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년만에 명예회복…軍 의문사, 故 허원근 일병 '순직' 인정

'진상규명 불명' 판결 받은 허 일병 사망구분 '순직' 결정
국방부, 진상규명 불명자도 순직심사 가능토록 규정 개정
  • 등록 2017-05-16 오전 9:37:42

    수정 2017-05-16 오전 9:56:25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군(軍) 의문사위원회와 수사기관의 결정이 달라 대법원에서 ‘진상규명 불명’ 판결을 받은 고(故) 허원근 일병이 순직 처리됐다.

국방부는 제17-5차 중앙전공사상심사위원회를 개최하고 1984년 4월 2일 사망한 허 일병의 사망 구분을 순직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허 일병에 대한 순직 결정은 9명의 심사위원이 관련 대법원 판례를 준용해 사체의 발견장소, 사망 전후의 상황, 담당했던 공무의 내용을 파악해 결정한 것이다. 자살이냐 타살이냐의 여부가 아닌 허 일병이 당시 GOP 경계부대의 중대장 전령으로 복무 중 영내에서 사망했음을 인정한 것이다.

사망 분류가 일반 사망에서 순직으로 변경됐기 때문에 허 일병은 국가유공자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립묘지에 안장된다.

육군 7사단 GOP 부대에서 근무하던 허 일병은 당시 폐유류고에서 양쪽가슴과 머리에 M16소총에 의한 3발의 총상을 입고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 사고 당시 군 수사기관은 중대장의 폭력과 가혹행위, 괴롭힘 등 복무염증으로 인한 자살로 결론내렸다.

그러나 2002년 9월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1기는 허 일병이 중대본부 내무반에서 술에 취한 상관의 총에 맞아 숨졌다며 타살로 결론 내렸다.

이에 2002년 11월 국방부 특별조사단은 중대본부 내무반에서 총기 오발 사고는 없었다며 다시 자살로 결론내렸다.

2004년 6월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2기는 재조사 결과를 다시 타살로 발표했으며 2010년 2월 열린 서울중앙지방법원 1심 공판에서 타살로 결론났다.

그러나 2013년 8월 서울고등법원 2심에서는 자살로 또 다시 번복됐다.

2015년 9월 대법원은 사인의 진상을 규명할 수 없다면서 군 수사기관의 초동수사의 일부 책임을 물어 3억원의 배상 판결을 내렸다. 유족은 재심을 요청했지만 대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국민권익위원회는 허 일병의 순직 인정을 권고했으며 지난 4월 중앙전공사상심사위원회는 허 일병의 순직을 최종 결정했다.

한편 국방부는 법제처 등 유관기관과의 협의를 통해 ‘진상규명 불명자’에 대한 순직심사가 가능하도록 군인사법시행령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행 군인사법시행령의 순직분류기준에 진상규명 불명자에 대한 명시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반영하고, 진상규명 불명자가 포함돼 있지 않아 유가족이 재심 청구를 주저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한 것이다.

개정 추진안은 사망형태(자·타살, 사고사 등)가 불분명한 진상규명 불명자의 사망이 직무수행이나 교육훈련 등 공무와 관련성이 있다고 전공사상심사위원회에서 인정되면 순직 처리될 수 있도록 사망분류기준을 바꾸는 것이 골자다.

국방부 청사 전경 [사진=이데일리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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