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상반기 성적표를 보면 연간 목표 달성이 가능할지 미지수다. 상반기 매출은 불과 90억원. 더우나 영업이익은 커녕 영업손실 24억원을 냈다. 이 회사는 하반기에 500억원 이상 매출을 올려야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일단 회사 측은 하반기에 수주가 몰려 있기 때문에 목표 달성이 가능하다는 견해다.
하지만 과거 반기별 매출 추이를 보면 상반기와 하반기 매출 규모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상반기에 매출이 더 컸던 지난해도 상반기와 하반기 각각 258억원, 172억원을 기록했다.
국내 대표적인 휴대전화 제조업체에 소프트웨어를 공급하고 있는 B사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과거 5년 동안 가파른 외형 성장을 지속했기 때문에 올해 매출 목표도 지난해 매출액 193억원보다 30%가량 증가한 255억원으로 설정했다.
하지만 지난 상반기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감소했다. 연간 목표 대비로 보면 20%에 불과한 57억원을 기록했다. 통상 하반기 매출이 상반기보다 다소 크긴 하지만, 나머지 80%의 목표치를 하반기에 달성할 수 있을지는 매우 불확실하다.
섬유 생산업체 C사도 연초 기대보다 못한 상반기를 보냈다. 매출 1000억원 돌파를 목표로 해외 판로를 개척했다.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따른 수혜도 기대했으나 유럽 국가들이 재정위기에 시달리면서 눈에 띄는 성과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지난해보다 매출이 50%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으나 상반기 매출액은 오히려 전년 대비 10% 이상 줄었다.
전망치 대비 상반기 매출 달성률이 40% 미만인 상장사도 분석 대상 기업 가운데 41.3%에 달했다. 제이콘텐트리 등 10개사는 달성률이 30%도 안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증권업계는 통상 계절적 요인을 고려해 상반기에 전망 대비 30~40%가량을 달성해야 전망에 대한 신뢰도가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아직 올 연말까지 4개월 남아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달성률 저조가 실패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다수의 상장사는 목표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다만 문제는 하반기 경기 상황이 그리 녹록하지 않다는 데 있다. 조사 대상 가운데 상당수는 대기업 협력업체로 대기업 투자 성향이 실적의 중요 변수다.
박태준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부품산업은 TFT-LCD산업의 업황 저조로 인한 부정적 영향이 지속되고 있다"며 "출하량의 제한적인 증가와 단가 인하 등으로 인해 관련업체들의 실적 전망은 전반적으로 하향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성인쇄회로기판(FPCB) 제조업체인 인터플렉스는 고객사의 신제품 출시 지연 및 피처폰 물량 감소로 올 상반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부진했다며 올해 전망치를 조정했다. 영업익 400억원 달성을 목표로 했으나 이달 들어 205억원으로 큰 폭으로 낮췄다.
이 같은 분위기는 다른 업종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비교적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모바일 게임개발업체 컴투스조차 올해 목표치를 낮춰 잡았다. 컴투스는 올해 초 350억원 매출에 영업익 5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피처폰 게임 매출 목표를 조정하면서 전체 목표치도 10% 가량 하향 조정했다.
조윤남 대신증권 리서치 센터장은 "유럽과 미국의 정책적 대응이 시장 신뢰를 회복시키지 못하면 또다시 지난 2008년 4분기의 경기 상황이 재현될 가능성도 있다"며 "현 시점에서는 앞으로 경기 상황을 예상하기 쉽지 않는 국면"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