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분기부터 꺾인 증시는 연초 잠시 반등하는가 했더니 급한 내리막을 걷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신용평가사들은 국가 신용등급 전망을 하향 조정했고, 일부 증권사에선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신청 가능성까지 제기하고 나섰다.
일단 경제 성장률과 무역적자, 인플레이션 등 거시 경제 지표는 모두 지난해보다 악화된 것은 사실. 하지만 외환보유고와 단기 외채 비율을 볼 때 IMF 체제 이행까지는 과장된 우려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베트남 경제 `마(魔)의 5월`..경고음 줄이어
국제 신평사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지난 2일 "베트남 경제 성장이 심각하게 둔화되고 은행권의 위험관리 능력이 불명확해, 은행권의 대출 손실이 높아질 수 있다"며 국가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일주일 뒤인 지난 9일 스코틀랜드 왕립은행(RBS)은 "베트남: 또 다른 중국이 아니다"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작은 중국으로 부각된 베트남의 가능성이 과대 평가됐다며, 베트남 신화를 허물어 뜨렸다.
일본 다이와증권 산하 다이와종합연구소는 한 발 더 나아가 지난 13일 "안녕(Hello) IMF?"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IMF 구제금융 가능성까지 제기했다.
보고서는 "무역적자와 인플레이션 등 베트남 거시경제 펀더멘탈이 지난 반년 동안 급격히 악화됐다"며 "적절한 정책을 취하지 않으면 앞으로 몇 달 안에 IMF 구제금융을 신청할 가능성이 있어, 투자비중을 `0`으로 낮출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다이와 보고서의 강력한 경고가 나온지 나흘 뒤인 지난 17일 베트남 중앙은행(SBV)은 기준금리를 단번에 무려 3.25%포인트나 인상하고 재할인율과 차환율도 2배로 높이는 강력한 긴축 통화정책을 단행해, 베트남 경제에 대한 의혹을 증폭시켰다.
19일에는 베트남 언론을 통해 증권 감독 당국이 수일 내에 증시 부양책을 마련할 것이란 소식도 흘러나왔다.
◇올해 성장률 1%p 깎여..증시는 1년새 `반토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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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말 금리를 인상할 뜻이 없다던 중앙은행이 강력한 긴축조치를 취하고 정부가 증시부양책까지 거론하자, 베트남 경제가 과연 위기에 처한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베트남의 경제지표는 올해 들어 악화 일로를 걸어왔다.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연율 7.4%로, 1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지난해 경제성장률 8.5%보다 크게 떨어졌다.
정부도 올해 경제성장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응웬 신 훙 부총리는 지난 달 "베트남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를 기존 9%에서 7%로 낮출 것"이라고 밝혔다.
증시도 1년 사이에 반토막이 났다. 베트남 VN 지수는 지난해 5월23일 1113.19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19일 전일 대비 0.95% 하락한 455.67로 마감했다.
◇단기외채 비율 9% 불과..구제금융설은 `과장`
S&P와 다이와종합연구소 등이 우려의 핵심으로 지목한 부분은 베트남 은행권 대출과 무역적자.
S&P는 부동산 투기와 국영기업의 투자 바람이 베트남 은행권을 취약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006년 GDP의 71%를 차지했던 베트남 국내 대출은 올해 말 GDP의 95%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다이와종합연구소는 올해 들어 4개월간 무역적자가 지난해 수준에 육박했다며, 유가 급등으로 인한 것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4개월간 무역적자 누계는 111억달러로, 지난해 무역적자 124억달러 수준에 근접했다. 특히 수입 물품 가운데 가장 많이 급증한 품목이 자동차, 철강, 비료 등이라고 설명했다.
또 수출기업을 위해 환율을 방어하던 SBV가 지난 3월 수입물가를 억제하기 위해 동화 절상 허용조치로 동화 일일 환율변동폭을 기존 ±0.75%에서 ±1.00%로 확대했지만, 이 역시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일각에선 외환보유고와 단기 외채를 살펴볼 때 IMF 구제금융설은 다소 과장된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투신운용의 현동식 글로벌운용본부 해외투자2팀장은 "지난 1997년 당시 외환보유고 대비 단기외채 비중은 300%를 넘어섰던 반면 베트남은 불과 9%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베트남 위기론 솔솔..`펀드 어떻게 할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