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머니 규제]①외국인 채권투자 과세 효력 `논란`

미국 유럽 대부분 국가와 이중과세방지 협약
"외국인 채권 보유 잔액의 80%는 영향 없어"
룩셈부르크 홍콩 대만등 투자자 영향 클 듯
  • 등록 2010-11-18 오후 12:37:08

    수정 2010-11-18 오후 1:42:31

[이데일리 이진우 기자] 정부가 외국자본의 유출입을 막기 위해 준비해 온 정책 보따리를 하나씩 풀 채비를 하고 있다. 과연 정부의 대책이 `달러 쓰나미`를 막을 수 있을 지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정부의 규제안이 자본 유출입 규모를 줄이는 데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 지에 대해서도 시장에서는 논란이 분분하다. 기대만큼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은 반면 꽤 효과적인 브레이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외국자본 유출입 규제안의 주요 내용과 예상 효과에 대해 3회에 걸쳐 짚어본다.[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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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가장 먼저 꺼내들 것으로 예상되는 카드는 외국인이 사들인 채권에서 나오는 이자나 자본차익에 소득세를 물리는 방안이다. 현재 국회에 의원입법 형식으로 법안 두 건이 올라가 있고 올해말까지 구체적인 내용을 결정해서 통과시킬 예정이다. 

현재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서 매입한 국고채나 통안채의 이자나 매매차익에는 세금이 붙지 않는다. 과거에는 이자소득과 양도차익에 각각 15.4%와 22%를 세금으로 매겼지만 글로벌 금융위기가 몰아닥쳤던 2009년 5월 외자유입 방안으로 추진한 WGBI 편입을 위해 이런 세금들을 모두 없앴다. 
 
▲ 우리나라의 원천징수 세율 현황. 지난해 5월 이전에는 외국인이 사들이는 국고채에 대해 14%(주민세 제외)의 이자소득세를 부과하고 원천징수했으나 5월 이후에는 이를 면제하고 있다. 국회에서 논의될 예정인 외국인 국채 소득세 원천징수안은 외국인이 매입한 국채의 이자소득에만 소득세를 매기는 안과 채권매매차익(자본소득)에도 함께 세금을 매기는 안, 두 가지가 계류중이다. <자료:기획재정부, 한국투자증권>

이 세금이 부활하면 외국인의 이익이 그만큼 줄어들고 그러면 외국인의 채권 매수세가 잦아들 것으로 정부는 계산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유럽 등의 대부분의 국가들이 이중과세 방지협약을 통해 해외에서 낸 세금을 자국에서 돌려주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어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  한국에 내나 본국에 내나 마찬가지..과세 영향 별로 없어

한 채권 애널리스트는 "이중과세 방지협약에 따라 우리나라와 조세협약을 맺은 나라들은 양국이 동일한 제한세율을 적용해 과세한다"면서 "외국인들 입장에서는 본국보다 우리나라에서 세금을 더 내지만 않는다면 어디에 세금을 내느냐의 문제일 뿐 수익률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는 미국과의 조세협약을 통해 미국 국적 투자자들의 이자소득에 대해 12%(제한세율)의 세금을 매기고 있다. 우리나라의 이자소득세는 15.4%(주민세 포함)이지만 조세협약에 따라 이러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따라서 외국인 채권투자에 대한 이자소득 과세가 부활하면 미국 국적의 투자자들은 이자수익의 12%를 세금으로 내게 된다.
 
미국 국내에서 적용되는 이자소득세는 30%인데 우리나라에서 이미 12%의 세금을 낸 미국 투자자는 그만큼 세금을 깎아준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우리나라에서 먼저 세금을 뗀다고 해서 손해날 일이 없는 셈이다. 
 
◇ 룩셈부르크, 대만 등 주요 투자국은 상황 달라져..변화 생길 수도

그러나 룩셈부르크, 홍콩, 대만 등의 투자자들은 사정이 다르다. 우선 룩셈부르크와 홍콩은 자국에서 이자소득세를 걷지 않는다. 두 국가중 룩셈부르크만 우리나라와 이중과세 방지협약을 맺고 있어 룩셈부르크 투자자들은 우리나라에서 10%로 협정된 제한세율을 내야할 전망이다. 하지만 본국에서는 돌려받을 세금이 없다. 
 
홍콩 국적의 투자자들은 우리나라에서 15.4%의 이자소득세를 내야하지만 본국에서는 돌려받지 못한다. 우리나라와 협약을 맺지 않은 대만 국적 투자자들은 15.4%의 세금을 우리나라에서 내고 본국에서 자국의 제도에 따라 10%를 돌려받는다. 결국 5.4% 만큼 손해다. 호주의 경우는 제한세율이 15%인데 본국의 이자소득세는 10%여서 우리나라에서 낸 세금을 다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다.

한 채권시장 관계자는 "소득세 원천징수를 하더라도 이미 매수한 채권에 대해 소급적용을 하지는 않기 때문에 들어온 투자자금이 빠져나가지는 않겠지만 룩셈부르크 등 몇몇 국가에서 추가로 들어오는 자금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시장에서는 정부의 외국인 채권 이자소득 과세안을 사실상 룩셈부르크 홍콩 대만 등 세나라의 투자자들을 겨냥한 정책으로 해석하고 있다. 나라 수는 셋 뿐이지만 그 파급효과는 적지 않기 때문이다.

 
▲ 룩셈부르크는 올해 우리나라 채권을 가장 많이 순매수한 국가로 꼽혔다. 채권의 이자소득에 과세하는 법안이 통과되면 룩셈부르크 투자자들의 국내 채권 투자수익률이 상당폭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자료 : 금감원, 한국투자증권>

이들 세 국가의 외국인들이 보유중인 국내 채권 잔액은 전체 채권의 21% 가량이다.
 
특히 룩셈부르크는 올해 들어 10월말까지 5조7000억원 어치의 한국 채권을 순매수해 그 규모가 가장 많았다. 홍콩과 룩셈부르크 두 나라 투자자들이 올해 순매수한 한국 채권은 전체 외국인 순매수의 32.7%에 이른다.

그러나 이들이 채권 이자소득세 과세가 시행된 이후 다른 나라로 발길을 돌릴 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일각에서는 우리나라 채권을 매입하는 이유가 재정거래나 환차익 목적 등 다양한 만큼 세금으로 인한 약간의 수익률 저하가 자금 흐름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한 채권 애널리스트는 "홍콩 투자자들이 그동안 내지 않아도 되던 14%의 이자소득세를 부담하게 되면 현재 4.5%인 한국 국채 10년물의 투자수익률이 말레이시아 국채 10년물 수익률인 3.8% 수준으로 낮아지게 된다"면서 "그렇게 되면 이 투자자는 말레이시아로 넘어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 외국인의 국적별 국내 채권 매수금액. 채권의 이자수익에 대한 과세를 하지 않는 룩셈부르크, 대만, 홍콩 등의 국가가 우리나라 채권을 사들인 비중은 20%를 조금 넘는 규모다. 단위 : 억원, % <자료 : 금융감독원, 대우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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