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國債의시대)②또다른 위기를 품다

전쟁 방불케 하는 각종 부양책
재정적자는 국채발행과 직결..수급 `적신호`
회사채 선순환도 막아..또다른 부작용 지적
  • 등록 2008-12-04 오후 2:05:00

    수정 2008-12-05 오후 1:45:42

[이데일리 양미영기자] 장기국채 금리들이 연일 사상최저치를 뚫고 내려가자 자연스럽게 의문이 생긴다. 전례없는 위기 지원과 경기부양으로 각국의 국채가 쏟아져도 국채 금리는 계속 내려갈 수 있을까. 
 
국채의 홍수는 또 다른 `버블(bubble)`을 잉태하고 있다. 더 아이러니인 것은 위기의 주체가 바로 가장 견실한 투자자인 각국 정부라는 사실이다.
 
물론 미국만 해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를 통해 빠져나간 유동성이 결국 장기국채 매입을 통해 흡수될 수 있다는 논리가 맞선다. 100년짜리 초장기 국채를 발행해 위기를 타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그러나 최근 국채 강세는 오히려 위기의 진화를 더디게 하고 있다. 또 국채들이 쏟아질수록 경고음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인플레가 고개를 내밀고 혹 금리가 급등하는 날에는 정말 예상치 못한 또 다른 위기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 전례 없는 각종 부양책..전쟁 방불케 해
 
30년물 금리가 랠리를 보였던 지난 1995년 상황으로 되돌아가보자. 당시 랠리를 이끈 원동력은 빌 클린턴 정부의 재정적자가 흑자로 돌아설 것이라는 기대였고, 이것이 정부의 국채발행을 줄일 것이라는 수급 호재가 크게 작용했다.
 
실제로 지난 1995년 1639억달러 규모의 재정적자는 2000년까지 지속적으로 줄어들면서 결국 2369억달러 흑자로 돌아섰다. 시장이 호재를 제대로 반영했던 셈이다.
 
그러나 지금 상황을 비교해보면 주변환경은 완전히 거꾸로다. 미국 정부는 2008년 회계연도에 사상최대의 재정적자를 기록했고, 내년 역시 기록적인 적자가 예상되고 있는 상태이다.
 
▲ 美 재정추이 및 GDP 비중, 2009년 이후는 전망치. 출처:NYT

 
물론 미국이 지금까지 각종 지원책으로 내놓은 8조5000억달러가 다 쓰이지 못할 수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금까지 소진된 금액은 겨우 32억달러에 불과하다. 일부는 분명 수익을 안길 것이다. 80년대 크라이슬러 구제금융만해도 12억달러가 들었지만, 미국 정부는 스톡옵션 등을 통해 3년 뒤에는 3억1100만달러의 수익을 거둘 수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미 금융위기로 망가진 경제를 살리기 위해 대항 중인 각국의 의지는 필사적이다. 이미 각종 지원책에 이은 경기부양 규모도 전례 없는 형태를 띠며 과거 전쟁 상황을 방불케 한다.
 
버락 오바마 미국 차기 대통령 당선자 역시 2년안에 25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공언하는 등 `비용이 얼마가 들건 이기고 보겠다`는 전쟁 상황을 닮아가고 있다.
 
2008년 회계연도에 4550억달러라는 사상최대 재정적자를 기록한 미국은 10월 한 달만해도 2370억달러의 적자가 추가됐다. 이미 전문가들은 내년 적자가 1조달러에 달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고, 내후년에는 2조 달러까지 누적될 것으로 전망되는 상태다. 이는 과거 제2차 세계대전 후에도 볼 수 없던 규모다.
 
◇ 국채가 쏟아진다..100년만기 국채까지 언급
 
결국 과도한 재정적자는 과도한 국채발행으로 직결된다.
 
최근 헨리 폴슨 미국 재무부 장관은 내년 미국의 국채 발행 규모가 1조50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지난 달 미국 재무부는 각종 구제금융 영향으로 향후 3개월 간 발행될 국채발행 규모가 기존 예상치보다 세배나 많은 5500억달러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 출처: FT 기사 재구성

특히 미국은 현재의 부담을 가능한 분산시키기 위해 장기국채 발행을 늘리는 것을 고려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경우 지난 2001년 재정이 흑자로 돌아서면서 30년 국채발행을 취소했지만 이후 재정적자는 다시 지속됐고, 30년짜리 채권발행도 지난 2006년부터 부활했다.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현 상황도 별반 다를 게 없다보니 급기야 100년물짜리 국채를 발행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최근 블랙록의 피터 피셔 사장은 미국 연방정부가 1조달러라는 비용을 대기 위해 100년물짜리 국채를 발행해야할지도 모른다고 밝혔다.
 
회사채 가운데는 이미 100년만기 채권이 있다. 1993년 월트디즈니가 100년 만기 채권을 처음으로 내놨고 포드 역시 97년 5억달러 어치의 100년물 채권을 선보였다. 당시 7.8%의 금리를 내건 포드의 채권은 판매한 지 25분만에 동이 났다. 그러나 이는 전반적인 국채 금리가 워낙 낮았던 탓이 컸다. 
 
◇ 국채 강세가 선순환 막을 수도..회사채는 "한겨울"
 
국채 뿐만 아니라 정부가 보증하는 채권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이는 또 다른 수급상의 부담을 안길 수도 있다.  
 
여기에 문제가 또 있다. 국채는 물론 국가보증 채권도 인산인해를 이룬다. 아직은 국채 쪽으로 수요가 몰리며 정부를 지원사격해주고 있지만 이는 위험자산 회피를 더욱 부추겨 정작 기업들의 자금줄 역할을 하는 회사채 시장의 회복을 방해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결국 이는 향후 경제회복은 물론 신용시장 회복의 `터닝포인트`를 지연시키고, 회복 흐름에서 민간 차입자들을 아예 배제시킬 수도 있다.
 
경제를 살릴 돈을 마련하기 위한 정부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은 최선일 수 있지만 그들이 금융시스템을 치유하기 위해 떠받치고 있는 국채와 준(準)국채들이 궁극적으로는 민간 섹터의 회복을 더디게 하고 있는 것이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분명 금융시스템의 `게임의 법칙`이 바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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