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약제도가 간소화되면서 묻지마 청약에 나서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청약통장은 한번 당첨되면 무용지물이 되고 새 자격을 갖추는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신중히 사용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조언이다. 지난 15일 경기도 평택에서 문을 연 한 아파트 단지 모델하우스 내부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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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박태진 기자] 직장인 허모(33)씨는 지난달 서울 은평구에서 분양하는 한 아파트 단지에 청약 접수했다가 당첨됐다. 하지만 사전에 모델하우스를 방문하지 않고 주위의 말만 듣고 청약을 한 탓에 후회했다. 주변 생활환경이나 직주근접성이 생각보다 떨어졌고 분양가격도 만만찮았기 때문이다. 결국 그는 아내와 상의한 끝에 이 아파트 계약을 포기하기로 했다. 그동안 공들여온 청약통장을 다신 사용할 수 없게 된 그는 새로운 통장을 개설하기로 했다.
지난해 신규 아파트 분양시장이 호황을 보인데 이어 올해도 시황은 나쁘지 않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무턱대고 청약에 나서는 이른바 ‘묻지마 청약’을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청약 통장은 당첨되면 이후에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각에서는 청약 통장을 살릴 수 있지 않느냐고 묻기도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한 번 당첨된 통장은 다시 사용할 없다. 새 통장을 개설해야 한다는 뜻이다. 청약 당첨이 됐지만 아파트 동·호수가 마음에 들지 않아 즉, 단순 변심으로 취소하려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당첨 취소는 불가능하다. 특별공급 물량이나 일반분양 물량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청약 가점을 잘못 책정한 경우에는 청약통장을 다시 예전 상태로 되돌릴 수 있다. 예컨대 A 아파트에 청약을 한 김모(44)씨가 1순위 당첨이 됐지만 청약 가점을 잘 못 채점해 표시한 경우 청약 당첨 부적격자로 판정된다. 청약 가점제란 무주택기간(32점), 부양가족수(35점), 청약통장가입기간(17점)을 점수로 환산, 점수가 높은 사람에게 주택을 우선 공급하는 제도다. 하지만 모든 분양 물량을 가점제로 공급하진 않는다. 단지별로 전용면적 85㎡이하 아파트는 분양물량의 75%를 가점제로, 25%를 추첨제로 공급한다.
청약 가점을 잘못 표시했을 때 청약제도를 관리하는 금융결제원에서 통장이 소속된 은행에 통보하고 은행은 다시 고객에게 전달한다. 김씨는 3개월 뒤 청약 통장을 예전 상태(1순위 자격)로 복원해 사용할 수 있다. 금융결제원 관계자는 “청약 가점을 잘 못 책정했을 시 부적격자로 판명해 청약 통장 소속 은행에 통보를 하고 그 통장은 3개월 후 다시 정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조치한다”며 “다만 정당 당첨자는 취소할 수 없으며 한번 당첨된 통장은 무용지물이 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청약한 그날 청약 자체를 취소할 수는 있다. 다만 대부분이 온라인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금융결제원의 청약 사이트 ‘아파트투유’(KB국민은행은 자체 홈페이지)에서 접수하는 시간 내(오전 8시~오후 5시 30분)에 가능하다.
묻지마 청약 현상이 나타나게 된 것은 청약제도의 간소화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2월 주택청약제도 간소화 등을 골자로 한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공포·시행했다. 이로써 서울·수도권 1순위 자격이 완화됐다. 서울·수도권의 경우 기존에는 주택청약종합저축 등에 가입한 뒤 2년 이상, 24회 이상 납입을 해야 1순위 자격이 주어졌고 6개월 이상 6회 이상 납입을 하면 2순위 자격이 주어졌다. 하지만 개정안 시행 후 1년 이상 지나고 12회 이상 납입을 하면 1순위자격이 주어진다. 사실상 2순위 제도가 없어진 것이다. 또 수도권 외 지역은 주택청약종합저축 등에 가입한 뒤 6개월 이상, 6회 이상 납입을 하면 청약 1순위 자격이 주어진다.
청약제도가 간소화됐지만 내 집 마련을 계획 중인 실수요자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무턱대고 청약을 해 당첨되면 1순위 자격을 회복하는 기간 동안 정작 자신이 관심이 생긴 아파트에 대한 접근 기회를 스스로 차단해버리는 격이 된다”며 “무작정 청약에 나서기보다 입지와 가격대를 꼼꼼히 따져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