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 애널이 본 암호화폐…"정부규제로 가치 더 높아질 듯"

문홍철 DB금융투자 애널 "암호화폐 일정가치 지녀"
"가장 큰 리스크는 암호화폐 등장 따른 공급 증가"
  • 등록 2018-01-07 오후 10:49:31

    수정 2018-01-07 오후 10:59:24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암호화폐가 일정한 가치를 지닐 수 있으며 정부의 규제 움직임이 그 가치를 오히려 높여주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국내 채권시장에서 손꼽히는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전망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같은 전망을 내놓은 주인공인 문홍철 DB금융투자 채권담당 애널리스트로, 그는 7일 `채권쟁이의 관점에서 본 비트코인의 미래`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문 애널리스트는 이 보고서에서 “암호화폐의 가격이나 기술이 어떻다는 것보다는 통화론적 관점에서 이 현상을 다뤄보고자 한다”고 전제한 뒤 “암호화폐 가치는 네트워크의 신뢰성과 공급 제한에 의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암호화폐가 본질적인 가치가 없으며 심지어 사기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많다”면서 “그러나 많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암호화폐는 일정한 가치를 지닐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중이 현 화폐에 가치를 부여하는 이유는 중앙은행 본원통화는 최후에는 국민 세금으로 담보되고 통화 증발은 민중에게 해악을 끼치므로 직접 민주주의에 의해 자동 안정화된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전제한 뒤 “암호화폐는 이 둘 모두가 없지만 네트워크 분산 원장에 의해 신뢰성이 확보되고 기술 자체에 의해 통화 증발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게다가 (정부의) 규제 움직임은 가상화폐 가치가 일정 수준 이상일 개연성을 만들어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 애널리스트는 “암호화페 불법화는 실질적인 효과를 얻기 힘든 반면 가상화폐의 희소성을 높이고 오히려 도피 수요를 만들어 줌으로써 그 가치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며 “현재의 가격 상승은 현 통화시스템에 대한 미래의 불안에서도 일부 기인한 바 있다”고 풀이했다.

아울러 문 애널리스트는 “각국 중앙은행과 정부가 결국 자신들만의 암호화폐, 즉 `소버린 크립토커런시`를 만들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이는 현찰 없는 세계로의 이행이며 먼 미래, 마이너스 금리 시대에 통화정책 유효성을 높일 것이고 탈세와 불법행위를 막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현재의 붐은 민간 암호화폐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향후 도입될 소버린 크립토커런시 도입을 보다 매끄럽게 해줄 가능성이 있다”고도 했다.

다만 그는 “암호화폐의 가장 큰 적은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서 싹트고 있다”며 “새로운 암호화폐 등장이나 하드포크를 통한 신규 코인의 등장은 궁극적으로 통화량 공급을 증가시킬 개연성이 있다”며 “현재는 새로이 가상화폐가 등장하면 관심이 높아지며 가격이 올라가지만 궁극적으로는 공급이 늘어나 희소성을 훼손하므로 암호화폐에 가장 큰 리스크가 될 것”이라고 점쳤다. 그러나 “버블이 꺼지고 시간이 지나 최종적으로 살아남은 한 두 개 암호화폐에 자체적인 통화공급 조절 협의체 등이 만들어져 이를 통제할 것으로 본다”고 결론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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