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8일은 팝 역사상 가장 유명한 생일이었다. 폴 매카트니가 비틀스 멤버 시절인 1967년 발표해 팝의 고전이 된 곡 ‘예순네 살이 되었을 때’(When I’m Sixty Four) 때문이었다. 비틀스에 별 관심 없는 사람들조차 첫 소절만 들으면 누구나 흥얼거릴 수 있는 이 히트곡에서 매카트니는 아내와 함께 평온한 여생을 보내는 자신의 64세 모습을 상상했다. “내가 퓨즈를 갈면 당신은 스웨터를 짜고, 일요일 아침이면 드라이브를 하고, 정원을 가꾸며 잡초도 뽑고. 더 이상 뭘 더 바라겠어요. 내가 예순네 살이 되었다 해도 당신은 여전히 나를 원할 건가요.”
그러나 이미 열다섯 살 때 가사를 썼던 이 노래에서 꿈꿔온 생활과 달리 64회 생일을 맞는 매카트니의 삶은 최악이었다. 린다 이스트먼과 29년간 잉꼬 부부로 소문난 결혼생활을 했던 그는 8년 전 아내를 암으로 잃었다. 이어 26세 연하의 모델 출신 헤더 밀스와 2002년 재혼했지만 지난달 이혼을 발표하고 4년간의 결혼생활에 종지부를 찍었다.
▲ 첫번째 부인 린다 이스트먼은 폴 매카트니에게‘영원한 사랑’이었다. | |
드디어 찾아온 6월 18일. 아버지는 마지 못해 이스트 에섹스에 있는 자신의 저택에서 바베큐 파티를 준비했다. 그러자 가족들은 아버지를 위로하기 위해 깜짝 이벤트로 준비한 노래를 틀었다. 자녀들과 손주들이 미리 모여 합창으로 녹음했던 ‘예순네 살이 되었을 때’였다. 녹음 장소는 39년 전 매카트니가 바로 그 노래를 불렀던 애비 로드 스튜디오. 비틀스 앨범을 지휘했던 명 프로듀서 조지 마틴의 아들이 녹음 작업을 맡았다. 음정이 틀리고 화음이 맞지 않는 합창이 흘러나오자 타고난 음악인인 아버지는 고개를 저었다. 그러나 얼굴엔 오랜만에 찾아온 미소가 끊이지 않았다. 결국 폴 매카트니를 구원한 건 노래였다. 와인 한 병과 노래 한 곡조, 그리고 그의 노래를 여전히 기억하는 팬들. 그의 예순네 번째 생일은 그리 나쁘지만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