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미래車)④"한일FTA 파고를 넘어라"

기술격차 뚜렷, 하이브리드차시장 통째로 내줄판
관세철폐 최대한 유예하고 총력지원 나서야
  • 등록 2004-11-18 오후 12:30:00

    수정 2004-11-18 오후 12:30:00

[edaily 지영한기자] 대일(對日)무역역조를 바로잡기 위해 시행되던 수입선다변화제도가 99년 완전 폐지된 이후 도요타 혼다 자동차를 중심으로 일본산 자동차의 한국공략이 본격화하고 있다. 정부간 협상이 진행중인 한일 자유무역협정(FTA)이 양국의 목표대로 2005년중 체결돼 일본차에 대한 관세철폐가 단행될 경우엔 일본차로선 한국시장 확대에 있어 결정적인 호기를 맞을 전망이다. FTA체결시 일본 메이커들은 지금처럼 고급 대형차에 국한된 제한적인 시장공략에서 탈피, 중소형 범용차는 물론이고 자신들이 이미 상용화해 세계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친환경 하이브리드자동차까지 전면에 내세워 한국시장을 대대적으로 잠식해 나갈 가능성이 높다. 한국 자동차업계로선 일본차로부터 안방을 지키기 위해 기존 범용차시장에서 전 세그먼트(차급)에 걸쳐 치열한 방어전을 치를 수밖에 없고, 기술격차가 적지않은 친환경 미래차시장은 제대로 싹을 피워보지도 못한채 일본차에게 선점당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한일 자동차 무역역조 심화..한일FTA에 긴장고조 올들어 일본 완성차의 수입규모는 지난해 연간치를 이미 크게 넘어서고 있다. 도요타 혼다에 이어 내년엔 닛산이 한국시장에 진출하면 일본의 빅3가 모두 한국에 상륙하게 돼 완성차 대일 무역역조는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이 틀림없다. 대일 무역역조를 시정하기 위해 도입된 수입선다변화제도가 시행되던 98년만 하더라도 일본산 자동차의 한국시장 판매규모는 298대에 불과했다. 그러나 99년 6월 수입선다변화품목에서 자동차가 해제된 이후 일본차의 수입규모는 ▲2000년 1698대 ▲2001년 3526대 ▲2002년 5879대로 급증했고, 올해엔 9월까지만 6557대에 달하고 있다. 올 9월까지 판매규모는 전년동기 3664대에 비해 78.9%나 급증한 수치다. 또한 수입 일본차의 경우 도요타의 럭셔리 브랜드인 `렉서스`를 비롯, 혼다의 중형세단인 어코드 등 고가차량들이 주류를 이루다보니 일본차의 수입금액은 더욱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98년 394만달러에 그쳤던 수입금액은 올해엔 9월까지만 1억9179만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반면 국산차의 대일본 수출은 일본차의 수입증가세를 뒤쫓기엔 상당히 버거운 모습이다. 대일수출이 저가 소형차 중심으로 이루어지다보니 한국차의 대일 수출금액은 올들어 1879만달러에 그쳐 일본차 수입금액의 10분의 1에도 채 못미치고 있다. ◇FTA체결로 관세철폐 땐 일본차 국내시장 잠식 `본격화` 문제는 자동차부문의 대일 무역역조가 이제 시작에 불과하며 향후 더욱 심각해질 것이란 점이다. 특히 현재 협상이 진행중인 한일FTA가 타결돼 일본산 수입자동차에 대한 관세가 전격 철폐된다면 한국자동차산업은 완성차 뿐만 아니라 부품산업 전반으로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다. 98년 9월16일 전국경제인연합회 주최 월례조찬에 참석한 오구라 가즈오(小倉和夫) 당시 주한 일본대사가 한일간 FTA의 필요성을 언급한 이후 한일 양국은 한일FTA 논의를 진행, 지금은 2005년 완전타결을 목표로 6차협상까지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자동차산업의 입장에선 한일FTA협상이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일본의 경우 한국산 자동차나 부품에 대해 이미 관세를 전혀 부과하지 않고 있지만 한국은 일본산 자동차에 대해 승용차는 8%, 상용차는 10%, 부품은 8%씩의 관세를 매기고 있다. FTA 협상의 최대 이슈가 관세철폐지만 한국차로선 관세분야에서 더 얻을 것이 없는 반면 일본자동차나 일본산 자동차부품은 관세철폐에 따른 일방적인 수혜를 입을 수밖에 없다. 일본 메이커들은 또한 한국의 관세장벽이 철폐되면 한국시장을 공략할 여력도 그만큼 커지게 된다. 예컨데 가격경쟁력 확대로 인해 기존 고급차 위주에 머물렀던 한국시장 공략 모델들이 중소형 범용차는 물론이고 일본이 자랑하는 최첨단 하이브리드차로까지 확대할 수 있어 일본 메이커로선 한국시장을 보다 효율적으로 잠식해갈 수 있다. 향후 몇년내 일본 자동차의 연간 수입규모가 10만대를 넘어서고, 승용차시장에서 일본차의 점유율이 10%선을 훌쩍 뛰어넘을 것이란 전망도 이래서 나온다. 한일FTA가 일본차에겐 고무적이겠지만 한국자동차산업으로선 걱정거리가 아닐 수 없다. ◇친환경 미래차분야 한일간 기술격차 뚜렷 한일FTA가 타결되면 자동차산업 전반으로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한 가운데 한일간 기술격차가 상대적으로 큰 고급차 및 친환경 미래차분야가 보다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친환경 미래차의 경우엔 한국과 일본 모두가 미래의 성장동력원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양국간 기술격차는 그 어느 분야보다도 크다. 미래차분야의 기술종속을 막기위해서라도 적극적인 대응이 절실하다는 얘기다. 실제 일본은 자동차연료전지, 수소저장, 첨단배터리, 하이브리드전기자동차, 경량소재, 대용량축전지, 기타동력전장품, 직분사연소장치, 신연소장치, 배기가스통제, 수소내연엔진 등 미래차기술 전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갖추고 있지만 한국은 그렇지 못하다. 산업연구원이 96~2001년중 미국 특허국에 출원된 특허통계를 활용해 한일 양국간 에너지 및 환경관련 첨단자동차기술 경쟁력을 비교해 최근 초안(draft)으로 작성한 분석자료<표>만 보더라도 양국의 기술격차는 확연하다. 전세계적으로 본격적인 상용화가 진행중인 하이브리드차만 보더라도 도요타의 프리우스나 혼다의 시빅 하이브리드 차량들은 100% 자국 기술로 생산이 이루어지고 있다. 반면 한국산 하이브리드차는 국산화비율이 상당히 낮다. 한일FTA 협상과 맞물려 자칫 잘못 대응했다간 한국 하이브리드차시장이 일본 메이커들에게 통째로 넘어갈 것이란 우려가 설득력 있게 들린다. ◇하이브리드차시장 통째로 내줄판 도요타의 대표적 하이브리드차인 `프리우스`는 97년 출시이후 금년 9월말까지 세계 각국에서 24만대 이상이 판매돼 세계 하이브리드차시장을 90% 이상 점유하고 있다.또한 2005년엔 연간 30만대의 생산계획까지 잡혀있고, 내년 미국에서만 15만대 이상이 팔릴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사실 프리우스는 출시 후 몇년간은 미국시장에서 이렇다할 판매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세계 첫 양산모델이라 테스트 마켓의 성격이 강했기 때문인데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미국에서 2003년 출시된 신형 프리우스를 사려면 최소 6개월은 기다릴 정도다. 프리우스가 한국에서도 큰 반향을 불러일으킬 것이란 예상도 무리가 아니다. 한국소비자들은 이미 하이브리드차 개념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어, 지금처럼 고유가 지속되는 가운데 가격만 적정수준에서 책정된다면 프리우스 돌풍까지 가능하다는 관측이다. 더욱이 도요타의 하이브리드차는 프리우스만 있는 것이 아니다. `스포츠실용차(SUV) 하이브리드모델로 주목받고 있는 `RX400h`가 곧 시판에 들어갈 예정이고, 미국의 Y세대(Young Generation)를 타켓으로 만든 소형차 사이온(SCION)에도 하이브리드엔진을 적용하려는 움직임도 있다고 한다. 프리우스는 물론이고 사이온처럼 소형 저가차에 연비마저 획기적으로 개선된 하이브리드차들이 도요타나 혼다 브랜드를 달고 한국에 들어온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한국의 하이브리드차시장은 일본 메이커들에게 거져 넘어갈 수 있다. ◇관세장벽은 임시방편..국내기술 기반확보를 위한 총력지원 절실 이에 따라 국내 메이커들이 친환경 미래차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여유를 주기 위해서라도 한일FTA 체결시 미래형자동차에 대한 관세철폐가 최대한 유예될 필요가 있다. 일단 FTA가 체결되면 당사국은 규정에 따라 특별한 예외를 제외하고는 10년 이내에 모든 관세를 철폐해야한다. 때문에 한정된 시간이나마 관세철폐를 가급적 늦춤으로써 국내 메이커가 대응할 여지를 만들어줘야 한다. 그러나 한국산 자동차에 대해 이미 관세를 철폐하고, 한국차 시장의 전면개방을 거듭 요구해온 일본이 과연 관세철폐 유예에 순순히 응할지는 의문이다. 설령 한일FTA협상에서 한국측이 일정한 유예기간을 얻어내더라도 지리적으로 인접한 가운데 앞선 기술로 무장한 일본 메이커에겐 8%의 관세장벽이 그다지 장애가 되지는 않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도요타는 프리우스를 미국에 처음 수출할 때 대당 6000달러의 손실을 무릅썼다. 마찬가지로 일본 메이커들이 당장의 수익성보다 초기 이미지를 높이고 시장을 선점해나간다는 목표를 갖고 가격에 연연하지 않는 전략을 구사한다면 관세장벽은 무용지물이 될 수 밖에 없다. 물론 한국자동차산업은 범용차시장에서 선진 메이커를 따라잡고 리딩단계로 진입할 정도로 저력을 갖고 있고, 미래차 분야에서도 완벽하지는 않지만 여러 악조건 속에서도 클릭 하이브리드차를 생산해내는 노력을 보이고 있다는 점은 그래도 희망적이다. 따라서 시간은 걸리겠지만 국내기술의 기반을 확보하기 위한 메이커의 노력과 더불어 정부차원의 아낌없는 지원이 어우러진다면, 과거 범용차시장에서 그랬듯이 친환경 미래차분야에서도 충분히 `선진국 따라잡기`(Catch Up)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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