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여주 이포보를 가다]"확 바뀐 강변에서 살아볼까"

산책로-카페 등 즐길거리 많아
개방행사에 구경인파로 북새통
아직 공사중인 곳 많아 부실우려
  • 등록 2011-10-24 오후 1:52:49

    수정 2011-10-24 오후 1:52:49

[여주=이데일리 김동욱 기자] 강변을 따라 난 자전거 도로 위를 한 무리의 사람들이 시원하게 내달리고 있었다.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풍경이지만 시민들에겐 분명히 강의 달라진 모습 중 하나였다. 가을 햇살에 비친 남한강만 예전처럼 은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22일 찾은 경기도 여주군 한강 이포보. 이날 이포보는 정식으로 시민들에게 첫선을 보였다. 곳곳엔 `가슴에서 가슴으로 흐른다`라는 푯말이 바람에 나부끼고 있었고, 행사장은 인근 지역에서 몰려온 가족 단위의 방문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주차장 진입로는 행사장에 들어가려는 차들이 느릿느릿 움직이고 있었다.

행사장을 찾은 시민들은 대체로 한강의 달라진 풍경에 고무된 모습이었다. 이날 강변 위에 조성된 산책로에서 만난 김민섭(59)씨는 "격세지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어릴 적부터 이곳에서 살았던 김씨는 "예전과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모습"이라며 "강변이 이렇게 깨끗하게 정비됐으니 얼마나 좋으냐. 무조건 반대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 사람들은 이곳 실정을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했다.

▲ 저녁 이포보 전경


여주군 내신면에서 가족과 함께 방문한 이모 씨(50)도 "강 주변에 논·밭만 있을 때보다 강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생겨 좋은 것"같다며 "특히 이포보가 생긴 이후로 실제 지난여름 홍수가 발생하지 않았는데, 그 점이 제일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이포보 인근 식당가도 기대감에 들떠 보였다. 주변에서 10년 가까이 매운탕 식당을 하는 김씨(60)는 "방문객이 많아지면 그만큼 식당을 찾는 손님도 늘지 않겠냐"며 "지금까지는 간간이 찾아오는 방문객이나 낚시꾼을 상대로 영업했지만, 그때보다는 나을 것"이라고 했다. 

개발 기대감도 없지 않다. 여주 Y중개업소 관계자는 "땅 활용도가 달라 급등세는 아니지만 오르긴 올랐다"며 "특히 이포보 지역은 친수구역이 지정되면 직접적인 수혜 지역으로 꼽히는 만큼 개발 가능성은 상당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땅을 산 사람들은 대부분 외지인이라, 개발에 따른 이익이 현지인에 돌아갈 것이란 기대감은 거의 없는 듯했다. 특히 강변 주위에 논·밭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은 대부분 싼 값에 땅을 팔아 오히려 피해를 봤다는 얘기도 들려주었다.    행사장에서 만난 김모씨(50)는 "사실상 강변 주위에 논·밭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은 대(大)를 위해 자기를 희생한 사람으로 봐도 무방할 정도로 이익을 남기지 못했다. 그런 사람들이 여기에 뭐가 좋아서 오겠냐"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막대한 세금이 투입된 4대강 사업이 기대만큼 만족스럽지 않다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특히 행사 중에 여주군 관계자가 "이명박 대통령이 이포보에서 커피를 마시고 싶다는 말 한마디에 6개월 만에 카페가 완공됐다"고 말한 대목에서는 시민들의 빈축을 사기도 했다.

외평리에서 딸과 방문한 김수빈(32)씨는 "인라인스케이트장은 이용하기 너무 좁고, 어린이 수영장도 안전이 확보되지 않아 실제 이용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특히 공사가 진행 중인 곳도 많은데 너무 보여주기 식으로 빨리 조성한 것"같다고 지적했다.

실제 이포보 주위엔 `공사 중`이란 푯말이 달린 곳이 제법 보였다. 개방행사를 앞당기기 위해 졸속으로 공사를 진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기도 하다.

2년여만에 이날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한강 이포보. 이날 개방행사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4대강 사업은 사실상 마무리됐지만, 여전히 논란은 진행 중이었다. 이포보 옆으로 조성된 광장에서는 `강변살자`라는 노랫말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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