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 과열 주의보, 소문 따라 투자는 '투기'”

메리츠증권 보고서
“시장 영향은 제한적”
  • 등록 2021-03-03 오전 9:03:24

    수정 2021-03-03 오후 9:36:44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대폭 늘어난 기업공개(IPO)와 함께 기업인수목적회사(SPAC·Special Purpose Acquisition Company)의 상장이 급증했다면서 지나친 관심으로 인해 합병전 가치가 오르는 등 과열 양상이 포착된다고 판단했다.

3일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2020년 SPAC IPO는 316건, 공모금액은 1036억 달러로 전체 IPO의 절반 가량을 차지했다. SPAC만 보면 2019년 대비 공모금액이 7배 이상 증가했다. 올해도 2월 말 기준으로 이미 120건, 411억 달러 규모의 SPAC이 상장됐다.

박범지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배경을 코로나19에서 찾았다. 변동성 확대, 기술 확산 가속화, 풍부한 유동성 환경, SPAC 합병의 성공적인 사례 등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SPAC 합병으로 상장한 기업 중 대표적인 사례로 전기차 배터리 업체인 퀀텀스케이프(QS), 우주 여행 서비스 업체인 버진갤럭틱(SPCE), 온라인 스포츠 베팅 게임 업체인 드래프트킹스(DKNG) 등이 있다.

문제는 관심이 집중되면서 벌어지는 ‘SPAC의 역설(Paradox)’이었다. 박 연구원은 “SPAC은 명목회사라는 점에서 기업 간에 큰 차이가 없어 주가가 먼저 상승한 SPAC은 인수합병(M&A) 대상 기업을 찾는 과정에서 경쟁력이 낮아진다”면서 “최근 제2의 테슬라로 불리는 루시드모터스와 CCIV처럼 주가가 지나치게 높게 형성돼 합병 공시로 인해 오히려 주가가 급락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대상기업들이 협상력에서 우위를 가지게 되면 부실 기업들의 상장 가능성이 높아지고, 대상기업들의 가치가 고평가될 유인도 생긴다고 우려했다. 박 연구원은 “게다가 SPAC의 주가가 상승하게 되면 초기에 투자했던 기관투자자들이 차익실현을 목적으로 보유 주식을 매도할 유인이 발생한다”고 짚었다.

SPAC 투자의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 연구원은 “공모와 같은 초기 단계나 시가총액이 순자산 가치와 상장 프리미엄에 가까운 주가 수준에 투자해 원금 손실 가능성을 제한하는 것이 SPAC 투자”라면서 “소문으로 주가가 상승한 SPAC의 주식을 매수하는 것은 투자가 아니라 투기에 가까우며, 실패 확률이 높다”고 지적했다. 현재 대상기업을 탐색하고 있는 전체 SPAC은 약 1500억 달러로 전체 주식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낮다. 박 연구원은 “SPAC 시장의 과열과 높아진 변동성으로 인한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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