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한국전력(015760)에게 `이삭`의 의미는 결코 적지 않다. 전등 소등, 보고문서 줄이기 등 작은 절약 하나 하나까지 챙기지 않는 것이 없다. 바꾸기 위해서는 작은 것까지 소흘히 할 수 없는 절박함 때문이다.
이식줍기의 효과는 어땠을까. 지난해 한전은 문서간소화, 컴팩트형 변전소모델 개발, 변압기 교체기준 개선 등을 통해 1117억원의 경비절감 효과를 거뒀다.
`이삭 줍기`에 대한 김 사장의 생각은 이렇다. "작은 것을 줄인다고 얼마나 되겠느냐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모이면 큰 줄기가 되고 국민한테 되돌려 줄 수가 있어요. 이런 노력이 바로 한전 같은 공기업이 추구해야 할 공익성입니다. 그래서 절감해야 합니다."
한전에서 `이삭 줍기`는 하찮은 절약 운동에 그치지 않는다. 뼈를 깎는 절약과 체질 개선으로 공기업의 소명을 다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 비용절감으로 전기요금 인상 최소화
김 사장을 필두로 한 한전의 경영쇄신 의지는 강력하다. 인력을 줄이고 대대적인 조직개편도 단행해 체질개선에 앞장서고 있다.
임금도 줄였다. 한전은 지난해 노사 합의로 간부직원은 임금인상분 전액, 일반직원은 임금인상분의 50%를 반납했다. 올해는 임원들의 연봉 10%를 반납키로 했다.
관행적으로 이뤄지던 순환보직제도를 폐지하고 팀장급 이상 모든 보직에 대해 일제히 공개경쟁 제도를 도입하는 `파격`을 단행했다.
배전·판매조직과 송변전조직으로 분리되어 있던 사업소를 지역별 독립사업부로 통합해 본사 조직과 해외지사, 물류센터를 대폭 축소했다. 기능중복으로 인한 낭비를 제거하고 통합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한 조치다.
한전은 이런 노력을 통해 지난해 1조4000억원의 비용을 절감했다. 전기요금으로 환산하면 4%의 인상요금을 줄이는 규모다.
올해도 한전은 초긴축 예산편성에도 불구하고 추가적인 낭비요인 발굴과 업무효율성 향상 등을 통해 1조원의 추가절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줄일 것은 줄이지만 늘려야 할 것은 늘리는 게 경영혁신이다. 한전은 자회사까지 포함해 올해 1970명에 달하는 청년인턴을 채용할 계획이다. 매년 200명의 신규채용을 추진해 실업해소에도 앞장서겠다는 목표다.
◇ `미래 먹거리 찾아라` 해외시장 진출
공기업이 사회에 기여하는 또다른 방식은 더 많은 사업적 성과를 내놓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한전은 해외사업 신규수주, 미래성장동력 역량강화를 위한 해외 및 기술조직 보강 등에 대한 투자는 오히려 강화하고 있다.
지역별로 되어 있던 해외사업조직을 기능별 조직으로 재편하고, 원자력 수출을 위해 원자력 사업부문에 대한 인력은 보강했다. 자원개발팀과 녹색성장팀을 본부장 직속으로 위상을 강화하고 특허팀과 스마트 그리드 조직을 신설하는 등 제2의 도약을 위한 준비도 잊지 않았다.
지난해 7월에는 5억달러 규모의 요르단 알카트라나(Al Quatrana) 가스복합발전소 건설과 운영사업을 수주했다. 요르단은 한국형원전 도입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지난 3월엔 25억달러 규모의 사우디 라빅 중유화력(1200MW)과 25억달러 규모의 카자흐스탄 발하쉬 석탄화력발전소 건설과 운영사업을 수주했고, 에콰도르 정부와도 수력개발사업에 대한 양해각서를 체결한 상태다.
풍력발전사업에도 뛰어들어 지난해 중국 감숙(49.5MW)과 내몽고(279MW) 사업을 수주했다. 한전은 풍력발전사업의 해외매출을 올해 5081억원(매출 비중 1.6%)에서 2020년엔 약 18조원(22.5%) 수준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한편 한전은 공기업 고객만족도에서 10년 연속 최고등급을 받고 있다. 법인고객이 아닌 개인고객 대상 공기업 중에서 최고등급을 받은 공기업은 한전이 유일하다. 2008년 공공기관 평가에서도 최고 등급인 `A`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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