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6월 11일자 30면에 게재됐습니다. |
남씨는 “과천에 좋은 시절은 다 갔다. 예전엔 강남이 오르면 일주일쯤 뒤 여기도 덩달아 뛰었는데, 올해엔 그런 것도 없다”고 말했다.
수도권 부동산 시장의 장기침체 속에 한때 ‘제2의 강남’으로 주목받던 과천이 깊은 불황에 빠졌다. 지난해에 이어 올 상반기(1~5월)에도 아파트 매맷값 하락률이 전국에서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나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6일 국민은행의 주택매매가격종합지수를 보면 5월 과천지역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지난 1월 대비 4%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지수가 1.1%, 수도권 0.9%가 하락한 것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과천 아파트값의 낙폭이 이처럼 커진 것은 3가지 악재가 맞물렸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재건축 시장의 침체와 보금자리주택 물량 공급 확대, 행정복합도시 이전 등이다.
김규정 부동산114 본부장은 “과천은 신축아파트가 적은 대신 주공1단지 등 기존 아파트 다수가 재건축 대상”이라며 “강남 개포지구 등 재건축 시장의 전반적인 침체 여파를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재 과천시내 아파트 1만3574가구 가운데 5110가구가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정비예정구역에 해당하는 아파트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전체 아파트의 약 74%인 1만16가구에 달한다.
이 같은 흐름은 강남의 개포주공1단지 전용면적 50㎡와 과천주공1단지 52㎡ 아파트의 매맷값 비교에서도 확인된다.
국민은행의 아파트시세추이를 보면, 두 아파트의 평균매매가는 2010년 이래 유사한 흐름이다. 2011년 1월 개포주공 50㎡의 매맷값은 전년동월대비 9000만원이 하락해 고점 대비 약 8%가 떨어졌다. 같은 기간 과천주공 52㎡ 역시 약 5%에 달하는 2500만원이 하락했다.
특히 가격 등락폭은 강남아파트가 과천에 비해 더 급격하게 나타나다가 2012년 들어서는 양 지역 모두 잦아들고 있는 양상이다. 지난 1~5월 양 지역 아파트 매맷값은 1500만원이 하락하며 약보합세를 보였다.
인근의 남경공인 관계자은 “강남은 4월에 기대심리로 가격이 반짝 올랐다지만 이곳엔 그런 영향도 없었다”며 “재건축이 곧 성사될 분위기가 형성된 단지에서도 매도자가 호가를 높여놓지만 매수자가 나타나질 않는 상황”이라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재건축 시장 침체와 더불어 과천 일대에 보금자리주택 공급이 확대된 것도 이 지역 아파트값을 떨어뜨린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주변 시세보다 크게 저렴한 주택이 공급되며 주택수요를 흡수하고 이 지역 집값을 끌어내렸다는 설명이다.
2009년엔 과천 주암동이 서초우면보금자리지구에 포함되며, 분양가 1100만원을 밑도는 주택 1082가구가 공급됐다. 이에 더해 과천 갈현동의 지식정보타운이 지난해 보금자리지구로 지정되며 주택 4000여 가구의 추가공급이 추진 중이라 이 같은 영향은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실장은 “올해 말로 예정된 정부청사 이전 여파까지 고려하면 당분간 과천 집값은 하락세를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며 “하반기에 이 지역 재건축 사업이 실마리를 풀어간다며 다소 낙폭을 줄일 수는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개포주공1단지와 과천주공1단지아파트 평균매매가 (단위 만원, 자료제공=국민은행 부동산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