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란 우려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자금 지원은 과감하다. 중앙은행 역시 비상시국을 맞아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최근 다른 나라 중앙은행과 함께 기준금리를 1.5%로 0.5%포인트나 내렸지만, 또 다시 내리지 않겠느냐는게 시장의 관측.
그러나 정치권에선 정부의 역할에 대한 논의가 금융위기 진화 이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추가 경기부양책은 물론, 대선 주자들 사이에선 주택 시장 문제 해결을 위한 모기지 매입안이 뜨거운 화두다.
위기가 깊다보니 정부의 진화 노력도 더 깊고 더 강력해지지 않을 수 없다. 결과적으로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강조한 케인즈 주의의 부활은 더욱 구체화되고 있다.
◇ 과감한 금융시장 안정책..`발등의 불` 진화
미국 정부는 금융 시장 안정에 최우선으로 달려 들었다. 7000억달러에 달하는 금융기관 자금 지원안이 마련됐고, 은행의 지분(우선주)를 사주는 형태로 2500억달러가 먼저 할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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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르 피가로 추산으로 이들 자금은 모두 1조6000억달러로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8%에 달한다.
시장에선 오는 28~29일 있을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도 추가 금리인하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선물 시장은 금리가 최소 0.25%p 내릴 것이란 예상을 반영하고 있다.
도날드 콘 FRB 부의장은 지난 15일 뉴욕에서 가진 연설에서 "현 금리는 결국 경기를 부양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으며, 다른 인사들도 금리인하가 시장의 신뢰를 회복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발언을 보태고 있다.
◇정부, 모기지 매입 나설까..정치권 뜨거운 화두
하지만 자금 시장의 경색을 풀어줄 수 있는 조치들이 나오고 있지만 추락하고 있는 주택 시장까지 효과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위기의 근원인 주택 시장 염증은 점점 더 곪고 있다. 가격 하락과 함께 모기지 금리도 고공행진, 주택차압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로드 더비츠키 크레디트스위스(CS) 자산담부보증권(ABS) 부문 매니징 디렉터는 올해 주택을 차압당하는 가구가 169만개에 이를 것이며, 2010년까지 360만 가구가 더 차압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은행 지분만 살 것이 아니라 모기지도 직접 매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비즈니스위크(BW)는 2500억달러의 은행 자금지원에 이어 이제는 주택차압과 관련한 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고 전했다.
BW는 다만 모기지가 서로 얽히고, 이를 기반으로 파생상품이 만들어진 복잡한 구조이기 때문에 단순하게 해법이 나올 수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존 매케인 공화당 대선 후보도 지난 15일(현지시간) TV 토론에서 정부의 모기지 인수안을 다시 한 번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매케인은 "주택 보유자들을 살리는 것이 최우선"이라면서 구제금융에 책정된 7000억달러 가운데 3000억달러로 모기지를 인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는 "이는 (모기지 상품을 판매한)은행들에 대한 포기"라며 반대 의사를 피력했다.
대공황 때 주택소유자대출공사(HOLC; Home Owners' Loan Corporation) 같은 기관이 생겨야 한다는 주장도 일각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다. 1933년 만들어진 HOLC는 주택차압을 막기 위해 주택 소유자들로부터 모기지를 담보로 받고 재융자(refinance)를 해 주던 기관으로, 대출 기간도 통상 20~25년으로 길게 잡아줬다. 이는 1935년경 없어졌다.
신현송 프린스턴대 교수도 HOLC와 같은 주택 시장에 대한 정치적인 개입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밝히기도 했다. 관련기사 ☞ 신현송 프린스턴大 교수 "금융위기 최악 안왔다"(上)
한편 의회에선 지난 2월 1680억달러에 달했던 경기부양책에 이어 추가 부양책도 논의중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을 비롯한 하원 지도부는 3000억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고려하고 있다.
여기엔 새 고속도로와 다리 건설 지출 확대, 실업자 혜택확대, 재정이 악화된 주 정부에 대한 지원과 세금감면 등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으며, 펠로시 의장은 하원 위원회들에 이를 검토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