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현지시간) 스위스 국영방송 SRF는 이날 스위스 기본소득 도입안 국민투표 결과 76.9%가 반대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찬성은 23.1%에 그쳤다.
이번에 스위스가 국민투표에 부친 기본소득 도입 방안은 18세 이상 모든 성인에게 매달2500스위스프랑(약 300만원)을, 어린이와 청소년 등 18세 미만에게는 650스위스프랑(약 78만원)의 기본소득을 나눠주는 것이다. 월 2500 스위스프랑은 스위스의 월 최저생계비(2219스위스프랑)를 기준으로 신출한 금액이다.
지난 2013년 진보성향의 시민사회단체 ‘스위스 기본수익(BIS)’이 13만명의 서명을 얻어 이번 투표를 성사시켰다. 직접민주주의를 표방하는 스위스는 10만명 이상의 서명이 모인 국민제안은 투표로 부치게 돼 있다.
‘기본소득’은 직업이나 연봉과 상관없이 모든 국민에게 무조건 매월 일정액을 지급하는 제도로 사회보장제도 이후를 고심하는 국가들로부터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연금이나 실업보험 등 기존 사회보장제도를 폐지해야 하는 만큼, 도입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 역시 힘을 얻었다. 게다가 자칫 노동 의욕이 감퇴할 수 있다는 재계의 우려도 나왔다.
스위스 국가위원회는 “관대하지만 유토피아적”이라며 기본소득에 대해 비판했다. 실제로 스위스 국가위원회에서는 국민투표에 앞서 반대 157표, 찬성 19표의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결국 이번 투표에서 스위스 내 26개주 모두 반대표가 과반을 넘겼다. 시 당국이 법안 통과를 기대했던 로잔에서조차 반대표가 67%로 3분의 2에 달했다.
그러나 기본소득 법안이 부결됐지만 이 문제가 전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표면화된 만큼, 소기의 ‘성과’는 거뒀다는 평가다.
BIS의 공동대표인 다니엘 하니는 독일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투표는 중간 과정”이라며 기본소득 논의에 본격적인 시동이 걸린 점을 높이 평가했다. 영국 일간지인 파이낸셜타임즈(FT) 역시 “세계적으로 기본소득 도입 논의가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 전망했다.
스위스 외에도 일부 유럽 일부 국가는 기본소득에 대한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핀란드는 내년부터 무작위로 선정된 1만여명에게 매월 800유로(약 101만원)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실험에 나선다. 이 계획의 최종안은 11월께 확정된다.
네덜란드 역시 위트레흐트 등 19개 지방정부에서 내년부터 기본소득 지급 실험을 시작한다. 개인의 경우, 월 972유로(128만원), 부부는 1389유로(184만원)를 기본소득으로 지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