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우의 누구나 경제`는 이데일리TV에서 오후 5시에 방영하는 `이슈투데이`의 고정 코너입니다. 이데일리TV는 각 지역케이블TV와 위성방송(Skylife 525번),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이데일리TV 홈페이지(edailytv.co.kr)를 통해 다시보기로 시청하실 수 있습니다.
[이데일리 이진우 기자]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문제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신용카드 회사들의 탐욕 때문이라는 주장과 카드 사용자들에게 주어지는 과도한 할인혜택 때문이라는 분석이 맞서고 있지만 이 문제가 사회문제로 불거진 원인을 거슬러 올라가면 우리나라에 유독 자영업자들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자영업자 수는 지난 9월 기준으로 569만명. 전체 취업자 2412만명의 24%를 차지하는 숫자다.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에 유독 많은 자영업자들. 왜 우리나라엔 자영업자들이 많을까. 자영업자가 많으면 경제에는 어떤 부작용이 있을까.
1. 우리나라가 선진국들에 비해 자영업자가 많다는데 실제로 그런가?
자영업자의 비율은 대개 전체 취업자들 중에 '자영업'이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비중을 통계로 뽑아 비교하는데 2008년 기준으로 OECD 국가들의 평균 자영업자 비율은 15.8%에 불과하지만 우리나라는 31.3%였다.
OECD국가들에 비해 자영업자 비율이 두 배나 많다는 의미다. 최근 들어 우리나라의 자영업자 비율은 계속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다른 나라들에 비해서는 높은 편이다.
전체 취업자 중에 자영업자의 비중은 호주가 11.7% 캐나다가 9% 일본이 13%, 미국이 7%로 이렇게 자영업자 비율이 낮은 나라들도 있지만, 멕시코는 34%, 터키는 39% 이탈리아는 26%로 꽤 높은 나라들도 있다.
2. 자영업자 비중은 시간이 지날수록 줄어드는 게 일반적인가?
대개 경제가 성장하고 소득이 늘어날수록 사람들의 눈높이가 높아져서 가내수공업이나 자영업으로 생산하는 제품과 서비스보다는 기업단위에서 만들어내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더 많이 찾게 된다.
그래서 전체 인구중에 자영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경제가 성장하고 고도화될수록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이건 세계 어느나라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미국이나 일본이 우리나라의 소득수준일 때보다 자영업자 비율이 더 높다. 1인당 국민소득이 1만8000달러 수준일 때 우리나라는 자영업자 비중이 전체 취업자의 24% 수준이었지만 미국은 같은 소득일 때 자영업자 비중이 전체 취업자의 약 10%, 일본은 13% 수준에 그쳤다. 자영업자가 많다는 건 우리나라가 갖고 있는 독특한 특징인 셈이다.
3. 자영업자가 많을 수도 있고 적을 수도 있지 그게 무슨 큰 일이라고 고민을 하나? 자영업자가 많으면 무슨 문제라도 생기나?
자영업자는 소득의 부침이 심하고 경기를 잘탄다. 샐러리맨들은 경기가 나빠져도 월급이 안나오거나 깎이는 경우는 드물지만 자영업자들은 경기를 직접 피부로 느낀다.
자영업자가 많다는 것은 경기 부침의 직격탄을 맞는 계층들이 많다는 뜻이다. 외부 충격으로 위기가 닥칠 경우 그만큼 정부가 돌봐야 할 사람들이 늘어난다는 뜻이고 그만큼 외부 충격에 민감한 경제구조라는 의미다.
우리나라도 자영업자의 비율이 점점 줄어들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실제로 98년 외환위기같은 큰 충격이 왔을때는 샐러리맨들도 대거 구조조정 대상이 됐었지만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때는 샐러리맨은 직장을 유지한 반면 자영업자들이 경기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다수 폐업했다. 최근 자영업자 비중이 감소하고 있는 것도 이런 영향이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우리나라는 자영업자가 많은 것 자체가 문제라기 보다는 자영업중에 가장 많은 게 식당 두번째가 모텔 숙박업으로 비슷한 업종에서 경쟁이 치열하다는 것이 문제다. 그만큼 `준비되지 않은 창업`이라는 의미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자영업자들은 자발적인 자영업자(꿈을 이루기 위해 창업한 사람들)와 비자발적인 자영업자(직장에서 쫒겨나 어쩔 수 없이 창업한 사람들)가 섞여있는데 비자발적 자영업자들은 준비가 덜 된 탓에 곧 폐업하는 경우가 많고 일용노동자 과정을 거쳐서 다시 더 작아진 자본으로 재창업을 반복하면서 결국 보유한 자산을 까먹는 경우가 많은 게 문제다.
4. 우리나라는 왜 유독 자영업자들이 많은가? 특별한 이유가 있나?
여러가지 해석이 있지만 우선 우리나라에 자본주의와 시장경제가 매우 빠른 속도로 도입됐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자본주의가 급속히 도입되면서 일부 산업에서 기업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부분, 즉 외식업이나 호텔업 등에 자영업자들이 진출했다는 설명이다.
노동시장이 유연해서 재취업이 잘 되는 나라는 자영업자가 많지 않다. 다시 취업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낮고 한번 그만두면 재취업이 잘 안되는 나라에는 자영업자의 비중이 높다. 우리나라도 후자에 가까운 구조다.
유럽에서 자영업자의 국가별 차이를 조사해보니 사회에 대한 만족도가 낮을수록 자영업 비중이 높다는 결론을 얻어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개인의 개성을 존중하지 않고 사회의 위계질서가 뚜렷한 나라일수록 사회생활의 만족도가 낮고 그런 나라에는 자영업자의 비율이 높더라는 얘기다.
쉽게 말해 억압적인 구조를 가진 사회일수록 `더럽고 아니꼬와서 나 혼자 장사하고 만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는 얘기다.
경제구조가 고도화되고 산업화가 진전될수록 자영업자가 줄어드는데 이 말은 경제가 발전할수록 위계질서나 집단의 가치보다는 개인의 개성을 존중하는 풍토가 강해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5. 요즘은 자영업자들이 다시 늘어나고 있다던데 왜 그런가
자영업자가 늘어나는 지 아니면 줄어드는 지는 경제 정책을 만드는 정부의 나으리들 뿐만 아니라 노후 대비용으로 상가 투자를 하려는 분들도 잘 지켜봐야 되는 데이터다. 상가의 임대 수요자들이 늘고 있느냐 줄고 있느냐와 관련한 정보이기 때문이다.
한동안 줄어들던 자영업자들이 최근에는 다시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자영업자 수는 지난 8월에 전년동기 대비 5만3000명 늘어나면서 증가세로 전환했으며 9월에는 증가폭이 8만8000명으로 늘었다.
자영업자는 98년 외환위기 이후 2002년까지도 증가한 적이 있었다. 당시 불었던 벤처붐에 따른 창업과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된 샐러리맨들이 생계형 창업 대열에 동참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최근 자영업자가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것에 대해 최근의 경제 회복세를 반영한 결과라는 해석도 있지만 50대 이상 중고령층에서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은퇴한 베이비붐 세대의 생계형 창업이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자영업자 많으면 통계도 왜곡된다고?
자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비중이 높으면 여러가지 통계들을 왜곡하는 효과도 가져온다.
대표적인 것이 국내총생산(GDP)이다. 국내총생산(GDP)은 올해 내가 제품이나 서비스를 얼마나 생산했느냐를 돈으로 표시해 나타낸 지표인데, 예를 들면 현대차는 자동차를 몇 대 생산했는지를 취합해서 다 더하고 피부관리실 사장님은 몇 명의 얼굴을 마사지했는지 다 적어놨다가 모두 더해서 금액으로 환산해 나오는 숫자다.
문제는 자영업자들의 경우 그런 매출을 제대로 신고 안하는 경향이 여전하다는 것. 우리나라는 신용카드 사용 비중이 높아 자영업자들의 매출이 상당부분 노출되고 있지만 여전히 자영업자들의 매출이 축소 신고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자영업자들의 비중이 높을수록 GDP가 축소 계산될 가능성이 크다.
자영업자들이 많으면 실업률도 내려간다. 예를 들어 엄마가 식당을 하시는데 저녁 때 바쁜 시간에 가서 하루에 3시간 이상 도와드렸다면 그 학생은 취업자로 간주된다.
가계부채 문제도 자영업자 비중이 높을수록 그 심각성이 커진다. 자영업자들은 경기 변동에 따라 수입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경기가 나빠지면 부채의 원리금을 갚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자영업자는 600만명이 채 안되지만 전체 가계부채의 절반을 자영업자들이 갖고 있다. 특히 상위 20% 소득자의 부채 가운데 자영업자 비중은 58%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