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기묘묘한 분위기에 압도당하게 되는 장소가 있다. `경주`가 그렇다. 이를 테면 보기에도 아찔한 절벽 끝에 세워진 석탑이라든지, 남산에 땅거미가 내려 앉는 무렵이라든지 `찰나의 경주`를 마주해본 사람이라면 고개를 끄덕일 터다.
경주는 수학여행의 대명사 격이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경주를 못 가본 사람은 거의 없을 정도. 하지만 지난 16일, 23일 두 차례 방송된 `1박2일-경주 답사여행편`에서 공개된 경주는 놀기에 바빴던 기억 따위만 있던 허접 했던 `경주 수학여행`을 후회하게 만든다.
인문학 베스트셀러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의 저자 유홍준 교수가 동행한 2011년의 경주는 보는 이의 눈과 마음을 흔들기에 충분하다. 한 발짝 들어가 보면 곳곳의 유적과 보물들이 먼저 말을 걸어올 법한 `경주여행`, 지금이 적기다.
◇정치의 중심지, 월성
반월성 위로 올라가면 석빙고가 보인다. 신라의 것이 아닌 조선 영조 14년(1738)에 만들어진 것으로 냉동고가 없어 얼음을 만들 수 없었던 옛날 선조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월성에서 도로를 건너 마주한 곳에 안압지가 자리하고 있다. 안압지는 연못 가장자리에 굴곡의 변화를 많이 줘 어디에서 봐도 못 전체가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비록 좁은 연못이지만, 대해처럼 넓은 느낌이 나도록 한 신라인의 창의적인 기술이 돋보이는 장소다.
◇불교문화의 중심지, 남산 경주에서 가장 정적인 남산은 불교문화의 중심지다. 승려 일연은 `삼국유사`에서 남산을 일러 "절은 천상의 별 만큼 많고 탑도 기러기 떼처럼 솟아 있는 곳(寺寺星張 塔塔雁行)"이라고 했다. 천년의 세월이 지났음에도 현재 남산에는 절터 121군데, 불상 87구, 석탑 71기가 남아 있다.
그 위에는 돌기둥 같은 암벽에 조각된 `마애관음보살상`이 있다. 풍만한 얼굴에 붉은색이 남아 있는 입술이 이채롭다. 탐방로를 따라가다 보면 `선각여래좌상`을 만난다. 인상 넉넉한 시골 아저씨를 연상케 한다.
정상으로 오르는 마지막 관문에 `상선암마애석가여래대불좌상`이 기다린다. 높이 5m가 넘는 삼릉골에서 가장 큰 불상이다. 산 중턱에서 멀리 경주 들판을 살피는 부처의 멋진 미소가 따뜻하게 느껴진다. 금오산 정상을 지나 용장마을로 내려가는 용장골 정상에 `용장사지삼층석탑`이 모습을 드러낸다. 자연 암반을 기단으로 세워져 있어 산 아래 절경이 한눈에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