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장구슬 기자]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사태 속에 아시아계를 대상으로 하는 증오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중국계가 상대적으로 인구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캐나다 밴쿠버에서도 증오 범죄 상황은 다르지 않다.
| 4월12일(현지시간) 캐나다 밴쿠버에서 한 백인 남성이 아시아계 여성의 얼굴을 폭행하는 모습이 담긴 CCTV 화면.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밴쿠버 경찰청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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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이하 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보도에 따르면 캐나다 밴쿠버 경찰은 지난달 12일 밴쿠버 시내에서 벌어진 아시아계 대상 증오 범죄와 관련한 폐쇄회로(CC)TV 영상을 공개하고 사건의 가해자를 지명수배한다고 밝혔다.
밴쿠버 경찰청이 공개한 영상에는 한 백인 남성이 자신보다 체구가 훨씬 작은 한 젊은 아시아계 여성에게 다가가 아무 말 없이 다짜고짜 여성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리는 모습이 담겼다. 이 여성은 머리를 감싸 쥐면서 땅바닥에 쓰러졌고, 백인 남성은 재빨리 걸어서 버스를 타고 달아났다.
밴쿠버 경찰은 “두 사람 사이에 대화가 없었던 점으로 볼 때 아무 이유 없는 폭행으로 보인다”며 “피해 여성은 22세로 신체적인 상처는 많이 나아졌지만, 정신적인 충격을 받아 치료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밴쿠버 경찰은 코로나19 확산 후 최근 들어 아시아계를 향한 증오 범죄 신고가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들어 아시아계를 대상으로 하는 증오 범죄는 20건이 발생했는데, 이는 지난해 전체 발생한 12건보다 훨씬 많은 수치다.
| 3월13일 캐나다 밴쿠버 내 중국인 밀집 거주지역에서 한 백인 남성이 아시아계 노인을 편의점에서 끌어내 바닥에 내동댕이 치는 모습이 담긴 CCTV 화면(사진=SCMP 영상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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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지난 3월13일에도 밴쿠버 내 중국인 밀집 거주지역에서 아시아계 증오 범죄가 발생한 바 있다. 이날 경찰이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92세의 한 아시아계 노인이 편의점에 들어왔다가 건장한 체격의 50대 백인 남성에 의해 가게 밖으로 내동댕이쳐졌다. 이 노인은 도로 위에 쓰러지며 머리를 바닥에 부딪혔다.
노인이 다시 가게 안으로 들어오자 이 남성은 코로나19와 관련된 인종차별적인 욕설을 퍼부었다. 이 노인은 중증 치매를 앓고 있었으며, 집을 나와 길을 잃은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