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장순원 기자] 군부 쿠데타는 6시간 만에 막을 내렸지만, 터키 경제는 한층 짙은 혼란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터키의 돈줄인 관광산업은 타격이 불가피하고 외국인 투자자들도 등을 돌리는 분위기다. 자칫 터키 경제가 송두리째 흔들릴 수 있다는 불안감마저 확산하고 있다.
16일(현지시간) 쿠데타 소식이 전해진 뒤 터키 리라화는 달러와 견줘 5%가량 급락했다. 하루 하락폭으로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복귀하면서 상황이 빠르게 정상화하고 있지만, 쿠데타가 터키 경제에 먹구름을 몰고 올 것이란 불안감이 확산한 결과다.
쿠데타 시도는 그렇지 않아도 격변의 시기를 보내는 터키의 정치적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들었다고 FT는 지적했다. 터키는 올해 총선만 2번을 치렀을 정도로 혼란이 가중된
상황이다. 여기에 이웃 시리아에서는 내전이 발생해 난민들이 대거 유입되고 있고, 이슬람 국가(IS)나 쿠르드 독립세력의 반발도 격화하고 있다. 터키에서 관광객 이용이 가장 많은 공항인 아타튀르크 국제공항에서 지난달 자살 폭탄 공격이 일어나면서 40명 이상이 사망했다.
정정불안은 터키의 젖줄인 관광산업을 고사위기로 내몰고 있다. 터키 관광산업은 국내총생산(GDP)의 4%를 차지하고 있다. 전체 취업인구의 10%를 넘는 210만여 명이 관광업에 종사 중이다. 그렇지만 지난 5월 터키를 찾은 관광객은 일 년 전과 비교하면 23% 급감했다.
외국인 투자자 사이에서 확산한 불안감은 더 큰 문제다. 터키는 막대한 경상수지 적자와 기업부채 문제로 골머리를 앓아왔다. 특히 터키는 단기외채 의존도가 높은 나라다. 이런 상황에서 정정불안은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 외국인이 급격하게 터키에서 발을 뺀다면 1997년 우리가 겪은 외환위기가 터키에서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데니 로드릭 하버드대 교수는 “투자자 관점에서는 터키의 정치와 경제는 아수라장 같지 않겠냐”고 말했다.
리라화의 하락은 경기부양에 나서려는 터키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터키 중앙은행이 금리를 내려 경기에 온기를 불어넣으려 해도 자칫 리라화 매도심리를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불안요소들이 맞물리면서 터키의 GDP는 지난해 4.5%에서 올해 3~4%에 그칠 전망이라고 FT는 전했다.
불런트 굴테킨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경영대학원 와튼스쿨 교수는 “터키는 생산성을 높이고 교육이나 수출 분야에서 장기적인 투자를 하지 않으면 저성장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