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가스 가격 50유로 아래로…18개월 만에 최저치

러시아-우크라 침공에 330유로 넘었지만…
온난한 겨울에 가스수요↓…푸틴전략 차질
가스 가격 떨어지며 유럽 경제성장률도 상향
  • 등록 2023-02-20 오전 10:22:11

    수정 2023-02-20 오후 10:48:17

[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치솟았던 유럽 천연가스 가격이 18개월 만에 최저치로 내려왔다. 예상보다 온난했던 날씨에 가스 수요가 줄었고, 유럽연합(EU)의 가스 저장량도 충분해 우크라이나 전쟁을 치르고 있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전략에 차질이 빚어졌다는 평가다.

(사진=AFP)(사진=AFP)
19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유럽 가스 선물가격은 지난 17일 메가와트시(㎿h)당 48.90유로를 기록했다. 2021년 9월 이후 18개월 만에 50유로 선이 깨진 셈이다.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공급 부족 우려에 유럽 가스 선물 가격은 지난해 8월 ㎿h당 330유로를 넘어서며 사상 최고가를 찍었다. 러시아가 유럽으로 향하는 가스관을 잠그면서 유럽 가스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을 우려에 따라 유럽 각국이 천연가스 저장량을 늘리면서 수요 대비 공급이 턱없이 부족했다.

하지만 예상보다 온난한 겨울이 오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유럽의 천연가스 저장 수준은 약 65%로 평소치를 훨씬 웃돌고 있다. 내년 겨울 이전에 EU가 추가로 가스를 저장할 필요성도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유라시아그룹의 고문 헤닝 글로이스타인은 “유럽이 성공적으로 러시아 천연가스 영향을 제거하는 데 성공한 것 같다”면서 “㎿h당 10유로에 불과했던 과거에 비하면 여전히 비싸긴 하지만 더 이상 가스 부족 리스크는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가스 가격이 하락하면서 유럽 경제침체 우려도 사그라지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올해 EU 27개 회원국의 경제성장률을 기존 전망치(작년 11월) 0.3%에서 0.8%로 상향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의 올해 성장률도 0.9%로, 기존 전망치 0.3% 보다 상향 조정했다.

위원회는 “예상보다 따뜻한 기온에 가스 요금 부담이 줄었다”면서 “코로나19 봉쇄정책이 완화되면서 공급망이 회복되고 있고 중국을 포함한 글로벌 경제 회복세도 고려했다”고 말했다.

다만 중국의 리오프닝은 변수로 남아 있다. 중국이 경제활동을 재개하면서 아시아의 천연가스 수요가 급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석유화학시장 정보제공업체인 ICIS의 톰 마르젝-맨서 컨설턴트는 “중국 경제가 회복됨에 따라 아시아에서 가스 수요가 늘고 있다”면서 “유럽의 가스 저장량이 여전히 높긴 하지만, 가스 수요가 다시 재증폭될 우려는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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