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F2010)"자본주의는 죽지 않는다..진화할 뿐"

파울 놀테 강연.."양적 성장서 질적 성장으로 변화"
"G20, 새로운 자본주의의 틀을 고민하는 장으로 중요"
  • 등록 2010-06-09 오전 11:35:11

    수정 2010-06-09 오후 5:34:58

[이데일리 최한나 기자] "자본주의는 카멜레온과 같다. 금융위기 이후에도 자본주의는 중요하게 역할할 것이며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다."

파울 놀테(Paul Nolte) 베를린자유대학 문화역사학부 교수(사진)는 9일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가 창간 열 돌을 맞아 서울 신라호텔에서 개최한 `세계전략포럼(World Strategy Forum) 2010`에서 이같이 밝혔다. 자본주의가 글로벌 금융위기의 주범인 것처럼 손가락질 받고 있지만, 앞으로도 자본주의는 전세계 경제를 이끌어가는 중요한 틀로 기능할 것이란 전망이다.

놀테 교수는 "자본주의는 상품의 대량생산을 가능하게 했던 19세기 산업혁명에서 태동한 이후 지난 300년간 뛰어난 탄성과 유연성을 보이며 주도적인 체제로 살아남았다"며 "2008년 이후 전세계를 강타한 글로벌 금융위기 탓에 자본주의를 통해 미래의 번영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흔들리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본주의가 몰락할 것으로는 예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자본주의가 무너지거나 자본주의를 대체할 다른 경제 체제가 들어서기 보다는 새로운 방향으로의 전환이 모색될 것으로 전망했다.

가장 중요한 변화로는 `성장 위주의 자본주의`에서 `질적인 자본주의`로의 전환을 지적했다. 이른바 `지속가능한 자본주의`다.

놀테 교수는 "다음 세대의 자본주의에서는 지속가능한 면이 부각될 것"이라며 "경제적인 측면 뿐 아니라 공공지출이나 개인적인 삶, 생태적인 측면에서도 깨끗하고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지 여부가 점점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한층 발전한 자본주의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유럽이 좋은 실험대가 될 것으로 진단했다. 그는 "1인당 GDP의 성장 없이도 자본주의 경제가 발전하는 면이 유럽에서 이미 나타나고 있다"며 "유럽에서 성장 없는 자본주의의 예를 탐색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놀테 교수는 특히 자본주의의 미래를 전망하기 위해 필요한 세가지 요소로 인구 고령화와 복지국가, 공공부채를 꼽았다.

그는 "출산율이 급락하고 평균 수명이 높아지면서 인구 구성이 크게 변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이 경제적 혁신성이나 문화적 창조성에 미칠 영향에 대해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놀테 교수는 "복지국가가 유럽 지역에 확산되면서 노동층이 자본주의의 편입되고 정치적 지원을 얻게 하는 중요한 도구로 기능해 온 것은 사실이지만, 개인의 경제적 역동성을 저해한다거나 국가 부채가 심각하게 늘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 역할할 수 있을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번 위기를 겪으며 각국 정부가 지출을 크게 늘렸는데 이는 자녀들이나 손주들의 문제가 아니라 당장 우리들의 문제가 되고 있다"며 "복권된 것으로 여겨졌던 케인즈주의는 다시 종말을 고했고, 공공 부문에서의 불균형을 해소하는데 신자유주의가 유효하다는 주장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다.

G20를 통한 국제 사회의 공조 역시 중요한 기능을 담당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가나 국민 단위의 경제 활동 비중이 줄고, 지역이나 공동체 단위에서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새로운 자본주의의 틀이 만들어질 것이라는 의미다.

놀테 교수는 "20세기까지만 해도 자본주의가 번영하는 과정에 국가적인 틀이 중요했지만 앞으로는 지속적으로 사라질 것"이라며 "정치나 법적인 틀을 벗어나 국제 협력이 더욱 중요해지겠고, 새로운 자본주의의 틀을 설정하는데 G20가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G20는 특히 자본주의와 시장주의, 개인주의, 다원주의, 톨레랑스, 서로에 대한 존중이 불가분의 관계라는 점을 전세계에 각인시키는 도구로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며 G20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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