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승객을 버리고 도주한 선장과 선원에 대해 ‘살인자와 같다’고 비난했다. 여론 또한 이들을 엄벌에 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현행법상 이들을 살인죄에 준해 엄벌하기 위해선 검찰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이들이 △구조 의무를 전혀 이행하지 않고 도주했다는 점 △이로 인해 승객들이 사망했다는 점 △그리고 선장과 선원들이 구조 의무 미이행 시 승객이 사망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도 방치했다는 점을 모두 입증해야 한다. 형법은 법률상 타인의 생명에 대해 구호의무가 있는 자가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피해자가 사망에 이른 경우 이를 ‘부작위(不作爲)에 의한 살인’으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승객 버린 세월호 선장 처벌 놓고 논란
검찰은 이준석 선장에 대해 ‘도주선박의 선장 또는 승무원에 대한 가중처벌법’ 조항 위반 혐의를 최초로 적용했다. 작년 10월 신설된 이 조항에 따르면 이씨에겐 징역 5년 이상 무기징역까지 처벌이 가능하다.
이 선장에게 적용된 특가법 조항은 이렇다. 선박의 교통으로 인해 업무상 과실 또는 중대한 과실로 사람을 죽거나 다치게 한 경우 피해자를 구호하지 않고 도주하면 사망시 징역 5년 이상 무기징역,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1년 이상 유기징역이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검찰은 법 조항에 ‘업무상 과실, 중과실 치사상의 죄를 범하고도 구호조치 없이 도주한 경우 가중 처벌한다’고 돼 있는 만큼 법 적용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해양사고 전문 변호사는 “관련 조항은 해양선박 ‘뺑소니 사고’에 한해서 적용한다는 게 일반적인 해석”라며 “이번 사고에 적용하는 게 쉽지 않는데도 사고 책임자들을 엄벌해야 한다는 여론 때문에 검찰이 무리수를 둔 것 같다”고 말했다.
선장·선원 엄벌 ‘유기치사’ 입증이 관건
법조계에서는 이 선장과 선원들을 엄벌에 처하기 위해선 검찰이 선장과 선원들을 구속할 때 일부에게 적용한 ‘유기치사죄’ 입증 여부가 중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유기치사죄는 법률이나 계약에 따라 보호할 의무가 있는 사람이 피보호자를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성립된다.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해진다.
검찰이 이들을 구속할 때 함께 적용한 ‘수난구호법 상의 구호의무’ 위반혐의 입증은 무난해 보인다. 수난구호법 18조는 조난사고 발생시 사고 원인을 제공한 선박의 선장과 승무원은 조난된 사람을 구조하는데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선장과 선원들이 수난구호법상의 규정에 따라 보호할 의무가 있는 세월호 승객들에 대한 구조 의무를 다하지 않았고, 자신들이 구조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승객들이 사망할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도주해 승객들을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점을 입증하면 유기치사죄는 성립될 수 있다.
법무법인 명문의 이상일 변호사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유기치사로 처벌이 가능하다고 본다”며 “이번 사고의 경우 선장과 선원들이 자신들이 별도의 조치 없이 탈출하면 승객들이 사망할 수 있다는 점을 알면서도 도주했는 지를 검찰이 입증하는 것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