일본은 역사를 직시하고 역사 앞에서 겸허해야 한다”고 밝혀 피해자중심주의를 바탕으로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견지했다.

문 대통령은 “‘한때 불행했던 과거’로 인해 때때로 덧나는 이웃나라 국민의 상처를 공감할 수 있을 때 일본은 신뢰받는 나라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문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김대중 정부를 언급하며 “첫 민주정부”라고 표현했다. 이에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황규환 대변인은 논평에서 “대통령이 평생 민주화에 몸을 바친 김영삼 전 대통령의 업적을 모를 리 만무한데, 각종 개혁으로 자유와 민주주의의 기치를 바로 세운 문민정부를 의도적으로 패싱한 저의가 무엇이냐”며 “임기 마지막 삼일절까지도 지긋지긋한 편가르기로 국민분열을 야기하려 함인가”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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