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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정보 제공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올 들어 전 세계에서 1700개의 기업이 증시에 상장했다. 이는 작년보다 44% 증가한 것으로 2007년 이후 10년 만에 가장 많은 규모다. IPO 규모 역시 1960억달러를 기록해 전년대비 44% 늘어났다. 중국 알리바바가 250억달러 규모의 IPO를 진행했던 2014년 이후 최대 규모다.
올해 미 기업들의 IPO를 통해 조달한 금액은 총 490억달러로 작년 240억달러의 2배를 넘어섰다. 지난 해 IPO 실적은 최근 10년 이래 가장 저조했다. 유럽 기업들의 IPO도 올 들어 40% 이상 증가했으며, 중국에선 400개 이상의 기업이 선전 증시와 상하이 증시에 상장됐다.
아시아에서 진행된 IPO의 경우 인도에선 보험 기업들의 상장이 활발하게 이뤄졌으며, 중국에선 제조업에서 서비스업 기반 경제로의 전환이 반영됐다고 FT는 분석했다.
올해 미 IPO 시장 최대어로 꼽혔던 스냅챗의 모기업 스냅은 공모가 대비 10% 낮은 가격에서 주식이 거래되고 있다. 이탈리아 타이어 업체 피렐리는 중국 화학업체 켐차이나에 인수된 뒤 지난 9월 밀라노 증시에 재상장됐다. 28억달러 규모의 IPO로 관심을 모았지만 희망 공모가 밴드 하단에서 가격이 결정됐으며, 상장 이후에도 수일 간 주가가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미 식재료 배달 서비스업체 블루에이프론은 아마존의 홀푸드 인수 이후 성장 잠재력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 상장 후 6개월 만에 주가가 반토막이 났다.
JP모건의 아친티아 망글라 유럽중동아프리카(EMEA) 주식·자본시장 헤드는 “상장 후 저조한 성과에 대한 책임은 내년에 모든 사람들이 떠안아야 할 부담”이라고 말했다. IPO 후 부진한 성적이 내년 상장 물량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요소 중 하나라는 얘기다.
한편 지역별로는 중국 상하이증권거래소와 미국 나스닥이 IPO 규모에서 각각 1위와 2위를 차지했다. 지난 2015년과 2016년 아시아에서 가장 많은 IPO를 실시했던 홍콩증권거래소는 올해 4위에 그쳤다. 3위를 차지한 뉴욕증권거래소에 밀려서다. 영국은 6위를 차지했다. 홍콩증권거래소는 상하이·뉴욕과의 상장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해 올해 상장요건을 대폭 완화했다. 근 30년래 최대 규모다.
씨티그룹의 브루스 우 주식 자본시장 공동 대표는 “올해 아시아에선 핀테크와 바이오테크와 같은 ‘새로운 경제’ 분야의 기업 상장이 많았다”며 “홍콩증권거래소의 새로운 시도는 IT부문 기업들이 상장하는데 유리한 길을 열어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매력적인 공모가 및 상장 이후의 양호한 실적은 아시아 지역 기관 투자자들이 기업가치에 대한 평가에 있어 미국 기관 투자자들에 뒤지지 않는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