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안보고도 샀던 시절은 가고"…이젠 매수자 우위 시장

KB국민은행 서울 아파트 매수우위지수 100 하회
약해진 집값 상승 기대감…매수자 골라 살 수 있는 시장
  • 등록 2018-04-09 오전 9:24:03

    수정 2018-04-09 오후 6:08:20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서울 아파트 시장이 매수자 우위 시장으로 돌아섰다. 올해 초만 해도 집주인이 매물을 싹 거둬들이고, 어쩌다 매물 하나 나오면 집을 보지도 않고 계약했으나 이제 시장 분위기가 180도 바뀌었다. 팔려는 사람(집주인)이 호가를 낮춰서 매물을 내놔도 집을 사려는 사람이 없는 것이다.

9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수우위지수는 94.8로 지난 1월 1일 이후 처음으로 100을 밑돌았다. 매수우위지수는 0~200 사이에서 산출되며 100을 기준으로 이를 넘으면 매수자가 많다는 뜻이고 밑돌면 매도자가 많다는 의미다. 부동산 중개업소 3000여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수치화한 것이다.

서울 매수우위지수는 2006년 12월 101.2를 기록한 이후 무려 10년 가까이 기준점을 밑돌았다. 2012년에는 한 자리 수로 떨어지기도 했다. 그러다 2016년 7월 다시 100을 웃돌아 10월까지 지속했고, 작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6월과 7월에도 120을 넘기기도 했다. 작년 8·2 부동산 대책 발표로 8월부터 12월까지는 다시 100을 밑돌았지만 올 들어 줄곧 100을 웃돌다 최근 다시 하락한 것이다.

강남지역은 이미 지난달 26일 조사에서 96을 기록해 100을 밑돌았고, 강북지역은 이달 2일 조사에서 95.7로 집계되면서 100 밑으로 떨어졌다.

매수자 우위 시장이 됐다는 것은 그만큼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한풀 꺾였다는 뜻이다. 집값 급등 시기에는 집주인들이 매도를 미루며 매물 품귀현상이 빚어진다. 매도자 우위 시장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재건축 초과이익환수나 안전진단 기준 강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보유세 인상 논의 본격화, 토지공개념 도입 등으로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지면서 이제 매수자들이 집을 골라서 살 수 있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서울 서초구 잠원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다주택자들은 양도세 중과를 피하기 위해 지난달 말까지 주택 정리에 나선 상태이고 매수자들도 관망세로 돌아선지 한 2~3주 됐다”며 “서로 원하는 호가 간 차이가 커서 거래가 성사되기 어려운 시장”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아파트 거래량도 급격히 얼어붙었다. 서울 매매거래지수는 17.9로 지난해 11월 6일 이후 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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