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서울 인사동이나 가회동, 강남의 압구정동이나 청담동에서 가장 빈발하는 단어는 바로 ‘엣지’입니다.
‘엣지’의 용례는 이렇습니다. “차분하면서도 엣지 있는 단발로 해드릴게요.” 비슷비슷한 단발이 아니라 뭔가 ‘한 끗’이 있는 단발이라는 뜻입니다. 좀 더 세련된 단발이라는 뜻도 물론 포함되지요. “저는 흰 셔츠를 즐겨 입어요. 아주 기본적이면서도, 어딘가 ‘엣지’ 있는 룩을 좋아하죠.” 옷 잘 입는다고 소문난 연예인이 TV에 나와 말하더군요.
패션 내공을 자랑한다는 이들에게 ‘엣지가 도대체 뭐냐’고 물었더니 ‘날이 선 듯 날카롭도록 감각적인 그 무엇’ ‘쉽게 흉내 낼 수 없는 마지막 손길’ 등이라고 하더군요. 음, 뭔가 좋다는 뜻인가 봅니다. 반대로 ‘엣지 없다’는 소리를 들으면 긴장해야 합니다. ‘밋밋하다’ ‘평범하다’ ‘위트 없다’란 뜻이라니까요.
이쯤에서 ‘엣지’가 뭔지 궁금한 분들을 위해 ‘엣지 있다’는 찬사를 듣는 공간을 소개해 드립니다. ‘이게 무슨 엣지야, 그냥 스타일 과잉, 컨셉 과잉이야’ 하실 분들도 있겠지만요. 일단 ‘엣지’가 있으려면 남들과는 구별되는 특정한 ‘컨셉’이 있어야 합니다. ‘엣지가 있다, 없다’ 어느 쪽으로 느끼실 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컨셉’ 만큼은 확실한, 2006년 겨울의 문턱에서 가장 각광 받는 장소들을 소개합니다.
여기는 모로코?
레스토랑에 핀 거대한 장미
한송이 거대한 붉은 장미 한 송이가 레스토랑 한 가운데 꽂혀있다. 반대편 벽에서 모나리자가 장미를 바라보며 미소를 띄운다. 저만치 거울 속에 장미가 다시 등장한다.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가 그린 그림 속으로 걸어 들어간 기분이다. 서울 신사동 성수대교 남단과 도산사거리 사이에 있는 레스토랑 비스트로 디(02-3443-1009)다. 레스토랑을 기획·운영하는 ‘새터데이 브런치’에서는 “지난 10월 오픈을 앞두고 레스토랑 컨셉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로 잡았다”면서 “실존하지 않는 공간을 표현하기 위해 거대한 장미, 커다랗게 확대한 모나리자 그림과 거울을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살짝 초현실적이고, 동시에 로맨틱하다. 그래서인지 소규모 결혼식 장소로도 인기가 쏠쏠하다. 음식은 이른바 ‘뉴욕 스타일’ 또는 ‘아메리칸 스타일’. 서양요리를 기본으로 아시아, 중동 등 다른 지역의 재료와 요리법이 더해진다. 스테이크 등 메인요리 3만원대, 파스타 1만6000원선. 장미도 장미지만 14대의 김치냉장고가 곳곳에 놓여있다는 점도 특이하다. 김치냉장고 딤채를 생산하는 위니아만도가 ‘협찬’한 곳이기 때문이다. ‘비스트로 디’라는 이름도 ‘딤채’의 ‘디(d)’에서 나왔다. 이 확실한 컨셉, 엣지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